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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조 May 14. 2018

이름을 버린 차일디시 감비노

그가 바라보는 미국 - This is America

차일디시 감비노(Childish Gambino)의 신보 'This is America'가 발매된 지 일주일 만에 유튜브 조회수가 1억 뷰를 기록했다. 나흘 만에 6천 만의 조회수를 기록했으니 그리 놀랍지 않은 상승세다. 19일 발표될 빌보드 차트에서도 그가 1위를 차지할 거란 예상이 다수다.


개인적으로 뮤직 비디오라는 장치는 노래의 감상과 의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This is America'는 뮤비를 보지 않고는 이 노래를 들었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의미가 깊다. 가사와 뮤비 장면의 연관성도 상당히 높기 때문에 감상은 필수다. 그래서 조회수가 더 높아지는 건가?




뮤비 극초반. 흑인 음악 특유의 합창을 연상케 하는 도입부 멜로디와 기타를 치는 흑인 남자. 그리고 부드럽게 그루브를 타는 감비노. 과장된 표정이 어쩐지 유쾌하다기보단 괴랄하게 느껴진다.

Hiro Murai 감독은 진정 타이밍의 귀재인듯

위의 사진 부분부터 그의 본격적인 메시지가 쏟아지다시피 시작된다.

방금까지 기타를 치던 흑인 남자의 얼굴에 두건이 씌워지고 감비노는 괴상한 자세로 그의 머리를 향해 총을 쏜다. 곧바로 그가 내뱉는 말이 보는 이들을 아득하게 만든다. "This is America."


흑인을 희화화한 백인 희극 배우 토머스 대디 라이스가 부른 '점프 짐 크로'의 자세와 감비노의 자세가 매우 흡사하다. 사람은 끌려가듯 사라지고 총은 우아하게 수거된다.


흑인과 총. 

순식간에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여러 가지 사건들이 스쳐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감비노는 반복한다.


Don't catch you slippin' now
정신줄 놓지 마


하지만 뒤이어지는 장면들은 전부 정신줄을 놓을 수밖에 없는 아수라장이다.

뮤비 중반 부분 흥겹게 노래를 부르던 흑인 성가대는 초반의 기타 치던 흑인처럼 총에 맞아 죽임을 당한다. 이는 2015년 발생한 흑인 혐오 범죄, 찰스턴 교회 총기 난사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감비노와 즐겁게 춤을 추는 아이들 뒤편엔 경찰과 사람들이 뛰어다니고 누군가는 난간에서 떨어지기도 한다. 어린아이들은 멀리서 핸드폰을 들고 그 모습을 찍으며 방관하고 또 한 편에선 차가 불타고 있다. 

굉장히 이질적인 상황이 한 공간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나 또한 그랬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감비노와 아이들의 춤에 집중하느라 뒤편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한다. 이것이 그가 뮤직비디오에서 핵심적으로 의도하는 것이자, 그의 가사 전반에 드러나는 메시지다. 


즉, 많은 인종차별 사건이 아직까지 미국 내에 비일비재함에도 흑인의 엔터테인먼트 문화로 가려버리려는 미디어에 대한 풍자와 흑인을 혐오하면서도 흑인 문화를 좋아하는 미국 사회의 모습 두 가지를 모두 보여준 것이다.

대부분이 원테이크 기법에 장소도 변하지 않는 상황에서 한 번에 여러 가지 풍자를 드러내다니. 이 사람은 대체 못하는 게 뭘까? (물론 그의 파트너 히로 감독의 연출 능력도 한몫하겠지만.)




아무리 미국에서 성공한 가수 '차일디시 감비노'이자, '도널드 글로버'라는 유명한 배우, 연출가라고 해도 그 또한 결국 흑인이기에 차별과 끊임없이 싸워야 한다. 그의 근원적 정체성이 결국 그의 이름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이 뮤직 비디오에서 감비노는 더 이상 유명인 감비노로 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나라에게, 자신의 나라를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이게 진짜 내가 보는 내 나라의 모습이다라고 말하는 한 명의 흑인이 서있을 뿐이다. 


뮤직비디오의 말미, 탈옥하는 죄수 마냥 겁에 질린 얼굴로 사람들에게 쫓기는 감비노의 모습이 공포스러우면서도 슬프게 느껴진다. 그가 필사적으로 달려 나간 그 끝엔 과연 무엇이 있을까.




참고한 기사들 첨부해 올립니다. 영알못은 쭈굴..

피치포크 : https://pitchfork.com/reviews/tracks/childish-gambino-this-is-america/

지니어스 : https://genius.com/14498919

가사 해석 출처는 힙합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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