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TV에도 특파원이 있다. 그런데….

-특파기자들이 보내온 소식은?-

by 동욱

특파원(特派員).

특별한 임무를 위해 파견된 사람이다.


흔히 특파원하면 미 백악관이나 파리 에펠탑을 배경으로 리포트하거나 우크라이나 전쟁, 이란 반정부 시위처럼 일촉즉발의 현장을 뛰어다니는 기자가 떠오른다.


표준국어대사전에도 ‘뉴스의 취재와 보도를 위해 외국에 파견돼 있는 언론사 기자’라고 정의하고 있다.


‘톡파원’도 있다. 세계 각국 현지의 영상을 설명하고 화상 앱을 통해 생생한 토크도 나누는 방송인을 예능 프로그램에서 일컫는 말이다.


그러면 북한TV에도 특파원이 있을까? 당연히 있다(?).


북한도 나라이고 언론매체도 있으니 특파원이 있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북한 기자는 어느 나라에 특파돼 있을까? 중국? 러시아? 아니면 자국과 수교한 영국?


매일 저녁 8시면 북한조선중앙TV에 뉴스가 나온다.

KBS캡처

‘특파기자들이 보내온 소식’이라는 코너도 있다.


그런데…. 실상을 알면 실망할 수 밖에 없다. 우리 상식과는 완전히 다르다.


2026년 1월 중순에 보도된 ‘특파기자들이 보내온 소식’을 보면


“대자연 개조의 승전포성. 평안북도 애도간석지 1구역 준공”

“평성학생교복공장 매일 생산계획 110% 수행”
”함경남도 신흥군 새땅찾기에 역량 총집중”

“함경북도 김책제철연합기업소 강철고지 점령에 떨쳐나서”

KBS캡처

해외에 파견된 특파원이 아니라 북한 각지에 특파된 기자들이란다.


평양에서 멀어야 수백 킬로미터일 텐데…. 그래도 특별히 파견됐으니 특파원은 맞다(?).


특파기자들이 보도한 뉴스를 조금 더 살펴보자.


1월 12일에는 “황해북도에서 방송선전차 출동식이 있었다”며 “공장과 농장벌에 달려 나가 일꾼들의 혁명열과 투쟁열을 배가해 주었다”는 뉴스가 눈에 띈다. 선전선동활동 2건을 보도했다.

KBS캡처

1월 13일에는 “원산에서 어구종합공장이 준공돼 각종 어구들을 대량생산할 수 있게 돼 물고기잡이에 혁신을 일으켰다”는 소식과 “평성학생교복공장에서 기술혁신을 통한 증산활동으로 매일 생산 계획의 110%를 달성했다”는 뉴스를 전하고 있다. ‘원료면적 늘리기 위한 새땅찾기’등 6건의 특파기자 보도가 있었다.


1월 14일과 15일도 비슷한 보도가 이어진다. 강계가방공장에서 질 높은 가방을 생산하고, 함경남도 청년 동맹이 알곡증산을 위해 농촌지원 활동에 나섰다는 뉴스들이다.

지역만 다를 뿐 유사한 뉴스가 특파기자들 목소리로 방송된다.


당이나 정부의 정책을 홍보하거나 선전선동 활동을 잘하고 있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특파된 기자들이 발굴한 뉴스일텐데 농어촌 같은 1차 산업이나 경공업 현장이 대부분이다.

KBS캡처

전 세계는 첨단 산업을 놓고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북한은 여전히, 아직도 반세기 전의 산업 프레임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로봇을 생산 현장에 활용하고, AI가 직장인 업무를 도와주고, 우주 개발이 미래의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뉴스는 북한에서는 그저 달나라의 이야기일 뿐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북한 TV 특파기자들이 발굴하고 보도하는 소재가 너무 한정적이라고 뻔하다는 것이다.


‘의료진의 정성과 노력으로 신생아의 생명을 구했다’거나, ‘두쫀쿠까지는 아니더라도 북한에서 인기를 끄는 먹을거리를 조명’하거나 ‘곤경에 처한 누구에게 삶의 가치를 일깨운 이웃을 소개’하는 것 같은 실제 삶이 투영된 소재를 특파기자들이 보도할 수는 없을까?

KBS캡처

“최고지도자의 위대성과 당과 정부의 정책과 노선을 주입하고, 근로인민들의 투쟁 기세를 자극하는, 사회주의 건설을 위한 동원 나팔수”라는 기능에서 과연 벗어날 수 있을까?


그런 날이 오기는 할까? ///


*이 글에서 사용한 사진들은 모두 KBS방송에서 캡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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