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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m and Terri Feb 19. 2017

외국 여행에서 발견한 또다른 외국 음식 이야기

여행 중 음식으로 제 3의 세계를 찾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먹는 것 때문에 가끔 지칠 때가 있다.
현지에서 유명하다고 해서 갔는데 알고 보니 이미 우리 나라에 들어와 있는 경우도 많아서 김새는 경우도 있고,
아무래도 계속 현지식만 고집하다 보면 아무래도 다른 게 먹고 싶기도 하다.
또 한식당에 찾아가자니 뭔가 늙어간다는 기분이 들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여행에서 한국도 아닌, 현지도 아닌 다른 곳들을 경험할 수는 없을까?


위의 만두 요리는 뜬금없이 슬로베니아에서 먹었던 만두이다.
메밀로 만든 만두피에, 포르치니 버섯과 리코타 치즈가 소로 들어가 있었다.
자, 이런 만두인데... 이게 참 국적을 따지자면 애매한 음식이다.
그저 재미있고 새롭고 맛있는 음식일 뿐이다. 요즘 대세인 퓨전 요리.


이번 포스팅은 이런 식으로 만났던 '외국에서 발견한 또다른 외국의 음식'이다.
그렇다고 퓨전 요리?라고 불리기엔 약간 좀 소박하고, 현지 셰프들이 그들만의 시각으로 다른 음식 문화를 재해석한 그런 음식들이다.
여행 중, 종종 이러한 일탈로 더욱 여행을 즐겁게 할 수 있었고,
그들이 음식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1) 일본에서 만난 그들만의 방식으로 '재해석'된 프렌치 레스토랑


- 작년 3월, 도쿄에서 유명한 프렌치 레스토랑을 다녀왔다.
시로카네다이에 있는 루칸케(Requinquer, ルカンケ)의 런치 코스를 먹었는데,
이게 과연 프렌치인가에 대한 의문점이 들었다.

맛의 차이가 아닌, '프랑스 요리'를 담아내는 방식에 있어서의 차이였다.

(좌 : 아뮤즈 부쉬로 나온 리예뜨를 올린 빵 / 우 : 푸아그라 고프레)

- 돌 위에 올린 빵과 쌀과자를 모래처럼 형상화해서 그 위에 꽂아 놓은 고프레...
프랑스에서도 프렌치 레스토랑을 다녀왔지만, 이런 신선한 충격은 처음이었다.
둘 다 일본식 정원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돌과 모래, 일본식 정원에서 흔히 쓰는 그런 소재들 아닌가.
이것이야말로 일본인 셰프가, 자신의 시각으로 프렌치를 풀어낸 사례라고 생각한다.

(좌: 전채로 나온 대구 이리 튀김에 일본 야채인 땅두릅(우도)을 올린 요리 / 우 : 초콜렛 마들렌)

- 이 전채 또한 일식집에서 그대로 팔 경우 일본 요리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크리미한 대구 이리와 약간 씁쓸한 맛의 땅두릅... 사실 메인보다 전채가 너무 훌륭했고 창의성이 넘쳤다.
앞의 두 요리야, 단순히 '담아내는 방식'에 있어서의 차이였지만 이건 일본 식재료를 활용해서 '새롭게 창조한 요리'였다.
(참고로 저 초록색 소스도 일본 봄야채를 갈아서 만든 즙이었다.)
그리고 디저트로 나온 마들렌 또한 강냉이 위에 담아낸 것이 인상적이었다. 데코레이션 측면에서 나름 고민을 많이 한 것 같았다.

(좌 : 호박 스프 / 우 : 아스파라거스와 관자 구이, 멜론 크림을 올린 프로슈토)

- 반면, 마카오에서 다녀온 프렌치 레스토랑의 전채는 대강 이렇다.
비교적 충실하게 프랑스 느낌을 따르고 있으나, 다소 보수적인 접근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맛은 우열을 가리기 어려우나... 다시 둘 중 하나만 가라고 하면 루칸케를 방문할 것 같다.
'일본인이 재해석한 프렌치'란 흥미 요소가 있지 않은가.

