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뒤에 있지만 여전한 ‘권력실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2026년 1월 초 존재감을 뽐냈다.
대한민국에 대한 공격수는 김여정 부부장만 선수가 없는 모양이다.
1월 10일과 13일 잇달아 담화를 냈다. 내용도 세다.
김여정은 1월 10일 ‘한국 당국은 중대 주권 침해 도발의 책임에서 발뺌할 수 없다’며 날을 세웠다.
한국 국방부가 무인기 침투가 군의 작전이 아니며 북을 도발하거나 자극할 의도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자, “도발을 선택한다면 끔찍한 사태를 감당하지 못할 거”라며 “현명한 선택”이라고 했다.
어쨌든 북한의 주권을 침범했으니 “구체적인 설명이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라며 “주권 침해에 대한 대가는 심중히 고민”하라고 엄포(?)를 놨다.
사흘 뒤인 1월 13일 담화는 더 세다.
개꿈이니 적이니 불량배니 하는 거친 표현들을 담았다.
통일부가 김여정의 10일 담화를 놓고 ‘소통의 여지’가 있다고 평가하자, 아예 장벽을 친 것이다.
김여정은 “희망 부푼 여러 가지 개꿈들은 실현 불가능한 망상”이라며 “해외를 돌아다니며 청탁질에, 선의적인 시늉을 해 보이며 개꿈을 꾸어도 조한관계의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적국의 불량배들에게 다시 한 번 명백히 해둔다”는 표현을 동원해 못을 박았다.
적대적 두 국가론을 내세운 김정은 위원장의 심중을 동생인 김여정 부부장이 그대로 대변한 것이다.
특히 남한에 대한 강경 메시지를 전담하며 ‘김정은의 입’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김여정. 북한 최고 권력자 김정은의 둘도 없는 여동생이자 백두혈통.
1988년 생으로 알려져 있으니 올해 38살이다. 거친 언사로 남한을 비난하지만 그도 한 때는 공주님으로 불렸다.
‘2013년 3월 초 “오늘 여정 공주님이 결혼식을 했단다. 공주님 남편이 미남이더라. 김일성대학 동창이라고 하는 데 결혼식에서 인민군 총정치국 군관으로, 군사 칭호는 소좌 하면서 신분증까지 수여했어.”…북한 고위간부들은 김주애가 태어난 뒤 일정기간까지 김여정에게 공주님이라는 호칭을 썼다. 김정일이 살아있을 때 김여정의 호칭이 공주님이었기 때문이다.’<류현우,『김정은의 숨겨진 비밀 금고-노동당 39호실장 전일춘 딸과 사위 증언』,동아일보사,2025,pp.259-261>
김여정은 2018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비서실장 역할을 수행하면서 언론의 조명을 받았고 2018년 2월엔 김정은 특사 자격으로 남한을 방문했다.
국정원은 2020년 8월 “김여정이 대미 · 대남 정책에서 권한을 갖고 있으며, 김정은 위원장이 간부들의 보고를 받기 전에 중간보고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은으로 가는 최종 문고리 권력이라는 건데 “사실상 북한 정권의 2인자”라고 평가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수미 테리 연구원은 2023년 1월 “김여정은 최소 2014년부터 실권을 행사한 동생이자 2인자로 김정은이 유고되면 김여정으로 권력이 이양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북한 권력 2인자이자 후계자설까지 나았던 김여정.
하지만 그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는 언론 분석이 잇따른다. 근거는 북한 매체, 주로 북한 TV 화면이다.
공교롭게도 주애가 아버지 김정은의 손을 잡고 북한 매체에 등장한 것과 시기가 겹친다. (참고:“존귀하신 자재분”…주애는 주애일까?)
2023년 2월 열병식 때 주애는 아버지 김정은과 함께 귀빈석에 앉아 주인공 대접을 받았는데 김여정은 군인들 뒤편에 홀로 서 있다거나, 같은 달 열린 체육경기 행사에서 김정은과 주애는 관람석 정중앙에서 관람하는 데 김여정은 뒷줄 가장자리에 앉아 있어 지위에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2025년 6월에는 요트 객실 안에서 나오는 김정은과 딸 주애를 리설주가 객실 밖 복도에서 기다리고, 김여정은 요트 바깥쪽 난간에 서 있는 모습이 공개됐다.
주애는 김정은 바로 옆에, 리설주는 복도에, 김여정은 바깥쪽 난간에 서 있는 모습은 이들의 역학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 TV를 보면 김주애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김여정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는 듯 하다.
모든 관심이 주애와 4대 세습으로 쏠리면서 김여정 후계자설은 자취를 감췄다. 주애를 통한 북한식 상징 정치가 가져온 효과임에 틀림없다.
그렇다고 이걸 근거로 김여정의 위상이 변했다고, 하락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노동당 부부장인 김여정은 2020년에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에, 2021년에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위원이 됐다. 같은 해 9월엔 국무위원회 위원자리에도 올랐다.
아버지 김정일이 권력 세습에 앞서 정치적 기반을 다졌던 당 선전선동부에 몸담았고, 대미·대남 정책에 대한 북한의 총괄 스피커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우리의 중학생 나이인 김주애가 김정은의 후계자가 될 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오빠 김정은이 40대의 나이로 북한을 통치하고 있으니 김여정이 후계자 혹은 최고 권력자가 될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김일성이 82세, 김정일이 70세까지 살았으니 김정은의 예상 수명이 적어도 30년은 남았을 걸로 추론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히려 김여정을 김정은 정권의 핵심 동반자로 보는 게 더 타당하지 않을까?
84년생과 88년생이 권력을 주고받기에는 나이차가 너무 적고, 뺏고 뺏으려면 벌써 소동이 났어야 하지 않을까? 차라리 80년대생 2명이 선대가 물려준 권력을 더 굳게 다지려고 하지 않을까?
통일부도 “김여정의 지위가 바뀌었다고 확인된 점은 없다”고 했다.
오빠 김정은이 나랏일을 하며 주애를 내세워 백두혈통의 통치를 공고히 하고 부각시키는 사이 동생 김여정은 북한 권력의 중추인 당에 스며들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정은과 김여정의 공동 행보는 김정일 사망 후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지금 이들은 앞으로 다가올 10년(2025~2035년)의 새 판을 짜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 입장에선 고령인 조용원 조직지도부 부부장과 미래 사업을 논하기에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차세대 핵심 이너서클이 필요한 이유다. 김여정과 함께 노동당에서 근무하며 인연을 맺은 엘리트 요원이 차세대 ‘공화국’의 핵심 직책에 발탁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김정은과 김여정을 떠받치는 정치 세력으로 성장할 것이다.…조용원의 실권이 김여정으로 이전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김주애보다 김여정의 움직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탈북외교관 한진명,‘김정은이 믿고 맡기는 유일한 혈맹(血盟) 김여정’,월간중앙,2025.9.22.> ///
*제목 배경 사진은 평창 올림픽때 온 김여정의 모습. 강원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