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은(또 하나의 문화 동인, 또문독서회 회원)
다은(또 하나의 문화 동인, 또문독서회 회원)
가수 이랑의 ‘우리의 방’이라는 노래를 좋아한다. 이 노래는 여성 싱어송라이터 5인 – 신승은, 이랑, 성진영, 이호, 슬릭 – 이 각자의 시공간에 대해 말하는 인터뷰 기반 책 <이야기, 멀고도 가까운>에 수록된 곡으로, 인터뷰를 통해 이랑은 이제까지 거쳐온 집들을 하나씩 회상하며 그 집과 방에 얽힌 이야기와 감정들에 대해 말한다.
어린 시절까지만 해도 집으로 가는 아파트의 모든 현관문이 열려 있어 집으로 향하는 길에 같은 아파트에 사는 분들께 인사를 하며 올라갔던 기억부터 어느 순간부터 모두 닫혀버린 현관문에 관한 이야기. 엄마가 오기 전 세 남매가 함께 TV를 보면서 라면을 끓여 먹던 이야기. 집에서 마주했던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과 엄마의 우울까지.
집에 얽힌 이야기는 가족을 환기시키고 어린 시절 기억은 여전히 영향력이 있다고 말하며, 이랑은 공간을 통해 지나온 자신의 삶을 반추한다. 어린 시절로부터 도피하고 싶지만 여전히 그 기억들이 자신 안에 잔존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제는 과거를 마주하며 그에 얽힌 이야기와 노래를 만들어내고 싶다는 이랑, 그는 이 노래를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읽고 만들었다.
이야기나 노래 만들기를 좋아했던 어린이에서 음악을 만들고, 공연을 하고, 영화를 찍는 사람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되짚으며, 새로운 노래나 이야기를 만들 때마다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이 늘 있었지만 그럼에도 계속해 나갈 수 있었던 까닭은 한 명이라도 네 이야기가 좋다고, 계속해도 된다고 응원해 주는 사람이 있어서였다. 때문에 자기만의 방도 좋지만, 곁에 누군가 한 명이라도 있는 게 정말이지 중요하다는 이랑. 노래 ‘우리의 방’에는 이런 그의 바람이 잘 드러난다.
점차 누군가와 같은 책이나 영화를 읽고 보며 이야기할 기회가 줄어들었음을 실감한다. 그런 내게 작년 하반기부터 해오고 있는 또문독서회는 일종의 ‘우리의 방’과 같은 존재다. 물론 이제까지 진행한 모든 책을 다 읽지는 못했지만… 혼자라면 끝까지 읽어내지 못했을 책도 함께라서 끝까지 읽어내고 서로서로 책에 관한 생각과 논의를 나누며 조금씩이라도 읽어나가고 있다.
각자 의견을 말하고, 듣고, 응답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도 생각을 진전시킬 힘을 만들어낸다. 또문독서회는 책과 관련된 생각을 교환하는 장(場)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정기적으로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공동체의 돌봄을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도 소중하다. 책으로 시작된 인연이지만 함께 여성 영화제도 가고, 특강과 포럼을 보고, 송년회도 하면서 지난 25년 하반기를 또문독서회와 함께 알차게 보냈다.
이 시대에 ‘돌봄’이 필수적인 주제인 만큼, 올 2026년도 또문독서회와 함께 돌봄과 관련된 여러 책을 읽고 이야기하며 돌봄에 대해 좀 더 배워나가고 싶다. 이랑이 노래하듯, 또문독서회라는 작은 우리만의 방에서 오래오래 함께 시끄럽게 떠들면서 좀 더 나아갈 수 있는 눈과 마음을 가지게 되기를 소망한다. (2026. 3.)
“나는 눈앞의 경계선을 넘어서까지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기를 간절히 기도했지
들어는 봤지만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활기로 가득 찬 세상과 도시들을 볼 수 있게 되기를
내가 경험한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할 수 있게 되기를
나와 닮은 사람들을 어디선가 만나고 닮지 않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기를”
- 이랑 ‘우리의 방’ 일부
- 이랑의 노래 ‘우리의 방’(Woori’s room) - https://youtu.be/OOAPxIWEjy0?si=zGeCr5MFq30wyWU8
- 또문독서회는 온라인 없이 직접 만나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참가신청: https://forms.gle/QGZm25gyFmRM8DUU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