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노숙자 동사도 다 자본주의 탓”이라고?

-북한 매체의 ‘초점 잃은’ 선전 선동-

by 동욱

북한 내각 기관지인 민주조선이 26년 3월 11일 올린 기사다.


“얼마 전 미국 뉴욕시의 골목들에서 10여구의 시체가 발견돼 사람들이 경악했다. 어떤 우발적인 사고로 일어난 참사가 아니다. 1월말부터 미국전역에서는 겨울철 폭풍이 휩쓸어 폭설, 강추위 경보가 잇달았다. 그러나 집 없는 방랑자들은 아무런 대책도 없어 결국 비극적으로 운명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제목은 ‘방랑자들이 겪는 비극’이다.

미국 뉴욕 눈폭풍.2026.2.24.뉴시스

기사는 이어진다.


“거리에는 현대적인 호화주택들이 즐비하게 늘어서있고 창가마다에서는 밝고 현란한 빛이 흘러나와도 방랑자들에게는 얼어드는 몸을 녹일 곳이 그 어디에도 없었다. 방랑자들이 겪는 비극적인 운명은 황금만능과 약육강식의 썩고 병든 사회가 강요한 필연적 결과이다”


그러면서 “미국의 수많은 사람들은 폭등하는 살림집가격을 감당할 수 없어 길옆, 다리 밑에 지은 천막에서 연명하고 있다”며 “1% 특권층의 이익만을 증식시키는 반동적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근로대중은 억만장자의 탐욕을 위해 생죽음을 당할 수밖에 없다는 걸 다시금 실증해주고 있다.”고 결론짓는다.


읽다보면 고개가 절로 갸우뚱해진다. 탐욕 때문에 생죽음을 당했다고?


당시 외신을 찾아봤다.


‘1월 기상 이변으로 극심한 눈폭풍(polar vortex)이 불어 닥친 뉴욕에서 노숙자 16명이 사망했다. 13명은 동사, 3명은 약물 중독이었다. 당시 미국 북동부 지역은 영하 45도의 극심한 추위로 주 방위군이 투입되는 비상사태였다. 눈폭풍 경보가 내린 지역의 주민은 2900만 명에 달했다. 강풍과 결빙으로 전선이 끊겨 테네시 주에만 30만 명이 어둠에 갇히고, 다른 주에서도 수십 만 가구가 정전됐다. ‘생존자체를 위협하는 살인적 한파’에 외출 금지령까지 내려졌으며 노숙자를 위한 대피소(Shelter)에는 수백 명이 동시 수용되기도 했다.’


당국에서 긴급 대책을 취했지만 유례없는 겨울 폭풍의 습격, 기상 이변 때문에 재해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셈이었다.


이게 ‘자본주의의 탐욕’, ‘황금만능주의’, ‘약육강식’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미국 뉴욕 눈폭풍.2026.1.31.노컷뉴스

또 있다. 26년 3월 23일 민주조선 기사다.


“‘문명국’으로 자처하는 일본에서 끔찍한 범죄사건이 발생하여 만 사람의 경악을 자아낸 적이 있다. 부모가 3살밖에 안 되는 아들을 토끼장에 집어넣고 수건을 물려 질식시켜 죽인 다음 시체를 그냥 내버려둔 사건이다. 이 사실이 공개되자 ‘살인자들은 부모가 아니라 야만들이다.’는 경악에 찬 목소리들이 세차게 울려나왔다.”

10년 전인 2016년 일본에서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다. 당시에도 세상을 경악해 했다. 왜 10년 전 사건을 꺼냈을까?


기사는 이어진다.


“어느 한 자본주의나라에서는 의붓아버지와 친어머니가 9살 난 딸의 머리를 욕조에 박아 넣거나 쇠막대기로 마구 때리는 학대행위를 감행하였다고 한다. 친어머니라는 자는 딸 발등을 불에 달군 쇠젓가락으로 마구 지지는 짓도 서슴지 않았다. 딸의 목에 쇠사슬을 감아 베란다 난간에 고정시켜놓는 악행까지 저질렀다.”

