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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mmyhslee Jan 16. 2022

[단상] 나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 방법에 대하여

나와 보내는 시간, 나와의 대화

[왜 나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는가]

팬데믹으로 사회관계가 줄어든다고는 하여도, 우리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교류한다. 특히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에 살수록 끊임없이 새로운 관계가 생성되고 끊기길 반복한다. 완전히 고립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거의 없고, 대부분이 자의와 타의에 의해 대중과 사회의 영향을 받게 된다. 관계를 지속하다 보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이야기와 감정에 신경 쓰고 귀 기울이는 것이 일상화되는데 그렇게 사회가 흘러가는 흐름 속에 나의 감정과 방향도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어느샌가부터 '나'의 목소리를 듣는 빈도수가 현저히 줄어든다.


물리적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과 나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전혀 별개의 일인데, 혼자만의 시간을 갖더라도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이야기, 즉 콘텐츠나 엔터테인먼트를 소비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갖게 때문이고, 이는 결국 또다시 내가 아닌 다른 이야기를 듣는 행위다. 그렇다면 우리는 도대체 언 제 '나'의 이야기를 듣는 걸까?


'나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나와 시간을 보내는 행위'가 선제되어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사회 속에서 더 나은 '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잠시 사회와 멀어져 나를 돌볼 수 있는 '떨어짐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나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내가 원하는 것을 알기 위해서다. 하루에도 수 없이 많은 결정을 내리는 우리는 그 선택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가져오게 될지, 이로운 것인지 그렇지 못한 것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쉽게는 내가 정말 그것을 원하는지 아닌지도 모르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도대체 누가 그렇게 생각 없이 사는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도 그렇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이런 식의 의사결정을 내린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부족하고 알지 못하는 존재들이다. 


우리는 왜 이런 바보 같은 행동을 반복할까? 그것은 스스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이야기를 들어본 적 조차 없기 때문이라고 난 생각한다. 그렇기에 남의 이야기를 듣고, 다른 사람의 감정에 신경 쓰는 만큼 스스로와 대화하는 시간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내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사람은 나 자신이다.



[대화를 위한 준비]

나와의 시간은 어떻게 보내야 할까? 답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기본적인 방법은 이미 우리가 알고 있다. 


당연히 물리적인 거리와 시간을 무시할 수 없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야기하고 싶은데 굳이 다른 친구를 또 부르지 않는 것처럼 나와의 대화도 나 혼자서 이뤄져야 한다. 다른 무언가가 개입할 수 없는 독립적인 상황이어야 하고, 또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내 안의 소리를 이끌어내는 과정은 짧은 시간에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게 물리적인 공간과 시간이 확보되면 대화하는 방식을 결정해야 한다. 소위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하는 유명인들의 인터뷰를 보면 누군가는 샤워를 하며 생각을 정리하고, 누군가는 산책을, 또 누군가는 명상을 통해 생각을 정리하는 것을 으레 형식처럼 이야기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우리에게도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 그들이 돈을 많이 벌었거나 대단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그 방법을 누구보다 잘 찾았기 때문인데, 기본적으로 나와의 대화는 몸과 마음에 '여유'가 있어야 가능하다. 결코 사치스러운 행위가 아님에도 나와 시간을 갖는 일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어서 어지간한 고급 취미 보다도 실행하기가 어렵다. 몸과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 그렇다. 어쩌면 그 방법을 찾았기 때문에 그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적인 결과물들을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나와 보내는 시간은 사회적인 성공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나를 예로 들면 등산과 산책을 좋아하고, 또 가끔 여행도 나와의 대화 방법으로 선택한다. 요즘은 명상을 시도해보고 있다. 당연히 이 모든 것은 혼자 이뤄진다. 개인적으로 샤워할 때는 딴생각을 하진 않고 그냥 샤워만 하는데 샤워를 통해 생각을 정리하는 사람이 꽤 많다는 것을 최근 느꼈다. 가벼운 대화는 산책이나 명상 정도로 진행하고, 한 해를 마무리할 때에는 장 시간 등산이나 여행 등을 통해 보다 긴 시간 대화한다. 평소에 자주 대화를 하면 연말에 굳이 무리해서 긴 대화를 할 필요는 없다. 


