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만들다 보면 순간 스쳐 지나는 것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촬영 경험이 있는 분은 아마 누구나 다 그런 기억이 있을 겁니다. 그때 카메라를 손에 쥐고 있느냐에 따라 그것의 기록 여부가 갈리겠죠. 카메라를 가방에 넣고 다니면 그런 기회를 잘 놓치게 되어 아쉬움이 남더군요. 그래서 되도록 항상 손에 카메라를 쥐고 다니고 싶지만 그게 뜻대로 잘 되질 않습니다.
약속 장소로 부랴부랴 걸음을 재촉하던 중, 스쳐 지나는 풍경 속에 뭔가 눈에 띄는 것이 있었습니다. 버스정류장의 기둥을 중심으로 두 분의 상반된 모습이었습니다. 이때 어째서 카메라가 손에 쥐어져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어쨌든 그 덕에 기록을 했습니다. 두 분의 모습이 버스정류장과 길목, 차도의 분위기와 잘 어우러져 일상 속의 그림 같은 풍경이라 느껴졌습니다.
손에 들고 있던 카메라는 노출계가 없는 35mm 필름 카메라와 40mm 렌즈, F4, 1/60s, ISO 200의 노출값으로 코닥 컬러플러스 200 네거티브 필름에 기록했습니다. 노출량은 날씨에 따라 기억하고 있던 아스팔트 길 농도에 맞춰 촬영하니 얼추 맞았습니다. 필름 현상을 하고 DNG로 스캔하여 ACR에서 흑백 전환과 노출, 명암대비, 흑백 필터 등을 조절하여 1차 작업을 마무리했습니다. 위 ACR의 컬러 원본이 어두운 이유는 밝기를 조금 어둡게 스캔해서일 뿐 필름에는 비교적 잘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2차 작업에서는 다시 명암대비와 레벨 레이어를 만들어 조절하고 본래 필름에 기록된 입자 그대로를 놔뒀습니다. 개인적으로 코닥 컬러플러스 200 필름의 능력이 우수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만, 입자의 느낌만은 불규칙적인 필름 고유의 질감을 잘 표현한다고 여겨져 가장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있어 즐겨 사용합니다. (하지만 2020년부터 필름 가격이 두 배로 올라 부담이 커졌습니다) 컬러 네거티브 필름으로 흑백 작업을 하는 이유는 흑백 필름 현상을 하기가 어려워서입니다. 언젠가 집이나 사무실에서 흑백 필름 현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오래전 암실에서 아날로그 인화를 할 때 종종 하던 릴리프 작업을 포토샵으로 만들어 봤습니다. 질감 표현으로 부조 효과를 내는, 이런 작업도 수동으로 필름을 만들어 암실에서 했었던 시절이 있어 올려 봅니다. 즐거운 주말되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