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om and Terri Sep 03. 2020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다사다난했던 2019년의 마무리

중간에 다소 날려먹은 게 많긴 하지만, 몇 개월 전 얘기를 적자니 진도가 안 나가는 것 같아서 급 1학년 1학기 때 있었던 일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사실 학기 마지막이 정신없이 어영부영 끝나버린 느낌이었다. 고생을 하긴 했는데, 뭘 했는지 잘 모르겠는 그런 느낌이다. 물론 대부분의 MBA 졸업생들이 1학년 1학기는 원래 그렇다고들 하는데, 사실 좀 아쉬운 게 없지 않아 있었다. 특히나 학기 마치고 며칠 뒤 바로 칸쿤과 플로리다로 2주간 여행을 가서 그런지... 어떻게 끝났는지 잘 모르겠는 한 해이기도 했다. (여담이지만 12월 31일 밤에 마이애미에서 몬트리올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탔고, 새해 새벽에 몬트리올에 도착해서 더더욱 그런 기분이 들었다.) 

다른 친구들도 집으로 가는 경우가 많고, 일부 학생들은 여행을 가긴 하나 대부분 서양에서는 가족들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는지라.. 겨울 방학을 아주 Exciting 하게 보내진 않는 것 같다. 인도 친구들의 경우 비행기만 열몇 시간 타고 집으로 가서 1월 중순인 Add/Drop Period까지 인도에 쭉 있다가 돌아오기도 하는 등 대부분 각자 알아서 겨울 방학을 보낸다.


2019년에 마지막으로 지는 해를 마이애미 해변에서 보고 바로 공항으로 향했다..ㅎㅎ


그래도 진행했던 일들을 쭉 적어보자면...


1. 학교 성적

- 이상하게도 성적 처리가 굉장히 늦었다. 1학기 때 들었던 5과목 중 3과목 성적만 나온 채 학기가 마무리되었고, 10월 말부터 진행되었던 2과목의 성적은 다음 해 2월이 다 되어서야 나왔다. 특히 마지막 과목인 전략/거시경제 모듈은 개인 리포트도 낮은 점수를 받았고, 시험도 못 봐서 굉장히 초조했는데 그래도 낙제를 면해서 다행이었다.

- 다른 동기들에 비하면 결코 좋은 학점을 받지는 못했는데, 그래도 장학금 커트는 넘겨서 최초 목표 달성은 한 것 같기도 했다. 외국에서 학교 다녀본 게 교환학생 1학기가 전부이고 한국에서 회사를 7년 반 다니고 와서 이 정도 했으면 선방했나.. 싶기도 하고. 아무튼 1학년 1학기는 내 흥미와 적성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확실히 회사에서 했던 건 잘하고 새로 배워서 하는 건 어려웠다. 그리고 한국인이라면 Quant에 강할 수밖에 없다...


2. 친구 사귀기 + 네트워킹

- 친구 사귀기부터 얘기하자면... 참 애매하긴 하다. 지난번 글에도 언급했지만 Case Competition / Club Activity 위주로 그룹이 만들어지다 보니 사실 내가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그룹들이 없었다. 그래서 '조별 과제 같이 할 단짝 친구들'을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 그리고 그나마 친했던 친구들이 대부분 Finance Background라서 2학기 때는 갈라지게 되었고, 원래 알았지만 그렇게 친하지 않았던 친구들과 새로운 인간관계를 쌓아야 하는 부담을 안고 2학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물론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기 때문에 나중에는 잘 적응했지만.... 그리고 역시 마음이 잘 맞고, 내가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건 같은 동아시아권 친구들이었다. 여러분들도 외국에서 공부하시거든 일본/중국/대만/홍콩 친구들이랑 잘 지내시라...

- 그리고 아내의 도움으로 외국 친구들을 몇 번 집으로 초대해서 같이 식사도 하곤 했는데, 반응들이 꽤 좋았고 이 친구들과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사실 아기를 데리고 밖에 나가서 같이 외식하느니 좀 고생하더라도 우리 집에서 먹는 게 차라리 편했다...)

공자님 덕분인지 동아시아 친구들이랑은 그나마 Cultural Gap이 덜한 편이다.

- MBA Career Coach들이 항상 하는 얘기가 '네트워킹 잘해서 인턴십을 구해라'였다. 물론 정말 네트워킹으로 없던 인턴 자리도 만들어서 가는 친구들, 있긴 있다. 그러나 내게는 해당 사항이 없었다. 학교에서 하는 네트워킹 이벤트들을 통해 MBA 졸업생들도 만났고, Job Fair로 Recruiter들 및 현직자들도 만났으나 (부끄럽지만) Long-Term Relationship으로는 대부분 발전하진 못했다. 아무튼 네트워킹으로 뭔가 이루기는 정말 쉽지 않고, 2학년이 된 지금까지도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이런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인들이라면 더더욱 적응해 나가야 한다. 그나저나 이제 Job Fair 등 대부분의 네트워킹 이벤트가 온라인인데 이걸 어떻게 할 것인가...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한 게 당시에는 이런 이벤트가 정말 싫다가 이제 다신 없을 거라 생각하니 아쉽고 그렇다.



