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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mmyhslee Mar 02. 2022

[영화리뷰] 넷플릭스 <소년심판>이 전하는 메시지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시리즈에 새로운 깊이를 더하다

한줄평 : 영리하고 흥미로운 이야기 전개, 그리고 그 속에 묵직한 메시지


2월 25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소년심판. 총 10부작으로 이뤄진 시즌1이 동시에 공개되었습니다. 연휴를 이용하여 시청했는데, 결론부터 얘기하면 일단 굉장히 재밌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한국 시리즈물 중에 최고였고 흡입력이 매우 강한 스토리라인과 사회적 메시지를 갖고 있었습니다. 최근에 본 돈룩업과 비슷한 감상을 느꼈습니다.


넷플릭스 <소년심판>


그동안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국내 드라마들을 그루핑해보면

좀비 & 크리처물 : 킹덤, 지금우리학교는, 스위트홈

독특한 설정 : 지옥, 오징어게임, 고요의 바다

액션 : 마이네임

사회 이슈 : D.P

정도로 좁혀질 것 같고, 그 외에 K-드라마의 가장 대표적인 장르인 멜로가 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아니지만 갯마을 차차차, 사랑의 불시착, 그해 우리는 등이 좋은 반응을 보여줬고요. 소년심판을 굳이 분류해보자면 D.P와 같은 사회이슈 분류로 봐야하지 않나 싶습니다. D.P가 한국 시리즈물의 스펙트럼을 한 단계 넓혀 놓았다면 소년심판은 그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습니다. 앞선 드라마를 통해 한국에 관심이 높아진 글로벌 시청층에게는 한국이라는 나라를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도 되겠네요.


넷플릭스 시리즈

보통 법 사건 관련 드라마나 영화는 검찰과 같은 수사기관이나 드라마틱한 사건을 맡은 변호사에 초점이 많이 맞춰져 있었죠. 그쪽이 좀 더 다이나믹하고 이야기와 그림을 구성하는데 수월하지 않나 생각이 되고요, 반면 사법부나 판사들의 경우 이미 수사된 사건을 고민하고 판결하는 역할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늘어질 수 있는 그림을 어떻게 10부작이나 되는 드라마로 만들 수 있을까 궁금했는데 스토리로 그 공백을 채웠습니다. 이야기가 정말 탄탄합니다. 물론 중간중간 '원래 저런 건가' 싶을 장면들이 좀 나오는데요, 예컨대 판사가 직접 사건의 배후를 조사하고 개입하는 내용이라던지 말이죠. 아무튼 이를 감안하더라도 이야기 자체는 매우 흥미롭습니다. 이 작품을 쓴 김민석 작가께서 이번 작품이 데뷔작이라고 하니 놀라울 다름입니다. 넷플릭스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요. 더 많은 창작자분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넷플릭스 <소년심판>

일단 가장 큰 특징은 에피소드마다 메인 스토리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입니다. 일단 작품에는 10부 전체를 관통하는 커다란 메시지가 존재하고, 그 외에 캐릭터별로 하나씩 스토리 라인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략 2~3부작마다 하나씩의 에피소드를 전개해가는 식인데요 번잡하게 이런저런 사이드 스토리를 끼거나 주변 캐릭터의 당위성을 위해 억지로 이야기를 맞추는 것이 없이 메인 스토리에 집중하고 각 캐릭터가 하나의 줄기를 향해 달려갑니다. 전개 속도도 빠른 편이고 사건을 여러 각도에서 구성해 보이면서 러닝타임 내내 공백이 거의 없습니다.


특히 푸름 청소년센터 에피소드에서 다각도로 사건을 구성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다양한 생각을 오고 가게 만드는 부분은 법정 장르에서 자주 사용되는 방식이긴 하지만 역시 흥미로웠습니다. 각자의 시각을 통해 관객의 편견과 보이는 부분에 대한 오해들을 잘 활용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작품을 쓴 김민석 작가께서 이번 작품이 데뷔작이라고 하니 놀라울 다름입니다. 넷플릭스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요. 더 많은 창작자분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넷플릭스 <소년심판>

에피소드에서는 우리나라 소년범죄와 관련된 다양한 사건을 다룹니다. 가정폭력, 촉법소년 처벌, 성매매 및 알선, 한국 소년범 시스템의 현주소와 문제점, 부정시험, 학교폭력 등 거의 대부분 문제점을 지적하는데 초반에는 소년범죄에 대한 문제점과 이를 해결하면서 심은석 판사의 해결 방식을 통해 통쾌한 기분을 선사한다면 중후반으로 갈수록 이것이 과연 아이들만의 잘못인지, 어떤 문제 때문에 이런 범죄가 일어나고 또 범죄가 일어난 이후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른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 다양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소년은 결코 혼자 자라지 않습니다.
오늘 처분은 소년에게 내렸지만 
 처분의 무게는 보호자들도 
함께 느끼셔야  겁니다


심은석 판사가 판결을 내리고 하는 이 대사는 많은 울림이 있었습니다. 그게 이 드라마가 가진 가장 큰 힘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드라마지만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 내 주변의 이야기들을 전함으로서 드라마를 보고 나면 무언가 가슴에 남는 것이 있는, 그런 게 이런 사회이슈나 법정 사건을 다룬 작품의 특징이 아닐까 합니다.



캐릭터와 배우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면, 심은석 판사 역할을 맡은 김혜수 배우는 대단했습니다. 그동안에도 좋은 필모와 캐릭터를 선보여왔으나 이번에 맡은 심은석 판사 역할은 배우께서 갖고 있는 이미지와 잘 부합하면서도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표현을 보여주며 캐릭터와의 조합이 최상이었습니다. 물론 현실에 저런 성격의 소유자가 있을까 생각이 들긴 하지만 메인 캐릭터로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데 가장 높은 기여를 했다고 밖에 볼 수 없었습니다. 김혜수 배우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캐릭터 - 배우 간 조합 역시 상당히 훌륭했습니다. 특히 소년범들의 캐릭터나 배우들의 연기가 상당히 좋은 밸런스를 보였습니다. 자칫 과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부분들을 가능한 현실에 가깝게 구현하려고 했던 노력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넷플릭스 <소년심판>


소년법 제1조를 보면,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의 환경 조정과 품행 교정을 위한 보호처분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고,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를 함으로써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적혀있다 합니다. 소년법의 취지는 교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죠.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관객으로 하여금 생각을 자연스럽게 바꾸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처음에는 심은석 판사와 차태주 판사를 대립에 놓고 '어떤 이가 사법 정의인가?' '어떤 이가 이 사회에 필요한 법 집행관인가?'를 선택하게 만들거나, 소년범도 강경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뉘앙스를 풍기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그 화살은 작품을 보고 있는 관객을 향합니다. 결국 누구도 정의가 아닌, 누구 한 사람의 잘못도 아닌 시스템과 사회 전체의 숙제라는 점을 이야기하죠. 우리가 바뀌지 않으면 시스템도 바뀌지 않으며 모두가 관심 갖고 이 문제를 개선해나가야 한다, 그런 메시지를 영리하게 던진 점에서 이 작품이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정말 재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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