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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는 숫자인가 기호인가?

가라타니 고진

by labelbyme

√2는 숫자일까 기호일까? √2는 끝이 없는 숫자이다. 여자 화장실 앞에 붙어있는 촌스러운 분홍색 치마 표지는 이 화장실이 여성용이라고 말해준다. 여성의 특징을 분홍과 치마로 압축해 버린 것처럼 √2는 무수히 나오는 소수점을 꺽쇠 기호로 잘라낸다.


플라톤은 철학을 수학처럼 만들고 싶어 했다. 수학처럼 단단한 기초가 있고, 그 위로 사상을 계속 쌓아가서 발전시키고 싶었다. 마치 단단한 지반 위에는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것과 같다. 문제는 수학조차도 √2처럼 불확정적인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 마당에 철학을 포함한 다른 학문 모두 이상적인 기초를 가질 수 없다. 이 책에서 가라타니 고진은 철학뿐만 아니라 수학, 언어, 도시 이론, 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 나타나는 결정불가능성에 대한 분석을 진행한다. 형식과 체계로 세상을 이해하는 것의 한계를 명확히 밝힌다. 하지만 대해 그는 여러 시도를 비판하지 않는다. 오히려 세상을 해석하는 여러 이론의 실패로 인해 새로운 학문이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렇게 쓰고 보니까 출판사에서 쓴 책 요약 같다. 여하튼 21세기 고차원 인문학 트렌드를 한 번에 접하기에는 좋은 책이다. 하지만 관련 분야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너무 범위가 넓어서 따라기기 어렵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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