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하라, 또 하나의 문화 동인
반하라, 또 하나의 문화 동인
2026년 ‘이란혁명’(반체제 시민봉기)은 대량 학살과 검거로 가라앉아 있지만 ‘혁명’의 전류는 끓고있다. 하지만 한국언론의 지역논평들은 2026년 반정부시위를 ‘이란혁명’의 선상에서 보지않고 이슬람 물라Mullah 정권의 지지층인 상인들의 시위가 경제적 난국에서 촉발되어 전역으로 확산된 거라며 이전의 반정부 시위들과 다르다며 ‘차별성’을 강조한다.
그 논평들은 2015년 핵합의(JCPOA)에서 2018년 미국이 탈퇴하며 해제되었던 제재의 복원, 이란의 합의불이행을 이유로 2025년 유엔안보리가 결의한 제재복원(스냅백)이 경제난을 가중시켰다고 했다. 고질적 부패에 기인한 주요 은행들의 연쇄도산, 극도의 고환율과 물가상승 등에 따른 경제압박을 버틸 수 없었다고 했다. 2025년 6월 이스라엘과의 굴욕적인 12일 전쟁, 이어 미국의 핵시설 공습에 무력했던 신정 군사체제의 안보무능, 아사드 전 정권의 시리아,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와 이라크의 시아 민병대까지 그들에게 무리한 지원을 하면서 거대한 이슬람 제국을 지향했지만 실패하면서 자국의 빈곤화만 가중시킨 물라 정권에 대한 불만, 기후변화에 따른 물부족 대비가 없었던 것까지 나열하며 역대급 반체제 시위가 발생한 배경을 짚었다. 하지만 극심한 탄압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이란혁명’의 불을 지펴온 젊은 여성들의 반정부 시위 동력은 언급하지 않았다. 다양한 지형의 시민들이 ‘독재자에 죽음을’ 구호를 외치며, ‘경제’ 너머 자유와 민주를 주창해온 여성들의 ‘이란혁명’에 합류했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으면서 이전 시위들과의 연계성을 부정했다.
구기연 교수는 ‘많은 이들이 이번 시위는 이전의 시위들과 다르다고 단언하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그 ‘많은 이들’과 각을 세우며 이전의 반정부 시위들과의 연계성을 주장했다 (경향신문 칼럼 1월 20일). 정지혜 기자도 반정부시위가 이번에 폭발한 데는 여성들의 끈질긴 반정부 투쟁의 저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외신들은 2022년 마흐사 아미니 사망(히잡을 잘 못썼다고 종교경찰에 체포되어 구금중 사망)이후 시위 정신(‘여성, 생명, 자유’ 시위)을 계승한 Z세대 여성들이 이번 시위를 설계하고 주도하고 있음에 주목한다’고 썼다 (세계일보 1월 22일). 프랑스의 언론만 봐도 여성들이 주도해온 이란의 반 신정체제 저항운동을 중심에 놓고 이들에 동참한 젊은 남성들, 소수민족들, 노동자, 학생, 상인과 중산층등, 여러 지형의 이란 시민들이 역대급 시위에 나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여성들을 배제하고 이번 시위를 논할 수 없는 것은 주지의 사실인데 대다수인 한국언론의 남성논평들만은 이번 시민봉기를 이란혁명’의 선상에서 보지않고 반체제 혁명의 최전선에 포진하고 있는 젊은 여성들을 애써? 혹은 습관적으로 무시했다. 여성을 배제하는 알고리즘이 장착된 ‘병리’적 언론이라면 치유의 대상이다.
1979년 이란 이슬람 공화국이 선포되고 최고지도자 호메이니가 여성들에게 히잡착용을 명령하자, 5만-10만의 여성들이 대대적인 불복종 시위로 맞섰다. 여성을 체제의 위협으로 본 물라 정권은 이슬람 공화국 민법과 형법에 상속(남성이 여성의 2배를 상속), 피보상(남성사망 보상이 여성사망 보상의 2배), 법정 증언효력( 2명의 여성증인이 1명의 남성증인과 같은 효력)등으로, 여성 가치는 남성의 반에 해당한다고 정해서 여성의 존엄을 굴욕적으로 훼손하고 히잡착용 ‘젠더 아파르트헤이트’를 지배 원리로 ‘소녀와 여성에 대한 전쟁을 선포’한 것과 마찬가지로 여성들을 적대한다.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2000년도 영화 ‘써클’은 한 교도소 방을 거점으로 그 곳을 거쳤고 거치게 되는 여성 네명의 이야기인데, 도처에 포진된 군경과 남성들의 감시망에 포획되는 여성들은 교도소 안팍에서 물리적으로 상징적으로 갇힌다. 여성흡연이 이란사회의 금기임에도 불구하고 출구없는 삶의 방편으로, 불복종으로 담배의 상징성이 부각되는데, 웨인 왕 감독의 영화 ‘스모크’에서 보여주는 따뜻한 교류의 매개가 되는 흡연과 대조적으로 고독한 암울 속의 긴박한 생존 흡연을 연출한다.
