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큐어를 바르고 출근합니다.

나의 직장갑옷: 네일

by 남배추

손톱에 뭔가가 발라져 있으면 무척 답답하다. 그런데 요즘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출근하는 동안만큼은 매니큐어를 꼭 바른다. 어디 까진 곳이 없나 꼼꼼히 확인한 후, 매일 아침 덧칠을 하며 출근준비를 하느라 아침이 무척 바쁘다. 사실 손톱에 매니큐어를 바르면 손톱이 숨을 못 쉬는 것처럼 답답하기도 하고, 젤네일이 아니면 자주 까지고 벗겨져서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그런데 포기할 수가 없다.


회사에서 가장 많이 들여다보는 나의 손은 컴퓨터의 키보드를 많이 칠 수밖에 없는 사무직의 업무 특성상 내 시야를 벗어나는 일이 별로 없다. 심지어 차를 한 잔 마실 때도 손가락이 보이고, 별다른 특색 없는 나의 책상에서 알록달록 색이 입혀진 나의 손톱은 글을 끄적일 때조차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리하여 이 손톱을 어떻게 관리하고 가느냐에 따라 그 날 바라보는 풍경도 약간 색채감을 더한 다채로움을 입기에 네일을 포기할 수 없다.


그런데, 난 성격이 급하다.

매니큐어가 마를 동안 기다리는 일이 무척 고되다. 그 몇 분 안 되는 시간 동안을 가만히 있지 못하고 꽈배기마냥 몸을 베베 꼰다. 협박이라도 하듯 매서운 눈으로 정직하게 같은 속도로 가는 분침을 뚫어지게 쳐다보지만, 시간의 무한루프에 갇힌 마냥 기나긴 10분은 고통스럽다.


물론 이제는 말랐겠지라며, 아직 조금의 시간이 더 필요한 손톱을 문지르다가 매니큐어가 엉겨 붙은 적은 내 손가락과 발가락 수보다 훨씬 많다.


다행히 빨리 마르는 매니큐어가 있어서 샀다. 심지어 샤넬이다. 내가 이런 호사를 누려도 좋은 것인가 싶지만, 정말 빨리 말라서 나의 성급한 성미를 조금 잠재워주기에 어쩔 수 없이 항복하게 된다. 마시멜로실험에서 백퍼 실패하고 말 것 같은 나의 성격 상, 이 정도의 기회비용은 참아줄 수 있으므로.

처음에는 빨간색만 사서 1년 내내 빨간색만 바르려고 했다. 나의 시그니처컬러로 만들겠다며 호기롭게 다짐했다. 내가 고른 빨간색은 짙은 버건디컬러로 멀리서 보면 블랙같이 어둡게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빨간색이 드러난다. 그런데 다른 컬러 두 개가 더 생겼다. 그리고 나는 갑자기 좋아하는 게 세 개나 되어버린 이 상황이 무척 부담스러웠다.


버건디만 있을 때에는 나의 관심은 모조리 버건디에만 갔었는데, 이제는 보라도 좋고, 장밋빛색도 마음에 든다. 나의 마음은 하나인데, 이 좋아하는 양을 똑같이 나누어 분산하는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아 나머지 두 색을 환불할까도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환불하지 않았음에 감사한다. 때에 따라 옷에 따라 손톱에 색을 입히는 게 무척 재미가 있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즐거움이 또 다른 구매력으로 이루어져 많은 물건을 소유하려들까 두렵기도 하다. 그렇지만 손톱의 색 하나만으로도 나의 기분이 이렇게 들뜨는데 가끔은 미니멀을 포기하고 맥시멀로 가도 좋겠다 싶다.


그래서 오늘도 생각한다.

너무 호기롭지는 말자.

생각은 변하고 취향은 더해가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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