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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예프스키는 화가다

백치

by labelbyme

표현 중에 식상한 표현이 많다. 가슴이 찢어진다 같은 문장이 대표적이다. 가슴이 찢어진다는 표현이 자주 쓰여서 식상한 것이 아니라 그 몇 단어로는 슬픔이 공감되지 않아서 진부하게 잃혀진다.


도스토예프스키 책에서 호불호가 있는 부분이 밑도 끝도 없는 장황한 독백이나 대화다. 분량도 많지만 문맥에 어울리지 않는 경우도 있다. 나는 그 주절주절 하는 부분을 좋아한다. 도스토예프스키도 일반적인 글로 가슴이 찢어진다는 표현이 전달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이 분명히 있고 그 고통은 볼 수만 있다. 볼 수만 있는 고통이라면 작가는 표현대신 그려야 한다. 단 하나의 정지된 장면이라도 그리기 위해서는 긴 분량이 필요하다. 도스토예프스키는 화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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