2001년 인권변호사 시린 에바디는 고통받는 여성들, 학대당하는 아동들, 탄압받는 반체제 지식인들을 돕는 ‘인권옹호센터’를 세운다. 1979년 여성은 판사자격이 없다며 판사인 에바디를 몰아냈던 물라 정권이 한참 후인 1993년 변호사업은 허용하자 시린 에바디는 인권변호사 활동을 시작한다. 그는 줄곧 탄압당했지만 위협과 공포에 무너지지 않고 인권투쟁을 강행했고 2003년 노벨평화상을 받는다. (에바디는 2009년 한국의 만해상과 국제적으로 권위있는 여러 인권상을 받았다.) 페미니스트 인권 운동가들은 고무되어 2006년‘평등을 위한 변화’ 캠페인을 펼치면서 누쉰 아흐마디 호라사니, 파르빈 아르달란외 여러 페미니스트 활동가들를 필두로 페미니스트 활동가라면 모두 관여한, 결혼, 이혼, 상속, 다처제…등등에 걸친 여성들에게 불평등한 법 개정을 요구하는 100만인 서명운동을 시작한다.
평화적인 서명운동을 탄압하면서 70명의 활동가들을 한번에 체포해서 법적 근거도 없이 형사처벌까지 했지만 여성 활동가들은 굴복하지 않고 공공 장소가 아닌 생활공간 곳곳을 찾아 조용히 대화하면서 스며드는 식으로 서명운동을 2년간 지속한다. 그 과정은 여성과 남성들에게 아동과 여성의 존엄성을 고취시키고 평등과 인권의식을 일깨우며 민주와 자유에 대한 열망을 확산시키는 성과를 수반했다. ‘평등을 위한 백만인 서명운동’은 권위 체제하에서 탄압을 딪고 성과를 낸 풀뿌리 운동의 모범이 되어 국제적으로 여러 상들을 받는다.
백만인 서명운동에 관계했던 수많은 여성들과 시민들은 2009년 대선정국에서 첫 민주화시위가 된 ‘녹색운동’을 주도한다. 개혁파 대선 후보의 상징색인 녹색 장식을 부착한 여성들은 개혁 후보 당선 켐페인을 벌이면서 그들이 당선시킨 대통령이 백만인 서명운동의 법개정 리스트들을 능가하는 개혁을 해내길 열망했다. 하지만 부정선거로 보수 후보가 당선되자 선거결과를 조작한 신정체제에 절망한다. 분노한 여성들과 시민들은 ‘독재자에 죽음을’ 외치며 녹색운동에 나섰는데 첫 민주화 시위에 직면한 물라 정권은 잔혹한 유혈진압을 강행해서 세계를 경악시켰다. 26세의 여성 네다 아가 솔탄이 사복경찰의 총탄에 맞아 죽는 것을 전 세계가 본 것이다. 분노에 찬 ‘녹색’ 여성들은 ‘사자떼’와 같은 기세로 반독재 시위에 나서 여성들의 위세를 떨졌지만 군경의 유혈진압으로 시위자들이 죽고 체포당한 반정부 인사들과 시위자들에 대한 잔인한 고문이 이어지며 녹색운동은 나아가지 못했다. 하지만 첫 민주화 시민운동인 녹색운동의 중심에서 여성들의 축적되어온 반체재 투쟁역량이 확인되었다.
