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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mmyhslee Feb 11. 2022

[단상] 잠시 중단되었던 KTX 매거진 이야기

기차여행 중 찾아본 'KTX 매거진이 중단되었던 이유'와 그 이면의 이야

가끔 기차를 탈 일이 생기면 좌석에 꽂혀있는 KTX 매거진을 꼭 봤습니다. 어딘가로 떠나고 있는데도 책장을 펼치면 또 다른 새로운 곳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하는, 그런 두근거리는 내용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매니아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기차를 타면 꼭 보는 루틴 중에 하나였는데 지난해 12월 부산 가는 기차에서 매거진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2월 다시 기차를 탔는데 그 자리에 다시 돌아와 있었죠. 무슨 일이 있나 싶어 보았더니, 제작 업체가 변경되어 있었습니다. 성우애드컴이라는 회사가 만들던 것이 서울문화사로 변경되어 있었죠. 궁금한 마음에 검색을 해보니 기존 위탁업체인 성우애드컴이 부도가 났더군요.


2015년부터 KTX 매거진을 만들어오던 성우애드컴은 업계에서 꽤 규모가 있는 편에 속했습니다. 연매출이 100억을 넘고 꾸준히 이익을 내오던 이 회사가 갑자기 어떤 이유로 부도가 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경영난이었을 수도 있고요.



문제는 그다음에 발생했는데  회사가 70 명의 프리랜서 창작자들에게 6 원이 넘는 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잡플래닛을 보니 직원 월급도 밀릴 만큼 경영난이 심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기사에  나와있고, 여기까지만 봐도 성우애드컴이 부실화되는 과정에서도 무리하게 사업을 이어왔다고 보입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8/0002560940


근데 그 뒤에 또 문제가 있었습니다. KTX 매거진의 사업 운영 방식인데요, 한국철도공사가 차내지 공모를 올리면 제작업체들이 비딩을 통해 계약을 따내는 건데 공모 가격이 3억 원 규모이고 제작업체는 매거진 광고로 이 공모 가격과 제작원가를 부담해야 하는 형태입니다. 콘텐츠를 재가공하여 2차 판권을 활용하는 것에는 제한이 있고요. 여기서 COVID-19가 등장합니다. 코로나가 한창 심하던 2020년 9월 공고에서도 같은 가격으로 공모를 진행했는데 아무도 입찰하지 않았고 결국 같은 해 11월 성우애드컴이 단독 입찰하여 선정되었다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기사에 잘 나와 있습니다.


http://www.travel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3107


결국 이번 일로 모두가 피해를 봤습니다. 한 회사는 부도가 났고, 이로 인해 많은 창작자들이 금전적인 피해를 보았으며 이 분들에 비하면 별 것 아니겠지만 이 매거진을 기다리던 독자들도 피해자가 되었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변화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한 사업 운영방식을 고수한 철도공사도, 사업을 무리하게 진행한 사업자도 책임을 피할 수 없습니다. 사업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사업자는 무리하게 뛰어들지 않았어야 했고, 그랬다면 이런 피해자들이 발생하지도 않았겠죠. 특히 사업자의 임금체불 문제는 단순히 막판에 경영상황이 나빠져서 발생한 것이 아닌 지속적인 체불이었다는 점에서 상당히 아쉽습니다. 70여 명의 프리랜서 분들은 사진작가, 여행작가와 같은 창작자 분들이었습니다. 그 창작물에 대한 대가는 어디서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그동안은 이런 사정이 있는지 모르고 KTX 매거진을 봤는데 이내 다시 새로운 사업자를 통해 발간된 잡지를 보며 '창작자들은 여전히 같은 일을 하고 있겠지'라는 생각을 하니 다소 씁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당연히 서울문화사는 성우애드컴보다도 훨씬 규모가 크고 재무적으로도 탄탄한 곳이라 이런 사태가 발생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2월 매거진도 풍성한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었고요. 기차에 있었던 두 시간가량의 시간 동안 이 사실을 접하고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디 이후에는 이런 불행한 일 없이 모두가 좋은 콘텐츠를 즐길 수 있길 바라며, 또 이 사태가 지금은 조금이라도 해결되었길 하는 그런 마음으로 기차여행을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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