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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mmyhslee Dec 26. 2021

[단상] 말 잘하는 사람들의 특징

이론과 경험, 그리고 목적을 위한 빌드업

일을 하다 보면 상당히 많은 부분이 ‘의견의 전달’이고 '소통'이다. 또 일어나는 대부분의 문제도 '소통'이다.


소통이 안되어서, 의미가 다르게 전달이 되어서, 제대로 말했는데 못 알아들어서,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서, 이해를 못 해서, 말을 잘 못해서.. 등등 정말 많은 이유로 소통상의 문제가 발생한다. 반대로 소통 능력이 뛰어난 경우 함께 일할 때 선호하는 협업 대상으로 지목된다.


어느 사회에 속하여 살아간다는 것, 특히 회사라는 조직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이런 수많은 종류의 소통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우리는 이렇게 누군가와 이야기하다 보면 어떤 사람과는 굉장히 소통이 잘 되는데, 어떤 사람과는 어렵다. 당연한 일이다. 큰 틀에서 소위 '케미'가 작용하기도 하지만, '그 사람이 어떤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보유하고 있느냐'역시 매우 중요하다. 답을 내릴 수는 없지만 내가 일하며 만났던 사람들 중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뛰어난 사람, 즉 소통이 잘된 사람들의 정의를 내려보니 대략 3가지 정도의 부류로 정리되는 것을 발견했다. 물론 여기에는 나와의 케미 또한 적용했을 것이고 개인적인 취향도 상당히 반영되어 있어서 답이 될 수는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싶다.



1. 이론이 탄탄한 유형

대개 오래 공부를 했거나, 상경계 혹은 이공계열 분들과 이야기할 때 이런 느낌을 많이 받았다. 테크니컬 한 분야일수록 이론을 기반으로 한 인과관계가 명확하기 때문에 더욱 그럴 것이다. 이런 분들은 이야기할 때 이르게는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 이후에 배운 이론에 대한 기억력과 응용력이 상당히 좋다. 전하고자 하는 의견에 이론을 더한다는 것은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단순히 내가 생각해서 나온 개인의 의견이 아니라, '수많은 학자들의 연구와 검증이 뒷받침된 결과물' 임을 의미한다. '이론'이란 (적어도 현시점까지는) 많은 연구자와 과학자들이 밝혀낸 일반화된 명제를 말하기 때문이다. 상대방 입장에서 이를 반박하기 위해서는 그 이론을 부정하거나 그 이론과 현재 우리가 의사결정해야 하는 이슈가 어떻게 차이가 있는지 풀어내야 하기 때문에 설득력이 괜찮은 편이다. 특히 양쪽 의견의 차별성이 크게 없을 때(둘 중 뭘 선택해도 좋거나, 뭘 선택해도 애매한 경우) 이론이 뒷받침되면 대세가 급격하게 기우는 경우를 많이 봤다.


나는 개인적으로 경영학 이론이나 소비자 이론을 좋아하는데, 경영/경제 분야라는 것이 자연과학보다 인과관계가 약하기 때문에 이론이 절대적인 답이라고 해석하면 큰일 나지만, 말의 신빙성을 더하거나 대화할 때 흥미로 언급하면 말에 무게감을 더하거나 신뢰를 향상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이론파'는 기본적으로 지식량이 상당히 풍부하고 경험이나 사례보다 이론을 더 믿는다. "그거 해봤는데 안돼요" 보다는 "어떠한 규칙이나 법칙이 존재하는데, 그걸 근거로 생각하면 해당 방법은 적절치 않다"라는 식의 답변을 준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도 경험보다 이론이 더욱 근본이 되는 지식이다 보니 신뢰를 주기도 한다. 실리콘밸리의 tech 기반 창업자나 CEO들이 이런 성향을 매우 뚜렷하게 보인다.



2. 실전 경험이 많은 유형

실전 경험은 양날의 검 같은 존재가 된다. 단순히 경험이 많기만 한 것은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업무에 방해만 되며 '꼰대'같은 이미지를 줄 뿐이지만, 경험을 통해 얻은 것이 의미가 있고 이를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경우라면 대화할 때 '구루'의 이미지를 준다. 경험은 실제 본인이 겪어야 하고, 또 어느 정도 시간의 투입이 필요하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가질 수 없고, 경험의 타입도 모두 다르기 때문에 매우 유니크하고 소중한 것이다.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사람을 인터뷰할 때 꼭 물어보는 질문 중 하나도 바로 이 경험과 관련된 것이다. 그는 면접자가 자신의 커리어를 어떻게 그려가고 있으며, 그 안에서 어떤 의사결정을 하고 또 프로젝트를 수행해 나갈 때 그 안에서 어떤 고민을 하며, 프로젝트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어느 디테일까지 본인이 기여했는지 등을 확인한다.


