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커머스를 전개하기 위한 전략과 조건들
[Intro : 스타벅스MD가 주는 인사이트]
스타벅스 MD는 매 출시 때마다 큰 이슈를 몰고 온다. 수량이나 시즌이 제한되어 있는 것은 기본이고 굿즈 사재기를 막기 위해 사이렌 오더 횟수를 제한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스타벅스 MD를 갖기 위해 매장을 찾고, 프리퀀시 이벤트가 시작되면 거의 대란에 가까울 정도로 사람이 몰린다. 스타벅스의 MD 정책이 가져오는 사회적 이슈를 고려하더라도, '도대체 왜들 이렇게 스타벅스MD에 집착할까?'는 누구나 한 번씩 생각해봤을 법하다.
기본적으로 스타벅스는 커피를 판매하는 프랜차이즈 카페 기업이다. MD 판매는 스타벅스에서 메이저 한 사업은 아니다. 정확한 매출 비중을 공개하진 않지만 스타벅스 본사 기준 대략 10% 내외일 것으로 추정된 되며 자사 브랜드 로열티 및 브랜드 이미지 제고, 홍보 효과 등이 주요 목적일 것이다.
'스타벅스'라는 브랜드는 스타벅스 법인이 갖고 있는 최고의 IP다. 이 기업은 본인들이 갖고 있는 IP를 활용하여 IP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디즈니가 마블이라는 IP를 보유하고 있고, 엔씨소프트와 SM이 리니지, 에스파라는 IP를 갖고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IP 비즈니스 성장의 기본 전제는 IP의 확장이다. 한 IP가 얼마나 많은 산업군에 진출하여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느냐에 따라 마켓이 확대되고 매출이 늘어난다. 영화, 게임, 음원, 캐릭터 등의 IP가 서로의 영역으로 진출하고 MD를 판매하며 저변을 확장해나가는 것이 그 경우다.
다만 이런 전통적인 IP가 아니라 스타벅스와 같이 브랜드를 하나의 IP로 정의하고 이 브랜드 IP가 확장되는 것을 'IP 기반의 브랜드 커머스'라고 정의해 보았다. 최근 떠오르고 있는 브랜드 라이센싱 비즈니스 역시 이런 범주에 들어온다. 예컨대 최근 패션업계 기업가치 1위를 차지한 F&F가 대표적인 라이센싱 비즈니스 업체인데, 이들은 MLB, 디스커버리 등 이종산업 브랜드를 라이센싱하여 패션 브랜드로 만들었고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본인의 브랜드라면 로열티가 없을 것이고, 외부 브랜드를 라이센싱 했다면 로열티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이 다르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aver?mode=LSD&mid=sec&sid1=101&oid=015&aid=0004628765
[Case : 브랜드 커머스 전략의 사례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스타벅스 이야기를 하자면, 사람들이 이 브랜드를 찾는 이유는 명확하다. 스타벅스가 갖고 있는 브랜드 이미지 덕분이다. 스타벅스는 애플, 코카콜라, 나이키 등과 함께 미국의 대표적인 톱티어 브랜드다. 애플이 프리미엄, 첨단, 세련됨, 미니멀 등의 이미지를 갖고 있고 코카콜라가 클래식, 청량, 오리지널, 편안함, 나이키가 도전, 열정, 동기부여, 트렌디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처럼 스타벅스는 이 중에서도 가장 서구스럽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갖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뉴욕 시티의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세련되고 포근한 이미지도 갖고 있다. 이러한 이미지는 커피에서 MD로 그 제품군이 확장되어도 훼손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영향력을 더욱 확대했다.
