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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May 23. 2022

울먹이던 마지막 장면

마지막 공동육아일기

그날을 생각하면 또 괜히 눈물이 나려 한다. 모든 것의 마지막 순간은 아쉽다. 터전, 선생님, 친구들, 아마들과의 마지막 만남.


마지막이라는 의미가 더 이상은 없다는 것임을 알기에 안타까워진다. 지금 여기서 흔한 ‘마지막이 있기에 또 다른 시작이 있다’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 그저 생각하면 먹먹해지는 그 순간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 이런 순간은 시간이 더 흐르고 나면 가지고 싶어도, 느끼고 싶어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날 터전 앞에서 눈물을 숨기느라 들어가지 못했던 그때. 마지막으로 터전을 나오면서 다시 눈물이 흐르던 그때. 그때의 감정이 아직 이렇게 언제든지 살아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터전 마당에서 마지막 흙놀이


20190628


결국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정신없이 준비하고 정리하느라 하루하루 바쁜 날들을 보내느라 실감이 안 나고 있었다. 굴렁쇠 마지막 하원을 하러 가면서 그동안의 감정이 한꺼번에 몰려오면서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굴렁쇠와 다시는 함께 할 수 없다는 아쉬움 하나 때문이었다. 나와 파랑이 좋아하고, 아들의 전부인 굴렁쇠를 영영 떠난다는 생각에 계속 흘렀다. 눈물을 참느라 선생님들, 아마들과 제대로 눈도 잘 마주치지 못하고 인사도 잘 나누지 못하고 마지막 하원을 했다.


이번 주 화요일에 선생님들을 집으로 초대해서 저녁 식사를 대접하며 인사를 나눌 때만 해도 오히려 파랑이 울먹이는 것을 달랬던 나였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이 오자 한순간에 감정선이 무너져버렸다. 집으로 선생님들을 초대하기 전날부터 기대가 컸던 아들을 보면서 흐뭇했었고 선생님들의 편지와 선물을 받았을 때도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어서 행복했다. 다 같이 단체사진도 찍고 집에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우쿨렐레도 기증하며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그날 밤에는 아들이 엄마 아빠와 함께 굴렁쇠 티셔츠를 입고 자자고 하여 세 가족이 연두색 티셔츠를 입고 잠들기도 했다. 다음날도 굴렁쇠 티셔츠를 그대로 입고 등원한 아들이었다. 이별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는 듯하여 괜히 마음이 짠했다.


어제는 정든 집과도 안녕 인사를 했다. 모든 짐을 정리해서 처갓댁으로 들어가서 잠을 자고 오늘 굴렁쇠에 마지막 등원을 했다. 그날 있는 아들 환송파티를 위해 수박, 떡, 과자를 사서 함께 등원을 시켰다. 등원 후 돌아서며 일찍 퇴근하느라 못 만날 선생님들과 미리 마지막 인사를 아쉽게 나눌 때만 해도 눈물을 참을 수 있었다. 하원하러 가기 몇 시간 전부터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하더니, 차를 타고 운전하러 가면서 이렇게 아들을 데리러 가는 게 마지막이라고 생각이 들면서, 아들은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약 2년 4개월 간의 굴렁쇠 공동육아 생활이 모두 머릿속에 떠올랐다.


물론 힘든 시간도 많았다. 괜히 남들과 다르게 뭐 하는 건가 싶은 순간도 있었다. 돌이켜보니 공동육아는 옳고 그름의 문제도 아니었고 더 낫고 나쁘고의 문제도 아니었다. 선생님과 다른 아마들과 함께 공동으로 내 자식처럼 우리 아이들을 키우는 관계의 배움이었고, 그 터전이 바로 어린이집이었다. 일기를 남기는 지금도 순간순간 아쉬운 이 몰려오지만 파랑의 말처럼 앞으로도 예전처럼 매일매일 부대낄 수는 없어도 살아가며 연락하고 가끔 만나면서 지금을 추억하고 서로 안부를 묻는 우리의 친구, 아들의 친구처럼 지내면 좋겠다.


이것으로 굴렁쇠 공동육아일기는 끝이 난다. 굴렁쇠가 이번 우리 가족의 결정에 큰 힘이 된 것을 감사하며 앞으로도 많은 아이들과 아마들에게 함께 살아가는 힘을 줄 것을 믿는다. 우리의 다음 이야기가 쓰일 호주 생활을 기대하며 굴렁쇠와의 작별을 고한다.


꼭 굴렁쇠로 편지 보내자 아들! (이제 한글도 쓸 수 있으니 더 미루지 말자 ^^;;)


선생님들께서 주신 작별 편지 / 항상 그림을 그리던 아들



* 아빠로서 모자라고 부족한 저에게 큰 가르침을 준 공동육아 어린이집과의 인연은 믿기지 않는 행운이었습니다. 그동안 함께하는 육아를 알아가는 여정을 담은 '공동육아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든 것의 시작을 전 소중하게 여깁니다. 처음 아빠로서 스스로를 자각하고 돌아보게 만든 그곳이 그렇습니다. 그 이후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어진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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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제가 쓴 책이 나왔습니다. 애만 만들고 아빠인 척하던 제가 변해가는 이야기입니다. 아닌 척 모른 척했지만 저도 그저 엄마가 애를 키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 많아져서 함께하는 육아가 당연해지는 날을 꿈 꿉니다. 책 표지에 적어 둔 것처럼 인세 수익은 모두 필요한 아이들에게 기부합니다. 다른 욕심 없이 오로지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져서 세상이 변하길 바랍니다. 아이가 있거나 아직 없거나 다 컸거나 심지어 없을 예정이어도 읽으면 좋습니다. 엄마 아빠가 함께하는 육아를 아이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이해해야만 바뀌기 때문입니다.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필요한 분들에게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순간을 나눌 수 있어서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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