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시 연습장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인말러 Oct 09. 2020

시계(視季)

아스팔트가 뜨겁게 달궈지지도, 용암처럼 흐르지도 않는 게절이 왔다

마을 뒷산 나뭇잎들은 오색단풍으로 물들고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색깔의 옷을 입는다


일전에는 봄이 있었고 지난 여름은 무척 더웠지만

오래된 타자기를 치며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


해질녘은 한순간이다

오늘 진 해는 내일 다시 돌아오지만

계절이 돌아오는 데에는 더 많은 시간이 든다


결국 한순간이라는 게 사람 사는 이야기 같아서

괜히 창 밖으로 사람들 지나가는 게 보이면 나 혼자 웃는다


이제 나는 사람을 그리워하기보다

시간을 그리워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천 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