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능적이면서 기능적인 나의 감각기관
입술은 자극적이다. 맛있는 디저트에서부터 남녀가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며 나누는 키스까지 그 감각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쓰디쓴 말 한마디가 칼보다 더 날카롭게 마음을 베기도 하지만, 달콤한 소리를 만드는 입술은 요물 같은 구석이 있어서 이길 수가 없다. 한 사람이 사랑하는 이의 입술을 쳐다본다면, 그건 기능적인 입술이 아닌 감각적인 입술로 향한 눈빛일 것이다. 자신의 입술을 한껏 돋보이게 하고자 바르는 립스틱에서는 욕망이, 무언가 애타게 기다릴 때 바짝 타들어가는 입술은 간절함이 느껴지기에, 눈코입이 달려있지 않은 입술에서 우리는 감정을 읽는다.
거울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립스틱을 바를 때 이외에 이렇게 뚫어지게 쳐다본 일이 있을까. 알 턱이 없는 입술은 빨개지지도 않은 채로 나를 응시한다. 나의 입술은 눈이나 코처럼 뭉뚝하고 동글 거리는 느낌이 없다. 입을 꼭 다물고 있으면 마치 굳은 결심을 한 사람처럼 보이고 만다.
"너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아무 생각도 안 하는데?"
...
그렇다. 보통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데도 이 요망한 입술 때문에 '사고한다'고 의심받을 때가 있다. 핑크색 립스틱이라도 발라서 근엄함을 지워보려고 했지만, 진하다는 말보다는 찐하다는 말이 어울리는 레드가 어울리니 참 난감하다. 한 번은 파운데이션을 꼼꼼히 발라서 조금은 얇고 흐리멍텅한 입술라인을 꾸며낸 적이 있었다. 수 분 후, 나의 입술은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오고 말았다. 화장품을 먹어버리는 나의 피부특성에 꽤나 탐욕스러운 식욕이 더해진 원인이었다.
이러한 입술은 화가 나면 쌜룩거리기도 하고, 기분이 좋을 때면 양볼 옆으로 가느다랗게 늘어지며 기분을 그대로 표현하기도 하는데, 마치 어린아이 같다. 요즘같이 바쁜 시기에 전화상담을 하다 보면 상대방의 날 선 목소리에 나도 같이 매서워지고 말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의 입술은 평소보다 더욱 동그래지고, 한층 더 맑은 '솔'의 목소리를 만들어 포물선을 그리듯 위에서 아래로 살포시 떨어뜨린다. 그러면 뾰로통한 목소리가 넘쳐흐르는 수화기의 반음 올라간 목소리들이 나의 입술이 만들어낸 포물선에 닿아 음표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나의 입술은 요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