일본 비정한 부모 사건 현장.2016.2.27. MBC

그러면서 북한매체는 ‘공산주의어머니영예상’을 받은 평양 김정숙 여성의 가정을 소개한다.


“공장에서 기사로 일하는 바쁜 속에서도 집으로 돌아온 저녁이면 자식들의 성장을 위해 밤을 밝히던 이 여성의 노력으로 세 아들은 과학연구 성과로 사회발전에 이바지하는 명성 높은 과학자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추켜세운다.


북한 선전 매체의 결론은 이렇다.


“화목한 가정들이 우리식 사회주의를 떠받드는 굳건한 초석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극도의 개인주의와 황금만능주의가 만연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가장 가까운 혈육이 모여 사는 가정조차도 범죄의 소굴로, 지옥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그런데 일본의 비정한 부모 사례는 자본주의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잔혹극에서나 볼 수 있는 엽기적인 인간군상일 뿐이다.


‘어느 한 자본주의 나라’ 사례를 자세히 보자.


굳이 왜 ‘어느 한 자본주의나라’라고 했을까?

9살 여아 학대현장.2020.6.21. 중앙일보

대한민국이라고 했으면 북한 주민들에게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엄청난 선전효과가 있었을 텐데….


이 사건은 2020년 6월 경남경찰청에서 수사했다. 9살 여자아이가 계부와 친모로부터 고문 수준의 잔혹한 학대를 받다가, 베란다를 통해 이웃집으로 탈출한 사건이다.


쇠사슬에 묶이기도 했고, 쇠막대기와 욕조, 빨래 건조대가 학대의 도구로 사용됐다.


북한 매체는 “행복과 따스함으로 충만돼야 할 가정생활이 불행과 고통으로 되고 있는 비참한 현실은 개인주의와 황금만능주의가 만연하는 썩고 병든 자본주의사회가 가져다준 필연적인 귀결”이라고 전한다.


그런데 이건 또 개인주의, 황금만능주의, 자본주의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


9살 아동의 학대 원인은 ‘친모의 조현병으로 인한 심신미약’ 때문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조현병.


“사고의 장애나 감정, 의지, 충동 따위의 이상으로 인한 인격 분열의 증상. 현실과의 접촉을 상실하고 분열병성 황폐를 가져오는 병이다.”


병원에 수용돼야 할 사람이 아이를 키웠으니 끔찍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북한 매체는 그러나 조현병 환자도, 얼어 죽는 노숙자의 문제도 개인주의와 황금만능주의, 병든 자본주의의 탓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모든 게 다 자본주의 탓이고 자본주의가 ‘만악의 근원’이라고 몰아세운다.

북한 내각기관지 민주조선 홈페이지.2019.3.21 아시아경제

북한이 이런 끔찍한 사건을 굳이 자본주의와 엮는 의도는 무얼까?


공산주의 종주국 러시아도, 북한 혈맹인 중국도 시장경제 시스템이 도입되지 않았나? 심지어 북한에서도 4백 개의 장마당이 존재하고 있지 않은가? 자본주의 초기 형태인 ‘상업자본주의’의 맹아가 북한에서도 자라나고 있지 않은가?


더구나 세계사적으로 문제가 됐던 ‘약탈적 자본주의’는 18세기와 19세기 정점을 이루다가 복지제도와 복지국가의 등장으로 거의 대부분 해소되지 않았나?


그럼에도 북한의 인식은 20세기 초반에 머물러 있는 건지, 아니면 ‘자본주의를 만악의 근원’으로 몰아 세워야만 공산주의, 사회주의를 유지하고 있는 자신들이 자존심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인지 알 수는 없지만…


어쨌든 북한 매체의 초점을 잃은 자본주의 비판은 날이 가득 서 있다. ///


*제목배경사진은 구글 Gemini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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