2014년 #MyStealthyFreedom (나의 은밀한 자유) 운동은 소셜미디어에 히잡을 벗은 셀피를 나누며 넷 시민 불복종 운동으로 확산되었고, 2017년 말 드디어 오프라인에서 31세의 용감한 비다 모바헤드가 테헤란 엥겔랍(혁명)가의 전기사물함에 올라 흰색 히잡을 긴 막대 끝에 꼽고 깃발같이 흔드는 히잡반대 단독시위를 하고 체포된다. 2018년 내내 비다를 따라 ‘엥겔랍 가의 소녀들’ 시위가 이어졌다. 그들은 체포되면서 팔이나 다리가 부러지기도 했고 구금되어 구타당하기도 하고 장기형과 태형을 선고받으며 낼 수 없는 거액의 보석금을 요구받기도 했다. 페미니스트 인권 변호사 나스린 소투데는 비다의 석방을 도왔고 구속된 젊은 여성들을 구하기 위한 활동을 펼지면서 그 역시 체포되어 수감당한다. (그에 대한 다큐멘터리 ‘나스린’이 유튜브에 공개되어 있다.) 나스린 소투데는 2012년 유럽의회가 수여하는 사하로프 인권상을 받고도 줄곧 망명을 거부하며 활동하다 수감된 것인데 코로나에 걸려 건강 악화로 풀려난 뒤로도 물라 정권은 그의 반정부 투쟁을 막기 위해 그의 자식들을 위협하고 2024년 말부터는 남편까지도 수감시켰다. 나스린 소투데는 ‘여성, 생명, 자유’시위에 연대해서 히잡을 쓰지않고은 채 남편접견을 가고 교도소는 소투데가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남편접견도 불허하는 등 그를 위협하지만 소투데는 물러서지 않는다.
2018년 이어진 반 히잡시위는 미국이 핵합의를 탈퇴하면서 복원된 경제제재에 따른 고환율 물가상승의 경제압박과 겹쳐졌고, 2019년 연료비상승으로 살기가 더욱 어려워지자 각층의 시민들이 부패한 독재 정권에 분노하며, 이어지는 젊은 여성들의 용감한 반 히잡시위에 힘입어 전역에 걸친 반정부 시위에 나섰다. 매번 반정부 시위는 더 커졌고 정권은 더 잔혹하게 진압했다. 하지만 식지않는 분노의 전류를 타고 2022년 ‘여성, 생명, 자유’ 시위가 폭발한다. 2022년 23세의 마흐사 아미니가 사망하자 소녀와 젊은 여성들은 쿠르드 소수민족인 아미니를 추모하며 쿠르드 정치권에서 회자된 ‘여성, 생명, 자유’ 구호를 외치며 돌아갈 수 없는 다리를 건넌다. 보안대와 군경은 그들을 잔혹하게 탄압했다. 16세의 니카 샤카라미가 보안대에 납치되어 강간당하고 살해당했는데 자살했다고 사인을 조작하자 분노로 전율하면서 젊은 여성들은 ‘우리가 모두 니카다’를 외치고 ‘자유 아니면 나를 죽여라,’며 어떤 탄압에도 물러서지 않을 기세로 ‘여성, 생명, 자유’ 시위에 동참했다. 아미니의 죽음에 이어 니카와 같이 희생된 소녀시위자들이 알려지면서 분노한 소수민족들, 젊은 남성들, 학생들과 일반 시민들이 ‘여성, 생명, 자유’ 시위에 동참하면서 역대급 반정부 시위는 이란 전역으로 확산되었다. 160개 도시와 143개의 대학에서 시위가 있었고 국제적 연대시위가 줄을 이었다. 다급해진 정권은 600명에 가까운 시위자를 학살하고 눈을 겨냥해 총을 쏘아 실명케 하고 수만의 시민들을 체포하고 10명이 넘는 청년들의 생명을 교수형으로 뺏으면서 6개월 지속된 시위를 겨우 진압했다. 하지만 이번 급격히 타오른 시민봉기가 촉발되기까지 젊은 여성들의 ‘여성, 생명, 자유’시위는 완전히 끊기지 않고 지속되어 왔다. 지난 1월 9일 물라 정권이 시민들을 상대로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르며 증거를 은폐할 작정으로 인터넷 차단을 하기 직전 전세계에 이번 시위진압의 첫 희생자로 알려진 ‘로비나’는 ‘여성,생명,자유’시위의 대표성을 지닌 여성, 용기와 활력이 넘치는 23세의 쿠르드 소수민족 시위자였다. 수많은 ‘로비나’들이 시민봉기에 일어선 시민들을 이끌어 왔음을, 이번 시위는 그들이 지펴온 ‘이란혁명’의 출발인 것을 어떻게 부정할 수 있는가!
