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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조 May 20. 2018

지극히 주관적인 스포티파이 리뷰

멜론 노예 10년, 도비는 자유예요.

이런 걸 고객 충성도라고 해도 될까. 노예 10년이라는 말은 결국 10년을 돌고 돌아도 갈 곳이 '멜론'밖에 없었다는 의미다. 물론 내가 멜론을 선택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국내 음원 사이트라면 빼놓을 수 없는 통신사라는 문제와 깔끔한 디자인. 무엇보다 타 음원 사이트에 비해 월등히 많은 보유 곡 개수다.


한 기사에 따르면 멜론의 보유곡은 2017년 기준 3000만 개 정도로 24시간 스트리밍을 해도 다 듣는 데에 171년 걸린다고 한다. 자, 그렇담 멜론은 명실상부 국내 최고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동의하기 힘들다. 인간에겐 취향이라는 지극히 사적이고도 보편적인 특질이 있기 때문이다.


패션으로 예를 들면 쉽다. 아무리 국내에서 제일 많은 옷을 보유한 옷가게라고 해도 그곳에 내가 좋아하는 통바지는 별로 없고 미니스커트나 원피스가 많으면 그 편집샵은 나에겐 별로인 옷가게가 되는 거다. 

음.. 취향의 문제다.

작년 겨울, 음악 좀 듣는다는 친구에게 스포티파이를 추천받았다. 해외 계정 개설이니 VPN 우회니 시작부터 귀차니즘이 발동돼서 나중에 깔아보겠다고 하고 잊고 있다 얼마 전 갑자기 생각나 다운 받았다. (해보니 다운 받기 매우 쉬웠다는 후문) 스포티파이를 이용하고 나서 두 가지 결론을 내렸다. 귀찮음이 인간의 7대 죄악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있다는 것과 재작년부터 내게 계속된 음악적 권태의 원인이 단순히 내 개인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점이다. 그렇다. 이 글은 스포티파이 영업 글이다. 일단은.



1. 홈 화면의 문제 - 나가자, 차트 밖으로

국내 스트리밍 사이트의 공통점 중 하나는 홈 화면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음원 차트다. 이 차트라는 존재는 언제부턴가 국내 음원 트렌드의 척도가 될 정도로 중요한 지표가 되었다. 음악에도 마케팅이 필수가 되어버린 요즘, 일단 차트 안에 들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들어가자마자 1위부터 10위 가수가 눈에 들어오는데 듣지 않을 수가 없다. 능동적으로 곡을 찾아 듣기는 그 이후의 문제가 돼버린다. 음원 시장이 가요 위주의 시장이 되어버린 원인과 결과가 모두 이 차트에 있다. 


틀린 그림 찾기가 따로 없다. 전파 낭비도 이런 낭비가.

또 하나는 국내 차트를 떠나서 타 장르 차트 구분의 무의미함이다. 아무리 국내가 가요 위주의 시장이라지만 이럴 거면 없는 게 낫지 않나. J-POP 차트는 더하다. DJ Okawari의 플라워 댄스는 도대체 언제쯤 차트에서 사라지는 것? 물론 음원 시장에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무엇보다 저작권 문제가 있기 때문에 당장 현실적으로 다양한 해외 음원을 듣기란 힘들다. 그러나 이 차트들이 여전히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게다가 멜론은 최근 한 가수에 얽힌 차트 조작 의혹도 받고 있다. 조작 의혹에 대한 이들의 피드백은 무반응에 가깝다. 그저 조용히 넘어가길 바라는 듯한 모양새인데, 하루하루 무너져가는 신뢰도를 나중에 무엇으로 어떻게 회복하려고 이러나 싶다. 



그렇다면 스포티파이는?

뜻밖의 취향 공개. 일본어 설정은 안바뀌길래 그냥 냅뒀다. 귀찮ㄷ..아닙니다..

들어가자마자 뜨는 홈 화면이 이렇다. 당연히 차트는 없다. 철저히 내 입맛에 맞춘 플레이리스트들이 장르별로 나열될 뿐이다. 난 그저 스포티파이가 다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뜨면 된다. 게다가 엄청 맛있음. 어떤 곡은 곡에 얽힌 아티스트의 일화나 가사 내용에 대한 설명도 제공해준다. 디스플레이도 깔끔하고 감각적이다. 아 그냥 다 좋은데요?


