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다양성을 막는 벽, 보편가치
지난 글에서 이어집니다.
우리가 더 나은 기업을 선택하고 더 많은 브랜드가 설 자리를 만들어줄 때, 비로소 우리는 피 묻은 빵을 먹지 않을 자유를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선택지가 제한되어 있으며, 이 자유를 위해서는 그 문제를 먼저 직시해야 합니다.
선택지가 줄어든다는 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시장이 건강하게 성장할 기회를 제한하고, 자연스레 소비자의 권리 또한 축소되는 상황을 만들어냅니다.
그렇다면 왜, 브랜드는 다양해지지 못할까요?
많은 이들은 이를 대기업, 과점, 유통망, 자본력 등, 구조의 문제 때문이라 말합니다. 하지만 이는 현상에 지나지 않으며, 더 근본적인 이유가 내재되어 있습니다.
바로, 우리 모두가 비슷한 가치를 바라본다는 사실입니다.
다시 말해, 보편가치의 문제입니다.
보편가치라 하면 흔히 안전, 평등, 정의 같은 추상적 개념만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훨씬 구체적이고,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따르는 선택으로 나타납니다. 안정적이고 무난한 길로 나아가고자, 주변 사람들이 인정하는 선택을 따릅니다.
사회적 기준에 따른 직업, 학벌, 거주지뿐 아니라 소비 습관, 정보 습득 방식까지, 브랜드나 제품 선택에서도 자연스레 대중이 신뢰하는 것을 먼저 고려하곤 합니다.
이는 단순한 외적 기준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흔히 실패를 피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다수가 선택하는 안전한 길을 따릅니다. 대중적 평가를 따라가며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는 것이죠. 하지만 그 ‘실패의 기준’조차 사회가 만들어낸 것입니다.
이렇듯 우리의 선택과 행동 속에는 보편가치가 내재되어 있습니다. 다수가 같은 기준을 따를수록, 시장은 점차 획일화되고 브랜드 다양성은 제한됩니다.
다양성은 모두가 다른 방향을 바라볼 때 시작됩니다.
즉, 가치의 분산에서 출발합니다. 그리고 그 각기 다른 방향성은 고유의 가치관에서 비롯됩니다. 가치관은 거창한 신념서가 아닙니다. 일상에서 내가 무엇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지, 무엇을 양보할 수 없는지에 대한 작은 선택들의 집합입니다.
남들이 선호하는 것을 나의 취향이라 착각하지 않고, 나에게 의미 있는 것을 조금 더 선택하는 것. 그 반복이 저마다의 기준과 취향을 만듭니다. 진정한 다양성의 토대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저마다의 가치를 발견하고 보전하게 될 때 비로소, 서로 다른 브랜드가 설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됩니다.
이를 위해 먼저 자신에게 질문을 품어야 합니다.
“이건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일까?”, “남들이 아니라, 내가 진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붙잡는 순간, 저마다의 소비는 더 이상 무난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한 사람의 선택이 모이면, 시장의 풍경은 조금씩 다채로워집니다.
브랜드 다양성의 부재는 구조의 문제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밀히 들여다보면 결국 가치관의 문제입니다.
다르게 보고, 다르게 믿고, 다르게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시장도 넓고 깊어집니다.
그 속에서야 비로소 우리는 ‘진짜 선택권’을 가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