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얼마나 멋진 배움이었나

김은실, 또 하나의 문화 동인

by 또 하나의 문화
크리스챤 아카데미의 반세기를 돌아보는 <이 얼마나 멋진 배움이었나: 크리스챤아카데미와 한국여성 인간화 운동의 아름다운 동행> 발간에 즈음하여 행사에 다녀온 김은실 동인의 북토크 서평을 싣습니다.
저자 이정자. 1942년생. 한국일보 기자를 거쳐 크리스챤아카데미 책임간사, 여성사회연구회 회장을 지냈으며, 현재 헌법개정여성연대 고문으로, 관련하여 최근 여성신문에 특별기고 두 편을 게재한 바 있습니다.

= 이정자, 여성신문 오피니언 특별기고

이 얼마나 멋진 배움이었나 - 여성 인간화 운동 (2026. 2. 04)

인간화 운동의 중심은 ‘중간집단’이다 (2026. 2. 06)



<이 얼마나 멋진 배움이었나: 크리스챤아카데미와 한국여성인간화운동의 아름다운 동행>을 읽고


김은실, 또 하나의 문화 동인, 이화여대 여성학과 명예교수



이정자 선생님의 책 <이 얼마나 멋진 배움이었나>, 제목이 좋습니다. ‘멋짐’ 배움에 대한 이정자 선생님의 자랑스러움이 빛나는 제목입니다.


“10부 인터뷰–강원용과의 만남 그리고 여성운동” 챕터 앞까지 이정자 선생님은 1970-1979년 과거의 자료에 기반해 크리스챤아카데미 여성인간화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상세한 소개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9부까지 읽으면서 아카데미 중간집단 여성사회교육 프로그램 그리고 주부아카데미에 참여했던 교육생들은 정성스럽게 조직되고 준비된 정말 멋진 배움의 프로그램을 경험했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교육은 인생의 전환을 가져왔을 것이고, 또 거기서 평생 같이 갈 친구와 동지를 만났을 것이고, 또 아카데미에서 배운 방식대로 세계를 변화시키는 프로그램을 조직하고 구성하는 운동가들이 되었던 것이구나라는 생각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바로 한국에서 1980년대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운동을 조직하고 시작했던 사람들이구나라고 생각했고, 크리스챤 아카데미에서 만들어진 이들의 연대와 관계성이 한국의 여성운동을 영향력있게 만들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이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10부에서 12명의 인터뷰 내용을 읽어 보니, 그들은 자신들이 아카데미 교육프로그램의 멋진 배움의 경험자들이었고, 수혜자들이라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마음을 움직이고, 의식을 변화시키는 교육방식을 경험한 것, 평생 같이 일을 하는 동지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과 연대하며 일을 하는 삶을 살게 되는 것, 세상을 바꾸는 여성운동가가 되는 것, 그리고 세계에 대해, 인간 여성에 대해 배움을 준 스승을 만나는 것 등 대단한 배움의 역사가 있었다는 개인적 기억들을 언급하고 있었습니다. 12명의 교육생들의 이야기는 아카데미 프로그램의 의미와 영향력을 증거하고 있었습니다. 여성들에게 세계와 역사를 변화시키는 행위자, 주체가 되어야한다는 것을 교육하고 격려하고 지원하는 인프라가 부족한 1970년대의 한국 사회에서 많은 재정적 인적 자원을 동원해서 조직한 세심한 교육 프로그램, 도덕적 지원들, 새로운 세계관과 지식을 강의하는 새로운 선생님들과의 만남 등 대단한 자원을 크리스챤 아카데미는 제공했습니다. 변화되어야 하는 “사회와 불화하는 개인”을 만드는 것, 이 말이 쓰여진 것, 발화된 것이 저에게는 너무 재밌고 또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이 말을 좋아했을 혹은 놀랬을 젊은 여성들을 상상하며 ‘와우!’ 했습니다.