얼마 전 발매된 선우정아&바버렛츠의 '차트 밖에서'의 노래 가사가 오랫동안 입 안을 맴돌았다.

'Outside the chart, Inside your heart'

차트는 시간이 지나면 기억에서 휘발된다. 중요한 건 그 노래가 당신의 마음에 남아있느냐다. 

정말 차트는 우리가 음악을 감상하는 데에 필요한 요소일까? 확실한 건 나는 스포티파이를 사용하면서 일종의 해방감을 느꼈다. 그것이 차트에 대한 해방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2. 추천 리스트의 카테고리 설정 문제 - 짜릿해, 늘 새로워

스포티파이는 그간 스포티파이를 이용하며 내가 남긴 취향 데이터를 바탕으로 알아서 플레이스트를 짜준다. 그 메커니즘에 대한 내용은 전문가분들이 자세히 설명해주신 좋은 글이 있기에 하단에 첨부하겠지만 간단히 얘기하자면 내 플레이스트는 내가 '좋아요' 누른 아티스트, 노래 청취 지속 시간, 반복 청취 등등 여러 가지 데이터를 바탕으로 구축된다. 

소중한 내 데이터들.. 날아가면 안돼

여기서 말하는 취향이란 결국 장르에 대한 이야기다. 그렇다고 내 취향의 노래만 한정적으로 들려주는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할 만한 다른 장르의 음악들을 플레이리스트 중간에 끼워놓거나 이 곡은 어떻냐는 추천 알람도 온다. 오버 조금 더 보태서 추천해주는 곡 열에 아홉은 다 좋다. 특히 위의 사진 우측 하단의 Discover Weekly는 많은 사람들이 스포티파이를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로 손꼽힐 정도로 뛰어난 선곡 능력을 지녔다. 말 그대로 늘 짜릿하고 늘 새롭다.


멜론도 모찌론 플레이리스트 시스템이 있다. 솔직히 멜론이 제공해주는 서비스를 보면 그 기술적인 세심함에 감탄도 모자라 감동할 지경이다.

내가 있는 곳의 날씨에 따라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주거나 

'고막 애인이 필요할 때', '그루브 타고 싶은 날' 같이 감성 위주의 셀프 디제잉을 해놓았다.

 나는 지금 '도서관에서 공부'하면서 '가슴을 울리는 발라드'를 듣고 싶어요 같이 리스너가 검색할 때 민망하지 말라고 알아서 상황을 묘사하고 노래 추천을 해준다.

이게 끝이 아니다. 멜론을 10년을 이용했는데도 멜론이 제공하는 기능을 아직 다 파악하지 못하였노라. 멜론 DJ에는 전문가 선곡도 있고 #테마 선곡도 있고 파워 DJ도 있고.. 아 또 For U랑 MY 섹션이 구분이 되는데 이게 뭔 차이냐면.. (이하 생략)


예전에 계약직으로 일했을 때, 상사가 소문난 EDM 덕후였다. 클럽도 EDM 때문에 간다고 할 정도로 EDM 중독자다. 어느 날 같이 출장을 가는 차 안에서 죙일 쏟아지는 EDM으로 잠도 못 자고 고전하는 와중에 문득 궁금증이 생겨 물어본 적이 있다.


"그럼 슬플 때나 외로울 때는 뭐 들으세요?"

그분의 대답을 듣고 나는 내 질문이 애초부터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야 슬플 때 듣는 EDM이 따로 있어. 들어볼래?" 
내 귀엔 여전히 EDM인 노래를 '정말 슬프지 않냐?' 하며 듣던 상사의 얼굴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결국 장르의 문제라는 것이다. 

스포티파이는 모든 플레이리스트의 기반이 장르별로 되어있다. 스포티파이 안에선 '차트'도 하나의 장르다. 미국의 차트 50이 듣고(알고) 싶으면 그 카테고리를 들어가면 된다. 힙합을 들어가면 멜로우, 어반, 트랩 등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나뉜다. 감성에 끼워 맞춘 음악이 아닌 힙합 마니아가 슬플 때도 들을 수 있는 힙합, 락 마니아가 졸릴 때 들을 수 있는 락을 장르 안에서 제공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역시나 늘 새롭게 말이다.