3. 인턴십

- 바쁜 와중에 여러 회사들 인턴십까지 지원 또한 했었다. 그러나 전부 낙방했고, 학기 끝날 때 쯤해서 서류 통과만 하나 했었다. MBA 학생들 중 약 15% 정도가 1학년 2학기 때 인턴십을 하고, 특히 몬트리올에 있는 항공기 제조사인 Bombardier는 한 학기에 MBA만 대여섯 명씩 뽑기도 한다. 그래서 굳이 항공 산업에 관심이 없더라도.. 2학기 때 소위 안전빵으로 지원하는 친구들도 많고, 특히 경력이 3~4년 정도로 짧은 친구들은 인턴십을 최대한 많이 하려고 한다. 물론 이렇게 되면 2학년 때 수업들을 많이 들어야 하는 단점은 있다.

- 본격적으로 컨설팅/금융 쪽부터 1월에 인턴십 모집이 시작되고, 다른 회사들의 경우 2~3월부터 채용 공고가 올라오기 시작한다. 이 이야기는 다음에 자세히 다루기로 한다.



4. 외국어 (영어+불어)

- 7월에는 인도 영어 때문에 리스닝이 안 되더니 8월부터는 귀가 좀 트이는 듯하다가 말문이 막히고... 9월에는 는 수업 때 기죽어서 다시 벙어리가 되고... 이러한 과정의 반복이었다. 10월에는 수업 시간에 질문이라던가 대답도 시도하였으나 교수가 내 말을 잘 못 알아들으면 또 바보가 된 것 같고... 그래도 이런 시련을 겪고 나니 2학기 때는 그래도 Participation을 보통 정도로는 할 수 있게 되긴 했다. (물론 Analytics 쪽 학생들이 보통 적극적인 편이 아니긴 하다. 전략 쪽 수업에 들어가면 말 많은 친구들 때문에 다시 벙어리가 되긴 한다.)

외국에서 학교 다니면 영어가 금방 늘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그렇진 않았다..ㅠㅠ

- 아무래도 가족들과는 집에서 한국어를 사용하고, 주말 같이 학교에 안 가는 날이면 사실 영어를 듣거나 말할 일이 전혀 없기 때문에... 혼자 지내는 한국 학생들에 비해 영어가 아주 빨리 늘진 않는 것 같긴 하다. 그래도 가족과 함께 외국에서 지내는 게 정서적으로 훨씬 도움이 많이 된다.

- 불어 공부는 학교 다니면서 할 생각조차 못했다. 그래서 2학기 때는 학교에서 하는 주말 불어 수업을 등록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이것도 COVID-19으로 중간에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1년이 조금 지난 이 시점에도 내 불어 실력은 제자리이다.



5. 가족과의 생활

- 한국에서 맞벌이 직장인 부부로 살다가 갑자기 둘 다 학생이 되는 게 결코 순탄한 과정은 아니었다. 여기 오자마자 아이가 다닐 어린이집을 바로 구해서 수월하게 흘러갈 줄 알았으나, 양가 부모님 도움 없이 외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건 역시나 쉽지가 않았다. 그리고 어린이집만 보낸다고 다가 아니고, 중간중간 아이가 아플 때 한국처럼 병원에 편하게 갈 수가 없어서 많이 힘들었다. 아무튼 가을 내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아내와 많이 싸우기도 하고... 돌이켜보면 혼란의 시기를 보냈던 것 같다. 특히 내가 학교 도서관에서 시험공부를 해야 한다거나, 조별 모임이 있다거나, 학교 행사가 있을 경우 저녁 육아는 고스란히 아내 몫이었기 때문에 피로가 누적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시험이 끝나거나 공강인 날에 최대한 밖에 나가서 외식이라도 자주 하곤 했다.

- 그래도 북미 대륙에 왔는데 여행을 최대한 많이 다니려고 노력했다. 9월에는 차를 빌려서 오타와를 1박 2일로, 10월 경 처가에서 2주 정도 여행을 오셔서 같이 캐나다 동부 노바스코샤의 핼리팩스로 다 같이 여행을 다녀왔다. 그리고 11월에는 내가 학교 네트워킹 이벤트로 토론토를 갔을 때, 주말에 아내와 아이가 합류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COVID 때문에 어딜 가지도 못하는데 정말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고,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들 중 하나이다.

캐나다 여행의 숨은 보석, 오타와. 볼거리도 많고 정말 예쁜 도시이다.


아무튼 내 MBA 1학년 1학기 생활은 위와 같았다. 2학기 때는 이보다 훨씬 단순한 삶을 살다가... 3월에 COVID로 모든 게 중단이 되고 마는데...

매거진의 이전글 캐나다 MBA의 학교 생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