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차 대행사 재직 시절 작성한 초라한 인터뷰지를 공개합니다
한창 바쁘던 2018년 겨울, 대학교에 다니던 사촌동생이 과제를 도와달라며 연락을 해왔다.
일종의 '커리어 모델과의 인터뷰 질문지'라는 것이었는데, 커리어 모델은 못 되어도 커리어 경험자는 맞기에 나름 진실되게 질문에 답했던 내용이다. 디지털 PR(또는 온라인 마케팅)이 뭔지, 이 커리어 패스에 있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느끼는지 궁금한 사람들에게 조금 공개한다.
인터뷰 대상 인적사항: 외국계 홍보대행사 디지털 PR팀 Senior Associate
1. 직업 선택 과정 및 동기
국문학과를 통해 글쓰기를 배우고 복수전공인 심리학을 통해 사람의 심리에 대해서 공부했다. 두 가지 전공의 접점에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쓰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되었고, 대학생활 동안 다양한 대외활동을 통해 그 일이 마케팅/홍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실용학문의 기초가 되는 인문학만 모두 전공했기 때문에, 실제 마케팅을 배울 수 있는 곳은 대외활동과 인턴이었다. 여러 번의 활동을 통해 나에게는 마케팅 직무가 잘 맞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전환형 인턴을 통해 현재의 직장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2. 20대 경험과 도전
대학교 시절 나에게 가장 큰 과제는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이었다.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찾는 일은 적어도 사회에 나가기 전에 알아야 한다는 개인적인 신념이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책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했던 나는 국문학이 당연한 선택이었다. 그렇게 주전공으로 정한 후에는 내가 복수전공으로 배우고 싶은 게 무엇인지 찾고 싶었고, 의류학, 사회학, 커뮤니케이션학, 심리학 등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분야는 교양 또는 전공기초 수업을 한 번씩 들었다. 학점을 깎아 먹는 경험이기도 했지만, 그 덕분에 심리학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얻었다. 그때부터,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나의 집착은 7개의 대외활동 및 동아리, 3번의 인턴이라는 나름 꽉 채운 스펙을 만들어내게 되었다.
3. 주요 업무 및 하루 일과
디지털 PR은 온라인상에서 일어나는 기업의 브랜드 활동을 모두 맡게 된다. 그중에서도 페이스북/인스타그램/블로그/유튜브/링크드인/네이버/구글 등 소비자가 접하는 다양한 SNS와 포털에서의 광고 및 마케팅 활동을 담당하는 것이다. TV와 신문에서 광고를 접하던 시대는 지나고, 사람들은 모바일과 인터넷에서 브랜드를 접한다. 이를 위해 소비자 트렌드를 모니터링하는 것부터 콘텐츠 기획, 카피 작성, 광고 집행, 광고 성과 분석까지 ‘광고’와 관련된 모든 업무를 집행하게 된다. 일과는 보통 그때그때 다른데, 보통은 하루에도 크고 작은 10개 이상의 업무를 급하게 처리해야 한다. 그 업무의 종류는 앞서 말한 것과 같다.
4. 필요한 지식/기술/ 능력
마케팅 업무에 특별히 요구되는 지식과 기술은 없다. 다만 ‘지대넓얕’이라고 흔히 말하는 잡다한 지식이 콘텐츠 기획에 있어 도움은 되겠다. 트렌드에 대한 관심, 그리고 이를 캐치하는 관찰력도 있다면 좋다. 능력 면에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센스가 필요한데, 빠르게 돌아가는 업계 특성상 업무를 신속하게 처리하되 꼼꼼하기까지 해야 한다. 브랜드를 대표해 나가는 광고에 오타가 있다면? 그런 실수는 없어야 하므로. 그래서 디테일하면서도 빠르게, 그리고 전략적인 측면에서 큰 그림으로 읽어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인데, 결국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 마케팅이야말로 모든 걸 잘해야 살아남는 업무다.
