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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인말러 Nov 21. 2020

더 이상 날 숨길 수 없는 구석으로


어제 내가 돌본 아이는 울음을 터뜨리며 이불 속에 몸을 숨겼다

아이의 어머니는,

아이가 혼자 커서인지 불안증에 시달린다고


나는 혹여나 내 입 밖을 나오는 단어들이

열쇠나 치맛자락이 될 수 있을까 봐


몇 마디 말을 건넨 것은 도로 어머니 품속으로 들어갔다

그저 시간이 조금 필요한 것이라고


'나도 그런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내게 이불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것도 없고

치맛자락이라며 돌아오는 건 날카로운 말들뿐이어도


그래도 어딘가 구석에는 내 아지트가 있을까 봐 찾고

시계의 움직임을 응시하는 가운데


아이는 몇 분 채 되지 않아 이불 밖으로 나왔다

저녁밥은 나와 같이 먹고 싶다며 졸라댔다







Photo by Gláuber Sampaio at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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