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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mmyhslee Jul 31. 2019

화물 중개시장의 위기와 기회

<베테랑>의 배기사가 힘들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

영화 <베테랑>을 보면 정웅인 배우가 연기한 배기사라는 캐릭터는 영화 속 사건의 발단이 되는 인물이다. 외주 하청업체의 일방적인 계약해지로 임금을 받지 못하게 된 배기사가 조태오 실장을 찾아가며 발생하는 에피소드를 그렸기 때문이다.


이렇듯 영화에서 화물차 운전기사는 사회적 약자이며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캐릭터로 그려졌다.

무엇이 화물기사의 이미지를 이처럼 만들었을까?


이번 글에서는 국내와 해외 화물 중개시장의 현황과 이 틈새를 파고들어 어떤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지에 대해 두세 차례에 걸쳐 적어보려고 한다. 그 첫 번째 글에서는 화물시장이 어떻게 망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적었다.


1) 국내 육상운송업

- 육상 운송업은 대한민국 전체 운송물량 중 90% 이상을 처리한다(기차, 화물, 택배 등). 우리나라의 지리 특성상 육상물류가 중요할 수밖에 없고 또 한국에 가장 적합한 운송수단이기 때문이다.


출처 : SK증권 리포트


- 운송 업체수 역시 압도적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른 국내 전체 운수업 업종별 기업체수 37.5만 개 중 94%에 해당하는 35.4만 개가 육상 운수업체로 국내 운송은 육상운송이 주도하고 있다. 종사자수 역시 93만 명으로 높다.

- 하지만 전체 운수업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5.6% 수준이며, 35만 개 중 연간 매출액 5천만 원 미만의 영세 사업체가 30만 개에 달한다.

- 이를 종합해보면 육상운송업체 상당수가 영세한 기업체라는 말이기도 하고, 진입장벽이 낮아 과당경쟁이 진행 중인 산업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비효율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출처 : 통계청


화물차 산업이 속해있는 국내 도로화물 운송업 종사자수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다음 편에서 미국의 사례를 이야기하겠지만 미국은 종사자수, 즉 기사의 숫자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공급자인 기사 총량이 줄어드니 수요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운임단가는 상승하는 추세에 있는 것이 미국이다.




출처 : 통계청


반면 한국은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도로화물 종사자수는 꾸준히 늘어 매년 1~2%의 증가세를 보인다.

여기에 운송기업 전체 매출액에서 차주들의 매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63% 수준에서 2016년 59%까지 오히려 하락하는 모습을 나타냈고 그 절대액마저도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통계청 자료).




2) 국내 화물시장의 현실과 기사 처우


앞서 영화 베테랑의 사례를 통해서 이야기했지만, 국내 화물기사의 열악한 영업환경이나 처우 문제는

영화나 언론 보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우리 사회에 문제 중 하나다.  이처럼 한국 화물시장에 대한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것은 고질적 문제로 꼽히는 계약구조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유통업계의 숙제인 유통구조 개선. 복잡하게 얽혀있는 유통구조를 간소화하여 공급자와 수요자 간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효율을 끌어올리자는 것이 그 취지이다. 직판 매장이나 농부시장 등이 그 예다. 최근에는 온라인 쇼핑 활성화로 다양한 스타트업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유통시장의 구조는 과거보다 간소화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업계에 속하는 화물운송의 경우 여전히 복잡한 계약구조가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고 시장의 균형을 위협하고 있다.

혁신되지 않은 화물 중개 시장은 여전히 화주에서 기사까지 3~4단계를 거쳐야 도달할 수 있다


#국내 화물 운송 종사자의 처우가 부진한 이유는?

- 이처럼 국내 화물차주들의 수익구조와 처우가 열악한 것은 복잡한 계약구조와 이로 인해 기사들의 수입이 크게 희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 기사들은 보통 3~4단계를 거쳐야 화주 물량을 운송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만큼 화주에서 기사까지 내려갈수록 마진이 점진적으로 낮아지는 구조다

- 특히 계약물량의 경우 대형 화주와 원청 간의 계약이 중요한 만큼 단기간 내 처우를 개선하긴 어렵다

- 다만 Spot 물량에 해당하는 콜 화물의 경우 단가가 상대적으로 높다. 하지만 이 역시 중간 단계가 복잡하다 보니 화주는 비싸다고 느끼지만 기사들은 여전히 가격이 낮다고 느끼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발생한다.

- 이는 화주와 기사를 이어 줄 수 있는 제대로 된 플랫폼이 부재해 콜 일감이 원활하게 제공되지 못하고 있으며, 존재하는 중개업체마저도 중간 마진을 높게 가져가다 보니 화주와 기사 모두 불만족스러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화주들의 선택은...

- 이러다 보니 차주들은 하청업체를 찾아 불리한 계약을 맺거나 과적 등 무리한 운송을 감행하는 경우도 잦다

- 여기에 지입 화물차 기사는 하청 업체와 근로계약 대신 위탁·도급 계약을 맺고 일하는 ‘특수고용 노동자’로 분류된다. 회사에 소속돼 월급을 받지만 ‘개인사업자’로 등록돼 산업재해 인정을 받을 수 없다. 이들에겐 근로기준법도 적용되지 않는다. ‘주 52시간’ 의무도, 퇴직금과 4대 보험도 적용되지 않는다. 그리고 만약 지입 화물차 기사가 주중 하루 쉰다면 운송업체는 외부 차량 1~3대를 불러 대신 배송하게 하는 ‘용차비’ 명목으로 월급에서 10만~30만 원을 삭감한다. 지입 화물차 기사의 일당은 약 14만 원 수준인데 하루 종일 일해도 ‘용차’가 발생하면 일당을 훌쩍 넘는 돈을 지불해야 한다(출처 : SK증권 유승우 애널리스트 리포트 참조)

- 결국 이러한 상황에서 콜 물량이라도 단순한 계약 구조로 변화시키고 화물기사들의 처우를 개선해 서비스 수준을 개선하며 화주와 화물기사가 모두 상생하려면 플랫폼 업체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출처 : SK증권 리포트

상황이 이러다 보니 화물차  대가 창출하는 매출액 역시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사실 공급이 꾸준히 늘어남에도 매출이 유지된다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 최근 택배, 배달 시장이 성장하며 시장 수요 역시 꾸준히 증가하기 때문인데, 문제는 지입계약 구조상 실질적인 차주는 화물기사가 아닌 업체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장의 성장이 차주들에게 돌아가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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