브랜드 커머스를 전개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기존 제품을 어떤 또 다른 제품군으로 확장할 것인가?'를 정하는 것이다. 브랜드 파워가 강하지 않더라도 제품군 선택에 따라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스타벅스라고 하더라도, MD가 스타벅스 로고 티셔츠라고 생각한다면 구매가 조금 망설여질 수 있다. 패션은 커머스 중에서도 가장 센시티브 한 영역이기 때문에 보통은 문구, 생활용품, 장식품, 레저용품 등 진입장벽이 조금 더 낮은 영역의 확장을 우선시한다. 같은 이유로 애플 모자나 코카콜라 로고 신발 등이 상대적으로 매력적이지 않은 것과 같다. 한두 번은 재미로 소비할 수 있지만 지속적인 비즈니스로 자리잡기 어려운 것이다. 브랜드와 어울리는 제품군이 어느 쪽인지 우선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다른 사례를 보자. 무인양품(MUJI)은 생활용품과 가구류, 패션 브랜드 등 다양한 상품군을 구성하는 데 성공한 케이스다. 모던한 라이프 스타일과 심플함을 강조하는 콘텐츠 & 브랜딩에 집중했다. 이것이 가장 예민해할 수 있는 패션 제품군에서의 성공적인 랜딩을 도왔다. 생활용품의 제품적/기능적 측면만 내세웠다면 카테고리 확장은 어려웠을 것이다. 사람들 머릿속에 한번 각인된 이미지를 바꾸기 쉽지 않을뿐더러, 특히 그게 생활용품과 패션 사이에 거리감이라면 더욱 컸을 것이기 때문이다.
*무인양품은 브랜드가 아니라고 하지만 사실상 브랜드로 본다.
브랜드 라이센스로 잘 나가고 있는 MLB나 디스커버리, 내셔널지오그래픽 역시 그 자체로 강력한 IP다. 하지만 이들은 Contents가 main Product다. 실물 상품이 아닌 본인들만의 콘텐츠를 글로벌로 서비스한다. Pro-Sports나 TV Channel이라는 카테고리에 포함되어 있지만, 그들이 갖고 있는 콘텐츠가 무형의 브랜드 이미지를 생성하고, 이 자체를 소비하고픈 구매층이 형성되며 자연스레 카테고리 확장이 가능해진 것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실물 Product가 중심인 경우 탑티어 브랜드가 아니면 브랜드 커머스를 전개하기가 쉽지 않다. 애플, 나이키, 코카콜라 등은 실물 Product가 메인이며 글로벌 톱티어 수준의 브랜드지만 이들조차도 이종산업을 향한 브랜드 커머스는 흔치 않다. 기존 Product가 갖고 있는 이미지가 콘텐츠에 비해 훨씬 강력하기 때문이다. 애플은 그 어떤 기업보다도 완벽한 브랜드를 갖고 있지만 이는 IT HW/SW 영역에서 통용되는 것이다. 이들이 새로운 산업을 펼칠 때는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콜라보레이션'이라는 방법을 통해 제2의 영역에 도전한다. 삼성과 톰브라운이 콜라보하거나, 애플과 에르메스가 콜라보한 것이 그 경우다. 독자적으로는 새로운 영역에 진출하는 것이 비효율적인 만큼 해당 분야의 톱티어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기존 고객에게는 더 높은 브랜드 로열티를 기대해볼 수 있고, 신규 구매자의 저변을 확대할 수도 있다. 큰 영역에서는 콜라보레이션도 브랜드 커머스 전략의 일환인 셈이다.
반면 스타벅스의 경우 커피라는 Product를 제공하지만 전 세계 분포되어있는 매장들을 통해 매일 콘텐츠를 전달하고 있다. 스타벅스 카페가 갖고 있는 분위기, 향, 서비스, 인테리어, 심지어 매장을 이용하는 고객들까지 모든 것이 콘텐츠다. 스타벅스처럼 Product와 콘텐츠를 동시에 공급하는 하이브리드형 브랜드의 경우 브랜드 커머스를 전개하는데 이점이 많다. 그만큼 콘텐츠가 브랜드에 미치는 영향과 힘이 강력한 것이다.
