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드론에 발끈한 건 당대회 때문?

-장밋빛(?) 내세울 9차 당대회-

by 동욱

2026년 1월 10일 토요일 새벽 6시.

북한군 총참모부 대변인이 성명을 발표한다. 대한민국이 새해벽두부터 무인기를 침입시켜 주권을 침해했다고 했다.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KBS 캡처

1월 4일 12시 50분 강화군에서 이륙한 무인기가 개성과 황해도 평산, 금천군 일대를 지나 다시 개성과 판문점을 거쳐 파주로 돌아갔다며 156킬로미터 거리를 3시간 10분 동안 비행한 행적을 구체적으로 적었다. 북한 내 주요 시설을 촬영했다고도 했다.


성명에선 “한국은 적이고 붕괴시킬 대상”이라고 엄포를 놓더니 “키에프의 미치광이들과 판에 박은 듯 닮았다”며 자신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고 있다는 사실도 상기시켰다. “멸살될 짓을 걷어치워야 한다”며 “대가를 치를 것”이라도 했다.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KBS 캡처

김여정 부부장도 “민간의 소행으로 발뺌할 수 없으며 한국 당국은 중대주권침해 도발 책임에서 절대로 벗어날 수 없다”는 성명을 냈다.


북한 주민이 보는 노동신문도 기사와 사진을 싣고 대남 엄포를 담은 성명도 잇따라 전했다. 대대적인 선전에 나선 것이다.


자신들이 남쪽으로 날린 무인기나 드론은 잠시 잊은 것일까? 왜 이렇게 발끈하고 나섰을까?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잔해. KBS 캡처

자신들의 향후 무인기 도발을 정당화하려는 밑밥인 동시에 9차 당대회를 예고한 상태에서 무인기 사건을 이른바 내부 결속용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당대회를 앞두고 왜 내부 결속이 필요할까?


북한 노동신문은 연일 9차 당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독려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1월 8일 신문 사설은 “일군들은 인민을 위한 헌신적복무의 자랑찬 성과를 안고 당대회를 떳떳이 맞이하자”고 썼고 <영광의 당 제9차대회를 향하여 힘차게 앞으로!>라는 소제목을 단 기사들에선 ‘누구나 어디서나 증산투쟁에 박차를 가한다’고 소개한다.


사회주의 국가의 당대회는 5년 혹은 10년마다 열리는 최대 규모의 정치 행사다. 지난 시기 성과를 결산, 평가하고 다가올 시기 정치, 경제, 산업, 군사 등 주요 정책 방향을 결정한다. 당 지도부의 인사도 단행한다.

1980년 열린 북한 6차 당대회.KBS 캡처

북한의 당대회는 지금까지 8번 열렸다. 해방 직후인 1946년과 1948년 1, 2차 당대회를 열었으니 북한이라는 나라가 완성된 이후로 따지면 6번인 셈이다.


1956년 3차 당대회를 계기로 김일성 주석이 반대파들을 몰아내기 시작했고, 5년 뒤인 1961년 숙청의 완수를 기념하는(?) 4차 당대회를 개최한다. 이른바 승리자들의 대회다.


김일성은 이후 10년 마다 당대회를 연다. 여느 사회주의 국가처럼 국가 시스템이 제대로 기능하고 있다는 걸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었을까? 1970년 5차 당대회를 연 김일성은 1980년에도 6차 당대회를 연다. 이 대회에서 김일성은 1985년까지 사회주의 건설을 끝내고 1986년 7차 당대회를 개최하겠다고 선언한다.


하지만 김일성이 숨질때인 1994년까지 당대회는 열리지 않았다. 아들 김정일 시대에도 열리지 않았다.


연이은 경제정책의 실패에다 고난의 행군까지 겹치면서 세계 최빈국으로 주저앉았으니 돈이 많이 들고 또 인민들에게 비전을 제시해야 할 당대회를 열고 싶어도 열 수가 없는 형편이었을 것이다.

북한 7차 당대회.2016년 5월. KBS캡처

그런 당대회를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 5년만인 2016년 개최한다. 7차 북한 노동당대회다.


인민들 허리띠를 더 이상 졸라매게 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권력을 물려받은 김정은이 2016년에 7차 당대회를 여는 것 자체가 인민들에게는 하나의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이제 살림살이가 좀 나아지려나? 나라 형편이 조금 펴질 것인가?


36년 만에 열린 7차 당대회 때 김정은은 호기롭게 나섰다.