저자 이정자 선생님의 크리스챤아카데미 여성인간화교육에 관한 자세한 자료 정리에 감사드립니다. 누군가가 기록을 정리해주지 않으면 70년대 젊은 여성들이 사회개혁으로서의 여성운동의 중간 매개자로 교육되었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파편적으로 크리스챤아카데미에서 교육받았던 개인들을 생각하면서 자신의 틀 속에서 자기가 이해한 그들을 전부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1970년, 1980년대 페미니스트 운동가들에 대해 잘 모르는 젊은 세대들이 1970년대에 여성운동가가 되겠다고 마음 먹었던 젊은 여성들이 누구였고, 또 나중에 어떤 일을 했는지를 알면 한국 페미니즘 역사를 이해하는데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되고, 또 흥미로운 것들을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정자 선생님 책은 1970년대 사회개혁으로서의 여성운동을 위한 준비를 크리스챤 아카데미는 어떻게 하고 있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정자 선생님은 페미니스트에 의한 기존의 6개의 연구물을 인용하면서, 1980년대 초 새로운 진보적 여성운동의 출현은 크리스챤아카데미의 여성인간화 교육과 거기서 배출된 교육생들로부터 기인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주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했고, 제가 이 책을 읽기 이전에 교육생들에 대해 넓게, 총제적이고 맥락적으로 생각하지 못했고, 또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정자 선생님 책을 읽으면서 특히 제가 알고 있는 여성 선배들의 이름을 보면서 1980년대 여성운동과 크리스챤 아카데미의 관계를 여성사회 중간집단 교육에서 배출된 교육생 그리고 대화 운동에 참여했던 여성 지식인들의 관계와 활동을 통해 조사, 연구하면 흥미로울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정자 선생님은 책의 미주에서 여성사회 중간집단교육에 참여했고, 또 새로운 여성운동 조직을 시작하고 참여했던 여성들의 이름을 많이 밝히고 있습니다. 이 이름들을 읽는 것이 저는 참 좋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제가 알고 있는 분들의 이름을 보는 것이 읽는 재미를 주기도 했습니다. 1980년대 한국여성의 전화, 여성평우회, 이화 여성학, 또하나의 문화, 한국여성단체연합, 여성문화예술기획, 한국여성노동자회, 여성신문 등 진보 여성운동의 저변을 확산시키는 새로운 조직이나 인프라 등에 아카데미 여성사회연구회 회원들이 어떻게 참여했는가를 살펴보면 당시 한국여성운동의 지형에 크리스챤 아카데미 교육의 영향이 어떻게 연루되었는지에 대한 또 다른 방식이 드러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이정자선생님이 제시하는 1974-1979. 3월 까지 중간집단육성 여성사회교육 프로그램과 참가자들의 자료, 그리고 1979년 이후 새로운 중간집단 교육 대상이던 사회주부를 육성하기 위한 주부교육 등의 자료가 매우 의미있고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자료들을 보면서 당시 여성인간화 교육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이 ‘여성 인간화’ 틀 혹은 개념 그리고 ‘중간 매개 집단’이란 위치성에 대한 것인데, 이 개념들을 둘러싼 당시의 토론이나 논쟁 혹은 이 개념들을 구축한 과정이나 맥락 등이 매우 궁금했습니다. 이정자 선생님께 드리는 질문이라기보다, 이 부분에 대한 기록 또한 누가 써주었으면 좋겠습니다. 70년대 흥미로운 아이디어이고, 이후 여성의 인간화는 이화여대 등에서 계속 사용되었던 개념이어서, 70년대 토론이나 사상적 맥락 등을 알고 싶습니다.


제가 또 흥미롭게 봤던 것은 크리스챤아카데미 교육 방법론이 많은 교육생들에 의해 재생산 되거나, 중요한 준거점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10부에서 이혜경은 (273)은 후에 “나도 여러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거의 아카데미 교육방식의 포맷을 따랐고, 아카데미 교육방식은 지금도 사회교육의 기초가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쓰고 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장필화선생님과 아시아 여성들을 교육하는 프로그램 등에서 비슷하게 발견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것들도 논의가 되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또 크리스챤아카데미 젊은 여성 중간집단에 대해서는 한국에서의 여성사회 형성이라는 차원에서 연구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1973-1978년 남성과 달리 동지나 동료관계를 맺기 어려운 젊은 여성들에게 같은 정도의 역사의식과 세계의식을 갖는 공동체를 갖는 것, 동료나 동지에 대한 필요와 기꺼이 동료·동지가 되어 주는 관계를 맺는 것이 어떤 것이고, 이 관계의 사회적 정치적 수행성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이계경(247)은 숭고한 광기로 창조적 소수가 되라는 강원용 원장의 메시지가 우리 모두를 여성운동의 전사자로 만들어주고 있었다고 했는데, 당시 이 숭고한 광기는 젊은 여성 집단 내에에서 어떻게 수용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이정자 선생님께 자료정리에 감사를 표합니다. 만들어진 자료를 읽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만, 그것을 찾아 배치하고 정리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과거의 자료들을 찾아서 엮고, 맥락에 맞게 배치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지난한 작업에 대해 치하하고, 축하 드립니다. 그리고 그 작업의 결과로 1970년대 사회변화의 주체로 여성을 조직했던 그 역사의 구체성의 한 측면을 알 수 있게 해줘서 감사드립니다. 저만 해도 자료에 등장하는 이름들 중 아는 이름들이 좀 있기 때문에, 그 이름들을 통해 그들이 여성운동에서의 움직임을 좀 읽을 수 있지만, 사실 젊은 페미니스트들에게 교육생 이름들은 아마 다 모르는 이름이거나, 어떤 활동을 했는지 모르는 영역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교육생 이름만으로 지형의 이동이나 사람들의 관계성을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더 늦기 전에 이정자 선생님이 자료를 정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6. 2. 05)

keyword
작가의 이전글여성들의 ‘이란혁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