[브랜드 커머스 전략과 조건들]
브랜드 커머스 전략의 첫 번째 전제는 너무나도 당연하게도 적합한 브랜딩이 되어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공하는 재화가 프로덕트인지 콘텐츠인지는 두 번째 문제다. 애초에 소비하고 싶은 브랜드가 아니라면 브랜드 커머스를 전개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기존 프로덕트가 팔리지 않는데 확장된 카테고리의 프로덕트가 팔리는 것은 상당히 흔치 않은 경우이기 때문이다.
잘 만들어진 브랜드가 있다면 보유하고 있는 프로덕트 라인과 콘텐츠를 분석해볼 수 있다. 프로덕트 라인업과 콘텐츠를 통해 형성된 고객들의 브랜드 인지를 바탕으로 현 상황에 대한 분석이 마무리되면, 그다음 세 번째로 브랜드의 기존 이미지와 부합하는 확장 영역을 서치 하는 것이다. 우리의 브랜드가 어떤 카테고리로 확장할 수 있을지 잘 생각해보아야 하는데, 자칫하면 기존 이미지까지 디브랜딩 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최근 트렌드를 보면, 이미지가 한 번 디브랜딩 되기 시작하면 사실상 이를 돌려놓은 데는 너무나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어지간하면 새로운 브랜드를 런칭하는게 빠를 정도다.
패션 영역은 특히 예민하고 파급효과가 강할 뿐만 아니라 빠른 트렌드 탓에 브랜드 생명 주기도 짧은 만큼 가장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 패션 영역에서 브랜드가 노후화되면 기존 브랜드까지 함께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 디자인, 입점 채널, 룩북, 매장 위치 등 하나하나가 브랜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는데 상당히 많은 스트레스가 수반되는 영역이다. 이는 브랜드 커머스의 단점이기도 한데, 하나의 브랜드로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는 만큼 확장된 분야에서 브랜드 이미지가 나빠지면 동기화되어 있는 모든 사업 영역이 타격을 입기 때문에 브랜드와 관련된 의사결정 전반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런 것들을 감당할 수 있는지, 내부에 그런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지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아무튼, 패션 분야가 아니라면 조금 더 유연하게 접근해볼 수 있다. 일반 소모품이나 장식품 같은 영역은 좋은 테스트베드가 되며, 콜라보레이션도 마찬가지다. 우리 브랜드에 로열티를 갖고 있는 고객을 확인해볼 수 있고, 콜라보레이션은 시장에서 우리 브랜드가 어느 위치인지를 파악하는데 상당히 현실적인 도움이 된다. 우리 브랜드가 융화될 수 있는 상대 브랜드가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어떤 곳들인지 대략 파악이 되는데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상대 브랜드를 나열해두면 우리의 브랜드가 어느 카테고리로 분류되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과 현실의 격차를 맞닥뜨리게 되는 순간이다.
[Outro : '브랜드'의 역할과 개념이 확장된다]
기본적으로 브랜드는 유기적이며 소비자에 따라 그 이미지가 결정되고, 또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 내 전 영역에서 통일된 브랜드 전략을 구사하고 점진적인 확장을 택하는 것이 가장 안정적인 방식이긴 하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브랜드가 유기적인 성격을 띠는 만큼 그 전략 역시 정해진 것이 없고 시장 상황과 고객의 수요에 따라 변화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브랜드가 갖고 있는 양날의 검인데 좋았다가도 한 순간에 나빠질 수 있고, 나빴다가도 좋아질 수 있는 여지가 늘 존재하는 탓이다.
이제 브랜드는 하나의 IP로써 새로운 영역에 진입하고 있다. 과거에는 프로덕트를 포장하는 하나의 포장재 역할이었다면, 이제는 그것에서 벗어나 스스로가 하나의 프로덕트이자 콘텐츠가 되어 사업 영역을 확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역시도 고객 니즈와 소비 패턴이 변화했기 때문이고 보다 많은 브랜드들이 이러한 흐름에 올라타는 모습이 점차 늘어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