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3일은 함께 4일은 각자의 시간
나의 MBTI는 INFP다. 그런데 이 얘기를 하면 주변 사람들은 “장난하냐?”며 대수롭지 않게 듣고 흘려버린다. 침묵을 어색해하고 말을 조금 많이 하는 편이고, 마음속 생각을 꺼내는 데 주저함이 없고 나름대로 유머 감각도 있어 분위기를 밝히는 경우가 많다 보니 그런 오해를 사는 것 같다. 나는 사실 사람들과 어울린 뒤에는 늘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북적이는 자리를 뒤로하고 혼자만의 시간으로 돌아가는 순간 비로소 숨통이 트인다. 나 자신을 다시 채우는 데는 고요함이 꼭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확신한다. 나는 분명 내향인이다.
아무래도 혼자 살다 보니 집에서는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누린다. 그런데 또 웃기게도, 집에 혼자 있는 건 그리 좋지 않다. 답답하기도 하고, 가끔은 괜히 좀 심심하다. 그래서 종종 밖으로 나선다. 혼자 있을 수 있는 곳을 찾다 보면 늘 떠오르는 데가 있다. 우리 동네 오솔길 산책로다. 저녁 7시에서 8시 사이쯤, 해가 지고 어둠이 슬슬 깔릴 무렵. 그 시간대면 사람도 거의 없다. 그냥 걷기 좋은 시간이다. 걷는 동안에는 별생각이 없다. 어쩌다 떠오르는 생각들도 스치듯 지나가고, 굳이 정리하려고 애쓰지도 않는다. 몸이 움직이고 있다는 감각만 느끼면 그걸로 충분하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그저 그런 시간들이 쌓이며, 조금은 숨통이 트이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가끔은 문득 생각한다. 이것이 내가 결혼을 못하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고. 집에 있는 걸 싫어하면서도, 혼자 있는 시간을 유난히 좋아하는, 모순적인 내 모습이 누군가와 함께하는 삶과 잘 어울리지 않는 듯 느껴지기도 한다. 아버지께는 괜스레 죄송한 마음이 크다. “언제쯤 장가갈래?”라는 말씀을 들을 때면 웃으며 넘기지만 속으로는 답을 내리지 못한다. 물론 사람을 만나면 친밀하게 잘 지내고, 함께 하는 시간이 즐겁다. 다만 문제는 체력이다. 며칠만 어울려도 쉽게 지치고, 다시 혼자의 시간을 찾아 헤매게 되니 말이다. 이런 내가 과연 누군가와 함께 지내는 삶에 잘 어울릴까, 스스로도 의문이 든다.
그래도 혹시, 일주일 중 3일은 함께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4일은 각자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그런 분이 계실까? 혼자만의 시간과 함께하는 시간을 적당히 나누며 서로를 존중할 수 있는 관계라면 정말 좋겠다. 만약 그런 분이 있다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매주 3일은 누구보다 즐겁게 해드릴 자신이 있다. 그리고 남은 4일은 각자의 공간에서 충분히 충전한 뒤, 다시 웃으며 만나는 그런 관계라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어쩌면 이것이 내식의 사랑법이 아닐까. 그래서 마지막으로 한마디 용기 내어 적어본다. 혹시 주 3일 결혼생활 어떠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