5. 자신만의 핵심 역량
앞서 나열한 걸 다 챙기려고 한다는 것. 지기 싫어하고 실수를 혐오하는 성격 덕분에 일에 있어서 완벽주의를 추구한다. 누구한테 지적받을 바에야 내가 스트레스받더라도 몇 번씩 꼼꼼히 본다. 그리고 콘텐츠 기획과 카피 작성에 있어서 크리에이티브하려고 노력(은)한다.
6. 근무 시간 및 환경
우선 우리 회사에 한정지어 말하자면, 외국계 기업 중에서 상당히 자유로운 편에 속해서 출근과 복장에 있어서 자유롭다. 개인주의적인 분위기가 있어서 회식은 일 년에 1번 있을까 말까 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업무가 워낙 바쁘고 일이 많아서 서로 돈독하게 지낸다. 바쁘지 않을 때는 보통 6시에 퇴근하고 요즘처럼 제안서 작업이 있을 때는 아주 늦게, 심하게 늦게 퇴근한다. 대신, 제안서 작업 때문에 늦게 퇴근할 경우에는 출근 시간을 늦춰주기도 하고 주말 근무를 할 경우에는 대체 휴가를 줘서 그나마 다행.
7. 직업 가치관 및 직무 만족도
이 문서를 작성하는 지금 시간 오전 2시이고, 나는 아직도 회사인데 이렇게 힘들게 일하면서도 왜 이 회사에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어디까지나 좋아하는 일이고 잘할 수 있는 일이라서가 전부다. 입사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홍보가 제일 좋아요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에. 빠르게 돌아가는 업무 특성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다는 것, 그렇게 바쁘게 보낸 시간 끝에 눈에 보이는 광고 결과물이 주는 행복감. 이것 때문에 아직도 이 회사에 다닌다. 직무 만족도로 보면 100%고 여기서 알 수 있듯, 내 직업 가치관은 연봉도 네임밸류도 아닌 재미다. 그러니, 이 3D에 가까운 고난의 길을 시작할까 고민되는 사람이라면, 열정페이를 부득이하게 강요하는 상황이 벌어지니 그만큼 각오하라는 나름의 경고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8. 진로 경로 및 경력 관리
진로 경로가 뭘 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목표는 마케팅 전문가가 되는 것. 브랜딩의 시대에서 광고/홍보/마케팅은 필수다. 아무리 좋은 기술도 알려지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니까. 그래서 잘 알리고 싶은 사람에게 필요한 전문가가 되는 것이 꿈이다. 유독 이 업계는 이직이 잦은데, 그 이유는 이직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업그레이드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도 곧 이직할 예정이고, 이직을 통해 더 많은 경험을 하고 배우고 싶다. 돈도 물론 많이 받으면 좋겠지.
9. 미래 직업 전망
(미래 직업 전망이라는 의미가 내가 생각한 게 맞는지 모르겠다.) 앞에서 브랜딩의 시대라고 잠깐 언급했는데, 요즘은 광고/콘텐츠도 AI가 한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움직일 수 있을까? 얼마나 진정성을 얻을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해보면 아직 마케팅은 인공지능의 위협에서 안정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는 생각이 바뀌었다. AI가 위협적인가에 대한 물음에는 자신이 없지만, 확실히 빅데이터가 마케팅의 많은 포션을 좌우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브랜딩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때이기에, 기업의 브랜드 전략을 짤 수 있는 사람은 앞으로도 꼭 필요할 것이다.
10. 후배에게 전하는 메시지
직업을 돈벌이 수단이라고만 생각하면 직장인이 되고 나서 쉽게 지칠 수 있다. 그런 경험을 하는 주변 사람들을 많이 봤고, 실제로 1-2년 안에 그만두고 대학원을 진학하는 케이스도 다반사다. 결혼하고 직장을 그만둔다 해도 짧게는 5-10년을 직장에 있어야 하고, 평생직장 생활을 할 거면 최소 5-60년인데 돈만 보고 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불가능하다고 본다. 하고 싶은 일, 잘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걸 알아가는 과정에 몇 년을 써도 좋다. 그럴 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평생 보낼 나의 직업인데, 배우자도 신중하게 고르는 만큼 직업도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그래서 적어도 대학교에서는 학교 공부 잠시 제쳐두고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좇는 데 시간을 쏟아도 아직은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