물론 나도 어쩌다 센치한 날이면 평소에 듣지 않던 발라드를 일부로 찾아 들을 때가 있다. 그러나 그건 어쩌다 찾아온 감성의 문제고 금방이고 사라질 감성이다. 변덕스러운 감성에 플레이리스트를 맞춰봤자 그게 과연 얼마나 지속될까. 내겐 순간의 감성에 맞는 노래를 듣는 것보다 좋아하는 장르에서 취향에 맞는 노래를 찾았을 때의 희열이 몇 배는 더 크다. 



3. 아직 남아있는 문제 -  당신의 돈은 누구의 지갑에?

전 세계 1위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이자 시가총액 265억 달러에 달하는 스포티파이임에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바로 뮤지션에 대한 음원 수익의 문제다. 이미 이들이 거쳐 온 소송만 해도 여러 개다.  


스포티파이가 왜 좋냐라는 질문에 '공짜라서'라는 답을 하지 않을 순 없을 것이다. 물론 스포티파이에 돈을 내면 더 좋은 서비스와 중간 광고도 없앨 수 있다. 하지만 무료가 주는 차별이 이용에 큰 불편이 되진 않는다(스포티파이는 광고도 감각적이더라). 다시 말해 무료로 듣고자 하면 쭉 무료로 스트리밍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쯤 되니 자연스럽게 드는 생각. 음악으로 먹고사는 뮤지션들은 과연 돈을 어디서 받느냐는 문제다.

스포티파이 CEO인 다니엘 에크, 당신은 대체..

테일러 스위프트, 라디오헤드는 과거 저작권을 문제로 스포티파이 서비스에서 본인의 음원을 지워달라는 요청을 한 적이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에 따른 아티스트의 수익 분배 방식이 부당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지금은 무료 버전에 신규 음원을 조금 늦게 업데이트하거나 프리미엄 회원에게만 음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일정한 합의 아래 서비스를 다시 시작하고 있지만 아직 이곳저곳에서 잡음이 들리는 걸 보면 스포티파이의 수익에 대한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듯하다. 스트리밍 시장에 대한 비수익적 구조에 대해 비난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기 때문에 스포티파이는 스트리밍 유료 이용에 대한 대책을 꾸준히 세워야 할 것이다.


작년 8월 JTBC 보도. 가격 정말 띠용이다. 문체부가 내년 상반기에 대책 강구한댔는데 지금 상반기 아님?

하지만 이보다 더 심각한 게 우리나라 음원 수익 문제다.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률은 해가 갈수록 높아져 가고 아티스트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매우 적다는 사실은 이미 4,5년 전에도 계속 나오던 말인데, 이 문제는 대체 언제쯤 해결될는지 모르겠다. 


수익의 문제에 있어서는 난 전문가도 아니고, 일개 리스너이기 때문에 왈가왈부할 수도 없다. 이 부분에서 만큼은 함부로 스포티파이가 멜론보다 더 좋다고도 말 못 하겠다. 다만 나는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들의 노예가 아닌 내가 사랑하는 음악을 만드는 뮤지션들의 노예로ㅎ.. 그들이 적게 일하고 많이 벌으며 띵곡들을 주구장창 와장창 내주길 바라는 마음 하나뿐이기에.. 어찌 되었든 좋은 방향으로 잘 해결되길 바란다. (쭈글)





여기까지가 얼마간 내가 스포티파이를 사용하며 느낀 점들이다. 그렇다면 나는 멜론 노예 10년 생활을 청산했는가? 아직은 아니다. 국내 스트리밍 사이트도 스포티파이처럼 개인의 장르적 취향에 더욱 집중했으면 좋겠다. 나에겐 아직 포기할 수 없는 소중한 국내 음악들이 너무도 많다. 아직 만나지 못한 내 취향의 국내 음악들이 기술의 발전으로 내 플레이리스트에 쏙 하고 들어오는 일이 조만간 벌어지길 소망하며 긴 글을 마친다. 








아래는 스포티파이 알아보다가 읽은 글들. 다 너무 유익하다. 


https://brunch.co.kr/@veloso/2

 

https://brunch.co.kr/@havaqquq/1

https://blog.naver.com/kangnmusic1/221177832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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