- 사실 이러한 점은 일본이 굉장히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없지만, 옛날에 부모님 손 잡고 외식하러 가던 경양식집이나 그릴도 사실 일본 영향을 받은 식당들이었다.

일본 카레나 스테이크만 봐도 그들의 방식대로 바꾸어서 먹고 있지 않는가.

(좌 : 비후까스 / 우 : 나폴리탄 스파게티)

- 고베에서 방문했던 그릴 스에마츠(末松)이라는 경양식집에서 파는 추억의 비후까스와 나폴리탄.
비후까스야 사실 유럽의 비프 슈니첼, 밀라네제와 다소 겹치는 느낌이 있지만 고기를 레어~미디움으로 먹는다는 점이 특이한 음식이다.
그리고 의외로 일본에서 탄생한 파스타의 종류가 꽤 되는데,
성게알, 명란젓 파스타 뿐만이 아닌 나폴리탄 파스타도 일본에서 탄생한 파스타이다.
(토마토 소스 혹은 케찹, 양파, 베이컨이나 햄이 주로 들어감)
'일본식 양식', 사실 참 애매한 장르이지만 어떻게 보면 나중에는 팬더 익스프레스가 주도하는 'American Chinese'처럼 제 3의 새로운 영역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2) 미국과 캐나다의 아시아 요리


- 사실 일본에서의 충격보다는, 그 전에 다녀온 캐나다에서 '퓨전 음식'에 대한 충격을 더더욱 받고 왔다.
안타깝게도 또 다시 일본 음식 얘기지만... 기존 본인들의 요리 + 일본 요리를 믹스해서 선보이는 곳들이 많았고,
북미 사람들이 일본 요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풀어내고 싶은지도 볼 수 있었다.


(좌 : 연어 타코/ 우 : 참치 타코와 대구로 만든 생선튀김)

오른쪽 음식이 바로 '아프리카 출신 캐나다인이 만들어 준 아부리한 참치회와 김, 와사비가 들어간 타코'이다.
밴쿠버에 있는 'Go Fish'라는 Fish & Chips 노점인데, 의외로 가장 인기가 많은 메뉴는 바로 저 참치 타코이다.
(오죽하면 두 번 가서 먹었겠는가.. 참고로 왼쪽은 살사가 들어간 연어 타코인데, 참치 타코가 백만배 맛있다.)
먹었을 때의 느낌은 '너무 재밌고, 이것이야말로 동서양의 조화다!'라는 생각이 바로 스쳤다.
타코에 김과 아부리한 참치, 아보카도가 들어가 있고, 참치와 아보카도의 기름진 맛을 잡아주기 위해 와사비와 코울슬로가 들어가 있는 것이 정말 절묘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사실 그 전에 북미를 다녀 왔을 때, 밥이 먹고 싶어서 공항에서 파는 초밥을 비행기에서 먹은 적도 있고
푸드코트에서 쌀국수를 먹은 적도 있다. 하지만 역시나... 맛이 없었다.
그래서 캐나다에서 한 번 정통 일식집을 방문해 보기로 했다.


- 밴쿠버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일식집, 미쿠.
사케 샘플러를 주문하니 이렇게 사케 이름과 주조 회사 정보를 써서 세 잔을 준비해 주었다.
그리고 오른쪽부터 전채 - 메인 - 디저트용이라고 설명해 주는데, 흡사 와인처럼 사케를 대하는 그들의 자세를 엿볼 수 있었다.
- 오른쪽은 Oyster Shooter라는 칵테일로, 굴과 해초를 메인으로 유자와 가쯔오부시 다시를 섞어 만든 칵테일이다.