[대화 주기와 빈도]

한 번에 몰아서 하는 것보다 적어도 1주일에 1회 정도는 진행하고, 그 이상은 자신만의 주기를 설정해주는 것이 좋다. 나 같은 경우는 하루에 1번, 그리고 1주일에 1번, 그리고 이후에는 시간의 기준보다 큰 결정과 이벤트가 나타날 때 비정기적으로 진행하고 매 년 마무리 때 여행 등을 통해 긴 대화의 시간을 가진다. daily 대화는 퇴근길에 주로 이뤄지는데 어차피 하루에 발생하는 이벤트나 의사결정의 절대량이 엄청 많지 않아 30분~1시간가량 이어지는 퇴근길에 충분히 정리가 가능하다. 다만 이걸 강박을 갖고 하진 않고, 사정이 있어서 못하면 그냥 그대로 다음날 몰아서 한다. 자연스러운 루틴이 되어야지 임무가 되어버리면 이 조차도 매우 힘들다. 


[이제는 대화 주제]

아무튼, 그렇게 나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물리적 거리와 시간을 확보하고 본인만의 대화방법(위에서 말한 명상, 산책, 샤워 등)을 찾았다면 이제는 어떤 대화를 할지 주제를 정해서 나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지난 일에 대한 복기가 있을 것이다. 오늘 하루, 지난 한 주, 그리고 한 달, 일 년 동안 나에게 벌어졌던 일들과 내가 내린 결정, 그 결과들, 감사함, 성취, 행복, 후회, 무력함, 슬픔 등 많은 감정들을 나열하고 순서대로 복기한다. 헷갈리니까 시계열대로 하는 것이 좋다. 매일 진행한다면 그날 있었던 일들 중 주요하게 내렸던 결정과 사건에 대해 복기한다. 어떤 정보와 선택지가 있었고, 어떤 결정을 내렸으며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차근차근 다시 생각해본다. 달라질 것이 있는지, 어떤 대응이 필요할지 등인데, 이것만 하면 너무 사무적인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내 본능과 감정이 어땠는지를 물어봐야 한다. 루틴 한 대화들은 이렇게 복기 형식으로 진행하면 되고, 큰 의사결정이나 이벤트가 있을 때는 한 가지 주제를 놓고 깊게 생각한다. 


한 해를 마무리하거나, 전반적인 정리가 필요할 때는 나의 목소리를 듣고 이해하고, 자존감을 잘 챙겨주며 미래지향적으로 사고해야 한다. 이때 잘 정리한 마음이 상당기간 삶을 대하는 나의 태도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방법은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두고 비교해보는 식이 있는데, 몇 년 전 내가 생각하고 갖고 있던 것들과 현재의 나를 비교하며 무엇이 달라졌고, 나아진 것은 무엇이며 부족해진 부분은 무엇인지 놓고 생각하면 좀 더 명확하게 할 수 있다. 잘 이뤄온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칭찬하고 뿌듯해도 될 것이며 결코 과소평가하지 않아도 괜찮다. 작은 일이더라도 잘 한 부분을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나 스스로를 비판하고 억누르는 대화가 될 수 있기에 신경을 써줘야 한다. 잘못했다고 느끼거나 성장하지 못한다고 느끼는 부분은 후회하고 다그치기보다 미래지향적으로 사고하면 되는데, 앞으로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정리하고 준비하는 것이다. 이미 지난 일에 대해서는 팩트 중심으로 인과관계를 정리하며 겸손하게 받아들이면 될 것이고 이를 위해 앞으로 무엇을 할지 감정적으로, 또 방법적으로 생각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스스로와의 대화가 후회와 반성으로 점철되지 않도록 조심하자. 


[Outro]

나와의 대화를 한다고 표현했지만, 사실 이런 행동들은 모두 조각조각 흩어져있는 생각을 정리하는 방법이다. 이것을 대화라고 생각하면 좀 더 접근하기 쉽기 때문에 그런 표현을 적어보았다. 방법들은 개인적으로 정리한 것들이기 때문에 사람마다 적용하는데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생각을 갖고 살아가는지, 또 왜 계속해서 자존감이 낮아지는지 그 이유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침이 되길 바란다. 


나와의 대화가 잘 이뤄지면 타인과의 대화도 진전이 있을 것이다. 내 얘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은 당연히 다른 사람의 감정과 이야기에도 귀 기울일 것이며 나와 타인의 이야기 사이에서 적절한 밸런스를 유지할 방법을 더 빠르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길에서 만난 귀여운 고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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