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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 연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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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인말러 Oct 07. 2020

천 존

막힐수록 진하게 나왔습니다.

그게 피인지 응어리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시는 몇 번을 고쳐 쓰지만 말은 그럴 수 없어서

그래서 노인은 입을 닫고 귀를 여는 법을 배웠나 봅니다


당신께서 나에게 해주신 말씀은 노승의 착각이었나요

사람들은 다들 당신이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당신이 없다면 도대체 누가 날 거두어들인다는 것인지


억겁의 시간을 지나

누군가의 발자취를 다른 누군가 기억하듯

그저 나는 다른 사람의 호주머니 속에서 꿈틀대면 되는 것인가요


시인은 시를

노래한다는데

내가 쓰는 것은 시가 아니여서

노래할 수도

누군가에게 읽어줄 수도 없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온갖 사랑 시(時) 이별 시를 불러대면서

당신에 대한 나의 사랑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렇게 맺힌 응어리도 보지 못합니다


그런데도 나는 오늘 밤

당신의 목소리를 들으려

곰팡이 낀 방문과 벽장 사이에서 가만히 내 창문을 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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