원래 Oyster Shooter는 굴에 토마토소스, 보드카 등을 섞어서 먹는 칵테일로 북미 사람들이 주로 먹는데, 여기서는 메뉴명을 동일하게 하면서 일본식으로 해초와 유자, 다시를 활용해서 재해석한 재미있는 사례였다.


(좌 : Red Wave Roll / 우 : Salmon Oshi Sushi)

 - 그리고 메인으로 나온 스시(롤). 사실 아부리한 스시 빼고는 우리 나라 롤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고...

'내가 기대를 너무 많이 했구나'란 생각도 들긴 했다. 물론 맛은 있었지만... 가성비 면에서는 썩 좋지 않았다.
그렇지만 아직 날것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 북미 사람들의 입맛에 맞춰 아부리한 롤을 메인으로 하고,
아보카도나 연어 등을 활용한 점은 높이 평가해야 할 것 같다.


- 그리고 마지막으로 방문했던 자파독(Japadog). 밴쿠버 시내에 몇 개의 점포가 있고, '일본식 핫도그'집이다.
왼쪽 메뉴를 보면 돈까스, 야끼소바... 사실 핫도그 위에 일본식 단품 요리를 하나씩 끼워 넣은 음식이다.
(그리고 아래 쪽에 감자튀김 메뉴도 보이는데 위에 뿌리는 양념 또한 '버터&쇼유', '시치미&마늘' 등 절묘하게 일본 스타일로 잘 풀어냈다.)
오른쪽에는 내가 주문했던 'Kurobuta Terimayo'로, 흑돼지 데리마요 핫도그이다.
버크셔 종 흑돼지 소세지에 데리야끼 소스와 마요네즈, 그리고 김을 올린 핫도그로 한 입 베어물자마자
한솥도시락의 치킨마요 맛도 나면서.. 쫄깃한 소세지 맛도 나고.. 데리야끼 소스의 달달함까지 묻어나는 참신한 음식이었다.
어떻게 보면 '김치타코'와 굉장히 유사한 콜라보를 느낄 수 있었다.
아무튼, 밴쿠버에서는 한국 음식과의 콜라보는 찾아볼 수 없어서 약간 안타깝기도 했지만
'북미 사람들이 어떻게 일본 음식을 받아들이는지'에 대해 잘 느낄 수 있었다.


3) 전세계로 퍼진 베트남 음식


- 최근 우리나라로 이민을 오는 베트남 사람들이 꽤 많다.
사실 전세계적으로 가장 이민자들이 많은 나라들 중 하나가 바로 베트남이다.
예전부터 베트남 전쟁 이후, 공산당이 베트남을 집권하게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자유를 찾아 떠났고,
그 때부터 베트남 음식 또한 전세계적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가장 유명한 반미(Bánh mì). 이제 미국에서는 서브웨이와 같은 포지션까지 올라온 것 같다.프랑스 바게뜨 안에 베트남식으로 구운 고기와 상큼한 야채, 고수가 올라간 샌드위치.


- 사실 베트남 음식을 제대로 외국에서 처음 먹어본 것은 다름이 아닌 프랑스 파리에서였다.
누군가가 동남아 음식을 파리에서 꼭 먹어보라고 얘기해 주었는데,
그 이유는 다름이 아닌 베트남/캄보디아가 예전 프랑스 식민지였기 때문에,
프랑스에 유명한 동남아 음식점도 많고 맛도 괜찮다는 것이었다.

(좌: 고기가 든 야채 샐러드 / 우 : 새우 스프)

(좌 : 타피오카와 코코넛 밀크 음료 / 우 : 바나나 푸딩)
- 안타깝게도 오래 전 일이고.. 하필 또 구글에서 찾아보니 이 음식점이 망해버려서 정확한 메뉴는 알 길이 없다.
그렇지만, 유럽 음식으로 지친 나의 위를 잠깐이나마 쉬게 해 주었던 훌륭한 음식들이었다.

