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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사진노트 8

by Parallax

사진을 만들다 보면 순간 스쳐 지나는 것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촬영 경험이 있는 분은 아마 누구나 다 그런 기억이 있을 겁니다. 그때 카메라를 손에 쥐고 있느냐에 따라 그것의 기록 여부가 갈리겠죠. 카메라를 가방에 넣고 다니면 그런 기회를 잘 놓치게 되어 아쉬움이 남더군요. 그래서 되도록 항상 손에 카메라를 쥐고 다니고 싶지만 그게 뜻대로 잘 되질 않습니다.




약속 장소로 부랴부랴 걸음을 재촉하던 중, 스쳐 지나는 풍경 속에 뭔가 눈에 띄는 것이 있었습니다. 버스정류장의 기둥을 중심으로 두 분의 상반된 모습이었습니다. 이때 어째서 카메라가 손에 쥐어져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어쨌든 그 덕에 기록을 했습니다. 두 분의 모습이 버스정류장과 길목, 차도의 분위기와 잘 어우러져 일상 속의 그림 같은 풍경이라 느껴졌습니다.


Untitled1s.gif


손에 들고 있던 카메라는 노출계가 없는 35mm 필름 카메라와 40mm 렌즈, F4, 1/60s, ISO 200의 노출값으로 코닥 컬러플러스 200 네거티브 필름에 기록했습니다. 노출량은 날씨에 따라 기억하고 있던 아스팔트 길 농도에 맞춰 촬영하니 얼추 맞았습니다. 필름 현상을 하고 DNG로 스캔하여 ACR에서 흑백 전환과 노출, 명암대비, 흑백 필터 등을 조절하여 1차 작업을 마무리했습니다. 위 ACR의 컬러 원본이 어두운 이유는 밝기를 조금 어둡게 스캔해서일 뿐 필름에는 비교적 잘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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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작업에서는 다시 명암대비와 레벨 레이어를 만들어 조절하고 본래 필름에 기록된 입자 그대로를 놔뒀습니다. 개인적으로 코닥 컬러플러스 200 필름의 능력이 우수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만, 입자의 느낌만은 불규칙적인 필름 고유의 질감을 잘 표현한다고 여겨져 가장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있어 즐겨 사용합니다. (하지만 2020년부터 필름 가격이 두 배로 올라 부담이 커졌습니다) 컬러 네거티브 필름으로 흑백 작업을 하는 이유는 흑백 필름 현상을 하기가 어려워서입니다. 언젠가 집이나 사무실에서 흑백 필름 현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오래전 암실에서 아날로그 인화를 할 때 종종 하던 릴리프 작업을 포토샵으로 만들어 봤습니다. 질감 표현으로 부조 효과를 내는, 이런 작업도 수동으로 필름을 만들어 암실에서 했었던 시절이 있어 올려 봅니다. 즐거운 주말되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aw0006_2s.jpg 릴리프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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