당규약을 수정해 제 1비서에서 스스로 당 위원장 자리에 앉는다. 집권 5년 정도 됐으니 자신의 체제가 확고해졌다는 걸 알리면서 아버지 시대는 가고 김정은 시대가 개막했음을 선포한 셈이다. 사회주의 국가답게 5년 마다 당대회를 열겠다며 시스템이 정상화 됐다는 걸 은연중에 강조하기도 했다.


사회주의 기업 책임 관리제라는 걸 선포했는데 김정은 식 경제개혁 조치로 해석되기도 했다. 당 대회에 참석한 최고위 간부 100명에게는 고급 시계를 선물했다.

북한 8차 당대회.2021.1. YTN캡처

그런데 2021년 1월 열린 8차 당대회에서 김정은은 지난 5년에 대한 반성문 아닌 반성문을 썼다.


물론 코로나 19와 그로 인한 국경 폐쇄, 핵개발에 따른 대북 제재 등이 맞물린 결과이지만 어쨌든 경제는 더 나빠졌다. 7차 당대회때 내세운 경제발전 5개년 계획 목표가 “모든 부분에서 엄청나게 미달됐다”며 경제 실패를 인정했다. ‘쓰라린 교훈’을 통해 단호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또 수립했다.


김정은은 앞서 2020년 10월 열린 당 창건 75년 열병식에선 “나라를 이끄는 중책을 지니고 있지만 아직 노력과 정성이 부족해 우리 인민들이 생활상 어려움에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사실 김정은은 주요 계기마다 눈물을 보여 ‘무오류의 최고 존엄’ 이미지에서 탈피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북한 당창건75년 열병식.2020.10 SBS캡처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8차 당대회를 계기로 또다시 승부(?)를 걸었다.


비록 아버지 김정일을 ‘영원한 총비서’로 호칭했지만 8차 당대회에서 스스로 총비서 자리에 오르면서 자신만의 통치 체제도 굳건히 했다. 문화, 예술, 교육 분야에서 이른바 비사회주의 요소를 타파하고자 했고 인민들 마음속에서 통일이라는 단어를 지우면서 남한에 대한 동경심도 차단하려 했다. 국방력 개발 5개년 계획을 내놓으면서 핵 국가로의 야망도 멈추지 않았다. (참고: “마두로 납치에 떤다고?… 핵에 들인 공이 얼만데”).


8차 당대회에서 반성문을 쓰고 다시 신발끈을 묶은 김정은이기에 2026년 2월 이후로 예상되는 9차 당대회는 결코 실패한 대회가 돼서는 안 된다. 선전매체를 통해 ‘영광의 당9차 대회’를 연일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평양 신도시 건설 축하 행사.2021.4.KBS캡처

그런데 과연 9차 당대회에서 인민에게 보여줄 지난 5년의 성과가 있을까? 자칭 핵보유국에 도달하기 위해 다른 분야에 대한 자원배분은 소홀히 하지 않았을까?


북한 매체가 연일 증산 투쟁을 강조하는 건 자신들이 설정한 목표에 아직 미흡하다는 반증이 아닐까? AI시대에증산이라는 양적 개념에 아직도 얽매여 있는 건 어찌 봐야할까?


게다가 그동안 북한은 자신들의 경제 목표를 공표한 적이 없어 계획대로 성과가 났는지도 사실 알 길은 없다.


그런 당대회를 앞두고 무인기 사건이 좋은 소재가 된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대한민국은 ‘상종할 수 없는’ 적대적인 국가로 남아 있어야 한다. 그래야 8차 당대회 이후 통일을 접고 ‘적대적 두 국가론’을 펼치는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에 힘을 더 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여정 부부장이 “한국이 불량배, 쓰레기 집단이라는 표상을 굳히는 데 무인기 침범이 커다란 도움을 주었다”고 말한 부분이 의미심장하다.


북한을 대변하는 조총련 매체 조선신보가 전한 장밋빛 전망도 눈길을 끈다. 26년 9차 당대회를 계기로 “전체 인민이 행복을 누리는 융성 번영하는 사회주의 강국을 2035년까지 실현한다는 '15년 구상'의 첫 단계 과제가 마무리되고 새로운 변혁 과정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당 결정 관철 평양 결의대회.2022.1. 연햡뉴스 캡처

“인민의 애국심에 뿌리를 둔 전진 동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했는데 대한민국에 대한 적개심을 고조시키는 게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을 때리면서 2035년 사회주의 강국 실현을 내세울 김정은 위원장. 그의 바람대로 시간은 흘러갈까?


아버지 김정일은 2007년 한 연설에서 “2012년을 강성대국의 대문을 여는 해로 맞이 할 것”이라고 했는데 공교롭게도 김정일은 2012년을 보름 남겨둔 2011년 12월 17일 사망했다.///


*제목 배경사진은 연합뉴스에서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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