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합격] 그린북 '토니 발레롱가'

'선'을 넘지 않는 인간

by 도시남자 수식씨

요즘 세상을 보고 있자면 숨이 턱 막힐 때가 있다. 모두가 결점 없는 완벽한 사람을 찾는 데 혈안이 된 듯하다. 뉴스나 SNS에는 누군가의 과오를 찾아내 집단으로 공격하는 모습이 흔하게 등장한다. 대상이 정치인이든 연예인이든, 혹은 일반인이든 한 번 낙인찍히면 재기하기 어려울 정도다. 실수에 대한 '관용'이라는 단어는 이제 사전 속에서나 존재하게 된 것 같다.


마치 게임을 즐기듯 타인의 허점을 파고드는 데 에너지를 쏟는 모습에 피로감이 밀려온다. 사실 성인이 아닌 이상 누가 완벽할 수 있겠는가. 식사 중 옷에 국물을 흘리고, 운전 중 깜빡이를 잊거나, 농담 한마디에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드는 것이 우리 보통 사람들의 일상이다. 실수와 부족함은 인간의 본질임에도, 이 시대는 지나치게 완벽을 강요한다.


최근 영화 <그린북>을 다시 보며 주인공 '토니 발레롱가'를 떠올렸다. 그는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불완전한 인간형을 대변한다. 단순하고 거친 마초적 성격에, 푼돈을 벌려 얄팍한 꾀를 내고 때로는 주먹이 앞서기도 한다. 심지어 당시의 인종 차별적 편견까지 지녀 흑인이 사용한 컵을 버리는 모습은 요즘 같으면 사회적으로 매장당하기 충분한 '인성 논란'의 대상이다. 그럼에도 그를 미워할 수 없는 이유는 그가 결코 '선을 넘지 않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토니는 허점투성이지만 삶의 기준이 분명했다. 가족에 대한 극진한 사랑과 책임감은 그의 원동력이었다. 생계를 위해 운전대를 잡았지만, 부정한 제안 앞에서는 단호했다. 피아니스트 셜리 박사와의 여정에서도 그는 자신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비록 편견으로 시작된 만남이었으나, 함께 시간을 보내며 그는 상대를 한 명의 예술가이자 고독한 인간으로 존중하기 시작했다. 편견보다 인간성을 선택한 그의 책임감이 결국 인종을 초월한 우정을 빚어낸 것이다.


결국 인간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우리 모두는 토니처럼 크고 작은 결함과 편견을 안고 살아간다. 나 역시 분리수거가 귀찮아 슬쩍 일반 쓰레기에 섞어 버리기도 하는 불완전한 존재다. 완벽주의를 강요하는 세상은 피곤할 뿐이다. 우리 모두가 성인이 될 필요는 없다.


다만 토니처럼 '넘지 말아야 할 선'만큼은 지켜야 한다. 타인의 안전을 해치지 않는 것, 주변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을 다하는 것,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성실히 수행하는 것. 이 선을 지키는 범위 안에서라면 조금 모자라고 실수해도 괜찮다. 본래 불완전하게 태어난 인간이 서로의 부족함을 보듬으며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진짜 인생이기 때문이다. 완벽하려 애쓰기보다 선을 넘지 않는 삶,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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