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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Dec 27. 2020

난 앉아서 싼다

남자로서의 자존심은 어디에?

나는 화장실에 들어가면 앉아서 이용한다. 참고로 난 남자다. 큰 것일 때는 당연히 앉아서 이용하고 작은 것일 때도 앉아서 이용한다. 바지 앞 지퍼만 내리는 것이 아니라 바지를 무릎까지 내린다. 그리고 편안하게 걸터앉는다. 누군가는 여기까지만 말해도 무슨 상황이며 어떤 이유인지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오히려 당연한 것을 굳이 시간 낭비, 글자 낭비하며 늘어놓는 거지?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팔짱을 꽉 낀 채 못마땅하게 노려보고 계시는 분들이 분명히 있을 테다. 눈살은 있는 대로 찌푸려져 있고 도대체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게 무슨 소리냐고 하면서 말이다. 정말 몰랐다. 최근에서야 이런 내 습관이 누군가에게는 상상조차 못 할 짓에 가깝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제대로 된 설명과 설득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우선 당신은 집안일의 어느 부분을 맡아서 하는가? 혹시 그중 청소가 담당인가? 청소 담당이라면 화장실 청소도 해보았는가? 나는 화장실 청소를 주로 도맡아서 했고 자주는 아니어도 1~2주에 한 번 전용 세제로 1시간씩 열심히 닦았다. 오히려 휴직 후에는 화장실 청소를 내려놓았다. 역할을 바꾸면서 내가 맡은 집안일의 영역이 늘어나기도 했고, 내가 하기 전에 아내인 파랑이 먼저 하게 되면서 화장실 청소는 파랑의 담당이 되었다. 막무가내로 화장실 청소에 대해 게으름을 피운 것은 아니다. 나에게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당연해진 ‘앉아서 싸기’가 바로 그것이다. 


남자가 작은 일을 볼 때 인정사정없이 튀는 것을 알고 있는가? 무슨 짓을 해도 서서 이용하면 무조건 사방으로 튄다. 조준을 잘하건 못하건 간에 물리학적으로 그렇다. 발사하고 부딪히면 튕겨져 나온다. 당연한 이치다. 그렇게 온갖 곳으로 튀어 나간 물줄기 때문에 화장실 가득한 지린내를 맡을 때 기분이 어떤가? 잘 모르겠다면 관리가 잘 되지 않은 공공 화장실의 그 불쾌한 냄새를 떠올려보자. 절대 집안에 존재하길 바라는 쾌적한 향기가 아니다. 집에서 화장실 청소를 해 본 적이 없다면 전혀 모르고 살 수도 있겠다. 그저 급한 일만 해결하고 뒤를 돌아보지 않으면 그 이상은 보이지 않을 테니까. 내가 할 일이 아니라면 나만 편하면 그만이니 말이다. 나도 결혼 전에 서서 싸는 동안은 그렇게 살았다. 심지어 결혼 후 화장실 청소를 하면서도 이 냄새가 나 때문인 줄은 몰랐다. ‘튀어 봤자 얼마나 튀겠어?’라는 마음이었다. 


*내가 앉아서 볼일을 보게된 사정은? (책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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