대화할 때 경험을 잘 활용하는 사람은, 본인의 경험을 일방적으로 이야기하거나 의사결정의 결과에 포커스를 맞추기보다, 의사결정을 할 때 했던 고민들이나 의사결정의 과정, 그로 인해 발생한 결과와 사후 대처 등 과정에 집중한다. 경험은 [사건 -> 의사결정 -> 결과]로 축약되는데, 같은 사건과 의사결정이 내려진다 하더라도 조직상황에 따라 그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과정을 통해 어떤 것들을 배웠으며, 이를 지금 상황에 맞게 적용하고 더 나은 의사결정을 위해 어떤 수정이 필요한지 의견을 모으는데 집중한다. 모두의 의견이 흩어져 있고 길을 잡지 못할 때, 누군가 경험을 통해 키워드를 정리해주고, 우리가 집중해서 고민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가이드를 줄 수 있다면 모두가 좋은 동료이자 좋은 소통이라고 느낄 것이다.


국내에 많은 전문경영인이나 창업자들은 상대적으로 '경험' 유형이 많은 듯하다. 최근 생겨난 테크 기반의 스타트업 창업자들만 보면 1번 '이론' 유형이 많이 늘어나고 있으나 여전히 '경험파'의 강세가 뚜렷해 보인다. "내가 이런 정책을 시행해봤는데 아주 좋은 성과를 냈으니 여기서도 한 번 해보자"보다는 "나에게 이런 경험이 있는데 이걸 우리 조직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변수는 어떤 것이 있고 이를 어떻게 바꿔보면 좋겠다"는 식으로 과정을 설명하고 주변의 의견을 모으는 대화법이 '경험'을 활용하는데 가장 유용하다.     



3. 이야기 빌드업이 좋은 유형

1번과 2번의 경우 절대적인 학습의 시간과 사회경험이 필요한 영역이다. 주로 최소 7~8년 차 이상의 프로 직장인에게서 나타나는 유형이라면 3번의 경우에는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주니어들에게서도 발견된 유형이다. 기본적으로 세 유형 중 가장 달변가이고, 딱 들었을 때 '말을 굉장히 잘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1:1 미팅뿐만 아니라 단체 회의 때도 빛을 발하는 스타일이며 부족한 이론과 경험을 대화의 '빌드업'으로 메운다(물론 아무런 내용도 없이 빌드업만 좋은 경우는 제외해야 한다).


예컨대 본인이 주장하는 바를 전달하기 위해 나름의 테스트와 데이터를 준비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풀어낸 뒤 본인이 원하는 바를 대화의 서두와 말미에 두 번 이야기하는데 서두에는 아주 간단하게, 말미에는 좀 더 풀어서 설명한다. 말을 할 때는 어떤.. 저.. 그런.. 어.. 에.. 등 같은 연결어를 많이 쓰지 않는다(저는 좀 많이 쓰는 것 같아요..). 전체적으로 말수가 많지 않고 속도도 적당하고 전하고자 하는 말만 미드 템포로 간략하게 하는 편이다. 적고 보니 굉장히 디테일해졌는데 사실 이런 유형을 1,2에 비해 엄청 많이 만나보진 못해서 머릿속에 구체적으로 떠오르는 몇몇 친구가 있어 더 그런 것 같다. 다만 그런 유형을 만났을 때 개인적으로는 매우 부럽기도 했고 대화에서 배울 점들도 많았다. 타고난 부분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성향적으로 좀 더 차분하고, 굳이 분류해보면 임기응변에 뛰어나기보다는 이야기 하고자 하는 바를 사전에 잘 정리해서 오는 편이라고 느껴졌다. 면접에서도 이런 유형을 몇 번 만났는데 굉장히 좋은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commentary

나름의 조직 경험을 통해 쌓인 사례를 정리해보았는데, 계속 말씀드리는 것처럼 개인적인 취향이자 의견이고, 사람마다 충분히 다를 수 있음을 알아주셨으면 좋겠고, 부끄럽게도 저 스스로도 이 유형에 속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역량을 가져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비슷하게 공감하실 수 있는 분들이 있다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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