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5년 차, 연봉 2배 올리기까지(3)

프로이직러라는 별명이 너무도 싫은 나에게 또 찾아온 새 회사

by tommymommy

1년동안 새로운 채널을 오픈하고, 해남을 왔다갔다 하고, 새벽에 일어나 뉴스 모니터링을 하고

모든 것이 새로움이었던 건설사를 뒤로 하고 나는 또(!!!) 건설사로 옮겼다.


전 회사보다는 도급순위도 훨씬 높고 무엇보다 대기업 그룹사였기 때문에,

나에게 좋은 커리어 기회라고 생각했고

1. 건설사를 다니면서 2. 마케팅을 직접 다 해본 3. 연봉도 높지 않고

4. 아직도 열정페이를 외칠 것만 같은 굶주린 지원자는 나밖에 없었다는 여러가지 이유로

내 사수는 나를 강력히 추천했고 나는 물에 물 탄 듯 자연스레 입사를 하게 되었다.


사실, 옮기기 전에 꽤 여러 곳의 이직처를 알아보았고 면접도 봤다.

한 곳은 대기업 건설사, 다른 곳은 아마존에서 꽤 잘 나가는 미국 기반 스타트업,

한 곳은 중견그룹의 교육회사, 한 곳은 소규모 광고 대행사였다.

이 합격 리스트를 보면 알 수 있듯 나의 다음 이직처는 인하우스와 대행사를 막론하는데,

정말 어디든 좋은 곳이면 가고 싶다는 내 의지가 엿보인다. 그러나 나는 대기업의 네임밸류를

떨치지 못했고 다시 또 건설사로 옮기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


주변의 반응은 역시나, '프로이직러답네'라는 거였지만 나는 그 말이 싫었다.

프로이직러가 긍정적인 뉘앙스를 품고 있다는 생각도 안 들 뿐더러, 이직이 좋아서

이직을 일삼는 그런 류의 사람이 아니기도 했으니까.


내 지난날의 고생과 남모르게 흘린 눈물과, 그렇지만 잘해보자며 다독이던 시간들이 다섯 글자로

압축되는 건 원치 않았다. 대행사에서 고생하던 시절, 코로나로 인해 갑작스레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건설사로 이직해야 했던 고민의 시간, 너무 많은 업무량으로 하루 12시간씩 일하던

직전 회사까지....

'처음부터 좋은 회사를 골라가야 했을까'라는 후회 담긴 시간도 많았다.


근데, 마치 시도만 하면 모든 회사를 족족 붙는 능력자인 것 같으면서도 한 회사를 끈기 있게 다니지 못하는, 뭐가 부족하길래 하는 그 미묘한 뉘앙스를 풍기는 '프로이직러'라는 단어는 반갑지 않았다.


각설하고, 그렇게 옮긴 회사는 그래도 재계순위 7위 안에 드는 명색이 대기업이었기 때문에

PC-Off 제도가 있었고 5시 반 땡 하면 퇴근하는 아주 바람직한 분위기의 회사였다. 건설사 특성상

물론 출근시간이 이르다 못해 꼭두새벽 같은 느낌도 있었지만 그래도 6시 전에 회사를 마치니

'저녁 있는 삶'에 가깝긴 했다.


나는 팀에서 막내이면서도 유일한 여자였는데, 홍보팀 특성상 흔히 있을 법한 구성은 아니었다.

보통은 홍보팀에 여성 비율이 높으니까. 잘하고 싶었고, 생각보다 잘해냈다.


나를 뽑아준 사수가 갑작스럽게 다른 팀으로 이동하기 전까지는....!


16년을 한 회사 한 팀에 있어왔던 나의 사수, 그는 브랜드 전문가라고 자타공인 인정하는

능력자였고, 그만큼 오랜 기간 그의 업적은 상당했다. 유일하게 브랜드와 광고를 하는 사람이었으니까 회사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도 없었다.

근데 갑자기 그는 내가 온 지 3개월도 채 되지 않아 이 직무를 떠나겠다고 한다.

왜, 갑자기? 그렇게 나의 격동의 시기는 또 다시 시작된다. 휴,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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