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히 프롬의 존재적 사고
혹시 위와 같은 프롬프트를 ChatGPT에게 입력해보신 적 있나요?
최근 오픈AI의 이미지 생성 모델인 'ChatGPT-4o'가 출시되면서, 이를 활용해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 지브리의 독특한 화풍을 모방한 이미지들이 온라인에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에 따라 이러한 '지브리풍' 이미지 생성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일었죠.
이에 대해 일부 예술가들과 법조계에서는 이러한 이미지 생성이 스튜디오 지브리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저작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AI 모델이 지브리의 작품을 무단으로 학습하여 스타일을 모방한 것이라면, 이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현재 저작권법에서는 '스타일'이나 '화풍' 자체는 보호 대상이 아니며, 구체적인 표현만이 보호됩니다. 따라서 지브리의 특정 장면이나 캐릭터를 그대로 복제한 것이 아니라면, 단순히 지브리 스타일을 모방한 이미지 생성은 저작권 침해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현재까지 스튜디오 지브리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이와 관련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미야자키 감독은 과거 인터뷰에서 AI가 생성한 이미지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바 있습니다. AI가 그린 결과물은 인간의 감성과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며, 이는 삶 자체에 대한 모욕이라면서요.
이러한 논란은 비단 지브리, 미야자키 하야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산업 혁명을 거치며 누구나 무엇이든 쉽게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며, AI를 비롯한 도구들이 우후죽순 생겨났기에 어디서든 표절의 가능성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죠. 제작자 본인이 미처 표절을 범했는지도, 원작자가 표절을 당했는지도 모르는 경우도 부지기수일겁니다. 표절은 더욱 교묘해지고 창작의 본질은 흐려지고 있습니다.
표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현상은, 물질 중심의 사회에서 우리가 창작을 과정이 아닌 ‘결과물’로서 바라보기 때문에 두드러진다고 생각합니다. 에리히 프롬은『소유냐 존재냐』에서 인간의 삶을 ‘소유’와 ‘존재’라는 두 방식으로 나눴는데요, 여기서 표절은 전형적인 ‘소유’적 사고의 산물에 해당됩니다. 창작을 단지 결과로만 취급하는 태도죠. 무언가를 ‘가짐’으로써 증명하려는 태도이며, 여기엔 생각, 노력, 존재의 흔적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는 끊임없는 불안, 경쟁, 소외를 낳으며 진정한 자아는 점점 사라집니다.
반면 ‘존재’적 사고는 창작을 살아있는 하나의 체험으로 봅니다. 만드는 행위, 고민하는 시간, 고유의 시선이 모여 하나의 결과물이 됩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표현하고, 성장하는 과정 그 자체입니다. AI는 이 ‘과정’을 대신해줄 수 없죠. 따라서 존재적 창작가는 “이 작품이 내 것이다”가 아니라, “이걸 만드는 동안 나는 살아 있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브리 스타일, 지브리 화풍은 단지 미야자키 하야오의 세계를 표현하는 수단에 불과합니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존재하기에 지브리는 살아있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창작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창작하고 있나요, 아니면 결과를 갖고 싶어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