- 그리고 작년, 아무 기대 없이 간 호주에서 참신한 베트남 음식점을 만났다.
그것도 시드니 국내선 공항 터미널에서 말이다.

알고보니 호주에선 이미 유명한 Rolld로,  베트남식 패스트푸드점이었다. (http://rolld.com.au/)

- 일단 가장 눈에 띄었던 건 베트남식 라이스 페이퍼 롤인 꾸온(Cuốn).
마치 케익처럼 진열해 놓은 것이 인상적이었고, 재미있는 것은 라이스 페이퍼 롤 자체가 투명하다보니 안에 뭐가 들었는지 다 보였다.
그리고 오른쪽에 세트 메뉴도 있는 등 패스트푸드점답게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었다.

- 먼저 주문한 꾸온 2개. 베트남에서 주로 먹는 Fish Sauce인 느억 맘(Nuoc Mam)과 같이 나온다.
느억 맘 또한 짜 먹기 좋게 만들어서, 롤 한 입 베어물고 뿌리고.. 하는 방식으로 먹었다.
그리고 롤 안이 보기보다 실해서, 3개 정도 먹으면 왠만하면 배가 부를 것 같았다.
공항에서 대충 떼우려고 한 건데 사실 너무나도 맛이 훌륭해서 깜짝 놀랐다.

- 내가 주문한 분(Bun)과 스프링 롤.
베트남식 국수 샐러드라고 하는 분은, 야채도 많고 새콤달콤한 맛이라서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었다.
다만, 호기심에 돼지고기와 돼지껍데기 튀김을 토핑으로 올려 먹었는데 돼지껍데기 튀김이 상당히 짠 맛이라 좀 먹기 쉽지 않았다.
저 오른쪽의 스프링 롤은 딱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맛이라..... 굳이 다음에는 안 먹어도 될 것 같다.

- 그리고 대망의 쌀국수.
딱 사이즈가 우리 나라 작은 컵라면 사이즈로,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사이즈이다.
우리 나라 왠만한 쌀국수 집만큼 맛있었고, 사실 꾸온처럼 '아 진짜 괜찮다' 느낌은 아니었다.

- 사실 이 Rolld의 경우, 아주 맛집이라고 할 만큼 훌륭하진 않았다.
흔히 먹을 수 있는 맛이었고... 다음에 온다면 꾸온만 먹을 것 같았다.
하지만 여기서 보았던 건 '현지인 시각으로의 재해석'보다는 '베트남 음식의 패스트푸드化 성공 사례'이다.
저 꾸온은 냄새도 별로 안 나고, 들고 다니기도 좋아서 사실 아무데서나 먹을 수 있다.
사실 서브웨이나 이런 샌드위치와 어떻게 보면 비슷한 선상에 있는 음식인 것이다.
물론 굳이 재해석을 생각한다면... 매장 운영 방식과 진열 방식 등 판매 방식에서의 재해석이 될 것 같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다 파는 음식들이지만, 뭔가 다른 베트남 음식을 먹은 것 같은 묘하게 다른 느낌이 들었다.

일본에서 먹은 프렌치, 캐나다에서 먹은 일식과 퓨전 타코, 그리고 호주에서 먹은 라이스 페이퍼 롤 꾸온.
물론 맛도 있었지만, 여기서 느꼈던 것은 새로운 것을 발견했다는 '재미'였다.
여행 가서 현지식을 추구해야 된다는 나름의 고정관념을 내 스스로 깨뜨리기도 했고,
이 동네 사람들은 이 음식들을 이런 식으로 먹는구나란 생각도 많이 했다.
그러면서 한국 음식은 과연 어떤 식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 고민도 해 보았고.

외국에서의 또 다른 외국, 한 번 도전해보길 추천한다.
우리도 한국에서 한식만 먹고 살지 않듯이, 그들도 훌륭한 외국 음식을 먹을 때가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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