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빤 강남스타일'부터 '잊지 마', '그게 아니야'까지
어제 친구랑 맥주 마시며 삶을 한탄하다가 종전 소식을 접했다. 음. 세상은 조금씩 좋아지고 있구나.
(나는 언제쯤..^^..)
종전 기념으로 평양냉면을 먹는 사람들이 많던데 난 내가 요즘 미쳐있는 음악이나 소개하련다.
원래 어떤 노래에 꽂히면 그 노래가 질릴 때까지 무한 반복하는 타입인데 yaeji의 EP2 앨범을 요즘 미친 듯이 반복 중이다. 사실 앨범이 릴리즈 된 건 작년 겨울이라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최근 2018 코첼라에 yaeji의 디깅 영상을 보고 이 글을 써야겠다 결심했다. 비욘세만 볼 것이 아니었다..!
이 나라를 떠야 내가 행복하지 않을까 하루에도 수십 번 생각하는 나도 문득 한국인임이 자랑스러워지는 순간을 꼽자면 한국의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불러일으킬 때다. 영어권도 아닌 나라에서 만든 창작물이 세계에 통용되는 그런 순간.. 멋지다고 생각한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그래서 좋았다. '오빤 강남스타일'을 누구나 다 말할 수 있다. 모두가 싸이의 노래를 좋아하고 싸이의 춤을 즐긴다. 물론 그가 뜬 뒤에 두 유 노우 싸이? 나 말춤 동상 같은 급격한 K화가 조금 힘겨웠지만. 그건 창작자의 몫이 아녔으니까 뭐. 안타까울 뿐이다.
Keith Ape의 IT G MA도 마찬가지다. 유튜브에 검색만 해도 수많은 리액션 영상과 Keith Ape의 월드 투어 영상을 볼 수 있다. 잊지 마로 하나 되는 순간을 파리 런던 등등 세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사람들 가사 의미는 다 아고 부르는 거 맞아? 싶을 정도로 다 따라 한다. 앗 문득 저번 콜드플레이 공연에 영어 다 틀려도 떼창 하던 내가 떠오른다.. 다 똑같은 거다.
싸이와 Keith Ape가 후에 어떤 평가를 받았든 일단 그들이 만든 음악이 전 세계적으로 통할 수 있었던 지점이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그 뒤를 yaeji가 잇고 있다.
'raingurl'과 'drink i'm sippin on'이 대표적인데, 한국말과 영어가 적절히 섞여있다.
특히 후자의 노래는 그게 아니야 라는 말이 반복적으로 나오는데 yaeji만의 멜랑꼴리한 마성의 목소리와 섞여서 중독성이 대단하다. 세뇌되는 느낌도 있고. 말 그대로 마약 같은 음악이다. 반은 하우스고 반은 힙합인 그녀의 음악은 주체적으로 전 세계를 그녀만의 세계로 이끈다. 클럽에서 그녀가 하는 공연을 보면 모든 사람이 그게 아니야를 읊고 있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
예지의 노래가 많은 이들에게 쉽게 다가올 수 이유 중 하나는 그녀의 노래 가사에 있다고 생각한다.
매주 하는 생각 / what if it's just me / 영화 한 편 끝나듯이 / As real as it can be
이게 뭔말이야, 싶은 가사인데 잠시 우리가 한국인이 아니고 한국말을 전혀 모르는 외국인이라 생각해보면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가사가 읊어진다. 쉽게 들리고 다음 가사랑 쉽게 연결된다. 한국어가 분절어이기 때문에 성격이 다른 영어와 섞여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참고로 이번에 셀럽 파이브가 모델로 나와 큰 화제를 낳은 프레시팜 샴푸의 중독성 있는 노래도 yaeji가 만든 곡이다. 미칠 듯한 중독성.. 같은 한국어를 쓰더라도 어쩜 이렇게 착착 붙는 단어를 사용할까. 부럽다리.
자기만의 색깔을 확실히 가진 사람들이 더 나왔으면 좋겠다. yaeji처럼. (나는 언제쯤..)
언니.. 적게 일하고 많이 버세요..
여느 때처럼 나의 고백으로 끝나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