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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belbyme Dec 19. 2023

 AI가 세상을 지배하는 방법

장미의 이름: 움베르토 에코

장미의 이름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왜 자기가 권력을 쥐어야 하는 논쟁이다. 교황파, 청빈파, 황제파 3개의 파벌이 권력 다툼 때문에 한 수도원에 모인다. 비록 수도원 밖에서는 암살자를 보내 주요 인물을 살인하거나 군대를 동원해서 무력충돌도 마다하지 않지만 회담장에서는 말과 논리로 승부를 해야 한다. 교황이 자신의 권력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은 쉽게 추론할 수 있다. 세상 모든 것이 하나님의 것이므로 교황은 인간 세계를 통치할 권력을 위임받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개 인간인 황제는 어떤 이론으로 권력의 정당성을 주장할지가 궁금했다.


황제 측 수도사이자 이 책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윌리엄 수도사는 논리와 이성으로 하느님의 세상을 이해하는 수도사이다. 기호학의 대가인 움베르토 에코가 창작해 낸 인물인 윌리암의 주장은 언어 기호학을 활용한다. 하나님은 아담에게 동물의 이름을 짓는 것을 허락한다. 수도사 윌리엄이 파고든 부분은 이 부분이다. 아담은 인간이다. 명칭을 하는 것은 법을 세우는 것이다. 이름은 단순히 호칭이 아니다. 이름을 지음으로써 사물의 규정한다. 액체를 담을 수 있는 도구를 요강이라고 명칭 하는 순간 요강에 물을 담는 기능은 금지된다. 이름을 짓는다는 것은 법을 세우는 일이고, 그 법을 만든 것이 사람이라면 세상을 통치하는 주체도 사람인 황제가 되어야 한다는 논리이다. 소설에서는 이런 논리와 관계없이 서로 자기주장만 하다가 회담은 결렬되지만 언어로 권력을 찾으려는 시도는 새롭게 보였다.


인공지능이 갑자기 발달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ai가 언어를 이해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떠오른 생각은 언어가 권력의 원동력이라면 그 언어를 이해하고 결국에는 사람보다 더 잘 이해하면 하느님은 세상을 다스리는 권력을 ai에게 허용하실 것이다. 로봇이 무기로 사람을 대량학살하는 것보다 언어로 사람을 통제하는 것이 더 현실적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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