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음 보다 다름

40대 독거 노총각의 갱년기 탈출을 위한 실험

by 도시남자 수식씨



회사가 운영하는 공장을 다녀왔다. 출장으로 자주 가던 곳이라, 공장에 있는 대규모 설비를 보아도 더는 신기한 기분은 들지 않았다. 그러다 문구가 새겨진 기념비 하나를 보게 되었다.

“남과 같이 해서는 남 이상이 될 수 없다.”


회사를 창업하고, 지금은 작고하신 명예회장님이 직원들에게 남긴 글이었다. 공장에서는 그 글귀를 기념비로 세워두고 있었다. 사실 예전에도 이 문장을 알고 있었지만,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 문장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문장을 곱씹어 보았다. 남들과는 다르게 행동해야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뜻인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남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별로 없다. 과거에는 그렇게 살고자 열심히 노력했지만, 결국 지치고 쓰러지기 일쑤였던 삶을 돌아보면, 다시는 그러고 싶지 않다.그리고 ‘나음’이라는 것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내 시선을 끈 것은 결국 앞부분의 “남과 같이 해서는”이라는 문장이었던 것 같다.


“다름”


4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호르몬 변화 때문인지 갱년기가 온 것 같다. 무언가를 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고, 무엇을 해도 즐겁지 않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지루한 일상에 또 불만이 생긴다. 결혼을 하지 않았고, 키울 아이도 없어서 시간이 많은 나는 더 지루함을 느낀다. 결혼을 해서, 아이를 키우느라 바쁜 친구들은 내 상황을 부러워하지만, 그건 모르는 소리다.


나는 다르게 살고 싶다. 5,000미터가 넘는 히말라야 고산을 트레킹하고 싶고, 세계의 유명한 랜드마크를 찾아다니며 인증샷을 찍고 싶고, 산티아고 순례길 800킬로미터를 걷고 싶고, 어디 산 아래 초가집을 지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삶을 살고 싶다. 그런데 이런 ‘다름’의 삶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밥벌이, 책임감, 의리 등 놓치 못하는 여러 이유를 핑계 삼아 오랜 시간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지는 와중에, 요즘 부서에 새로 입사한 직원에게 내가 자주 하는 말이 떠올랐다.


“혁신은 안단테로.”


그렇다. ‘다름’의 삶도 천천히, 점진적으로 이뤄질 수 있겠다. 히말라야 트레킹을 꿈꾸며 휴일을 활용해 한국의 아름다운 산천을 걷고, 피라미드와 에펠탑 같은 멋진 장소를 그리며 국내의 사찰에서 인증샷을 남기고, 산티아고 순례를 꿈꾸며 전국의 아름다운 성당을 찾아다니며 미사를 드리고, 작가의 삶을 꿈꾸며 매주 한 편의 글을 블로그에 올리는 삶. 지금 바로 해볼 수 있는 ‘다름’의 삶인 것 같다.


“나음보다는 다름.”


마흔 네 살 독거 노총각의 삶은 의외로 조용하다. 매일 아침, 알람보다 5분 먼저 깨어나는 이 묘한 규칙성은 감동도 주지 않는다. 누가 보면 안정적인 삶이라 하겠지만, 내 눈엔 반복 재생되는 저화질 유튜브 같다. 그래서 나는 다짐했다. 남들처럼 살지 않기로. 앞으로의 일상은 여행처럼, 즉흥적이고 낯설고 때로는 어이없게, 그렇게 살아보려 한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보려는 아둥바둥거림을 글로 주 1회 이 공간에 남기려고 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