2023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엔지니어 출신의 저널리스트이자 페미니스트 인권운동가인 나르게스 모하마디는 시린 에바디가 세운 ‘인권옹호센터’의 부회장을 했고, 사형폐지 운동과 여성인권 투쟁을 전개하면서 총 30여년 선고를 받았고 수감과 석방을 수차례 반복하면서 장기 수감자가 되었다. 그는 교도소에서 ‘여성, 생명, 자유’ 시위가 시작되자 열렬히 지지하면서 그 ‘마흐사 아미니 사망’ 시위로 구금된 여성들이 당한 성적, 신체적 학대를 상세히 기록한 그의 보고서를 BBC가 출판하게 했다. 그는 자신이 수감된 정치범 수용소로 악명 높은 에빈 교도소의 58명 수감자 명단을 밝히고 그들이 수감되어 있는 환경과 심문받은 과정과 당한 고문들을 상세히 기록한 보고서도 쓴다. 2022년 모하마디는 수감자들의 증언을 담은 ‘백색고문’을 책으로 출판한다. 그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 같은 저널리스트인 남편이 14년형을 받자 남편과 아이들을 망명시키고 자신만 이란의 장기수로 남아 독방에 갇히는 고문(백색고문)을 당하고 수시로 탄압받았지만 수감중에도 무고한 사형 희생자들을 기록해서 알리며 물라 정권의 반인도적 범죄를 고발했다. 물라 정권은 백색고문을 자행해서 허위자백을 받아내고 그것을 근거로 사형을 집행하기도 하고 법적 증거가 없어도 임의로 사형을 집행하면서 전 국민들에게 누구든 체제에 반하면 사형선고로 죽을 수 있다는 공포를 심어 지배를 연장해 왔다는 것을 고발하면서 사형폐지에 사투를 걸고 있다. 극도로 건강이 악화되어 풀려나 있던 모하마디는 지난 12월 의문사한 인권변호사의 추모식에서 반독재 항거를 독려하는 연설중에 납치되어 재수감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교도소 접견도 안되고 그의 행방과 건강상태가 확인되지 않아 모두를 안타깝게 하고 있는데 물라 정권이 그에게 이스라엘 내통 협의를 씌워 사형시킬 계획이라는 루머가 있었기 때문에 더욱 긴장하면서 세계 인권단체들이 이란정부에 그의 안전보장과 건강상태 확인을 요청하는 서신을 계속 보내고 있다.
각각 70대 60대 50대인 페미니스트 인권 운동가들인 에바디, 소투데, 모하마디, 이들과 함께 백만인 서명운동을 벌였던 수많은 페미니스트들 활동가들이 있고, 2009년 녹색운동에서 사자떼의 위세를 떨쳤던 여성들, 2014년 ‘나의 은밀한 자유’ 온라인 캠페인에 참여했던 젊은 여성들, 2017년 ‘엥겔랍 가의 소녀들’ 시위에 이어 2022년 ‘여성, 생명, 자유’시위를 이끄는 주체인 Z세대 여성들까지, 이란의 여성운동은 여러 세대간 유기적 연대를 이루며 경탄할 만한 용기와 끈기로 각각의 투쟁을 독려하며 점점 강력해지고 있다. 그렇게 2026년 ‘이란혁명’이 출발한 것이다.
무함마드 라술로프의 영화, ‘신성한 무화과의 씨앗’(2023, 한국상영 제목을 ‘신성한 나무의 씨앗’으로 바꿨는데 영화주제의 중요한 상징인 ‘무화과’를 무슨 이유인지 지웠다.)은 ‘아버지 살해’를 불사해야 하는 비극적 국면의 절정을 이란 사람들에게 대면케 한다. 극한의 긴장으로 치닫는 절정의 국면에서 죽어야 하는 아버지는 파라노이드 광기 자체로 돌변한 더 이상 아버지일 수 없는 아버지, 신정체제의 물라정권을 향한 것임을 인식하게 해준다. 이란 역사에서 존재가 부정당한 수많은 소녀와 여성들은 무화과의 작은 씨앗들과 같지만 그 씨앗들을 먹은 새들과 동물들을 통한 순환으로 다시 나무로 자라 더 많은 씨앗을 품은 ‘열매꽃’이 풍성하게 달리는 든든한 혁명의 나무로 우뚝 설 것이다. (2026. 2. 03)
= 저자 추천 영상:
- ARTE Reportage Iran: 10 Days of Resistance (2026. 1. 28일 업로드된 26m 길이의 르뽀 다큐. 영어자막 있음.)
- ARTE Reportage Iran: The Mullah and Young Women (2025. 11. 04, 28m길이의 르뽀 다큐. 영어자막 있음.)
(참고) 시린 에바디는 EBS 위대한 수업 '이란의 봄' 시리즈에서 6개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이 시리즈는 그간 해외에서 볼 수 없었는데 최근 EBS가 http://grecture.com 사이트를 런칭하면서 해외에서도 볼 수 있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