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난 화병을 사러 갈 것이다

by 남배추

꽃을 받았다. 하얗고 빨갛고 분홍인 장미꽃만 존재하는 줄 알았는데, 노랗고 살구색이고 아이보리색이 풋풋한 연두색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마음이 촉촉해졌다.


꽃이란 낭비의 정점을 찍는 무용의 물건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의 눈은 금세 반달모양으로 변하고 만다.


‘이거 진짜 비싸겠다. 얼마야?’



라고 튀어나오려던 말을 겨우 붙잡았다.

꽃은 너무 사랑스러운데 주부의 습성은 본성과도 같은지 나도 모르게 비용을 계산하고 만다.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부는 꽃 정도는 예산 따위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한 움큼 살 수 있는 재력이지 않을까.


살구색이 무척 마음에 들었는데 이 살구색에 검은색이 더해지면 조금 슬플 것 같다. 꽃이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플로리스트는 이 생각을 이미 먼 과거에 간파했는지, 꽃이 오래 지속되는 액체 하나를 같이 넣어주셨더랬다. 처음 보는 과학적인 용액이다.


‘많이 넣으면 더 오래 살까?’


꽃의 불로장생을 꿈꿨던 잠시였지만 과용은 독이 되는 법이다. 사람들의 이런 심리를 잘 아는지 패키지에는 <내용량 5ml 100배 고농축 물 500ml에 사용>이라고 적혀 있었다.


평소라면 삼다수통을 부지런히 잘라서 간이화병을 만들었으리라. 하지만 오늘만큼은 ‘생딸기를 갈아 마실 수 있는 부자’의 마음으로 다이소에 들러 화병을 사 올 예정이다.

그 화병에서 수 일간 나의 마음을 환하게 지켜줄 꽃이 벌써 기대된다. 예산을 벗어나더라도 이런 작은 사치를 종종 즐기고 싶단 생각을 한다.


소소한 사치는
고된 일상을 견뎌내게 하는 타이레놀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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