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나는 무엇을 보고 있을까'라고 자문할 때가 있습니다. 지나가는 풍경과 사람을 무심히 보고 있는 건지 아니면 내가 보고 싶은 것만 골라 보며 내 생각대로 세상을 보고 있는 건지에 대해 말입니다. 그래서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그저 있는 그대로 내 생각의 개입 없이 바라본다는 게 어렵다는 걸 종종 느낍니다. 어떤 경우 개입된 내 생각 때문에 오해나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만들 때가 있어 가끔은 머릿속을 비우자고 되뇔 때가 있더군요.
어제에 이어 오늘 새벽에도 눈이 내렸습니다. 일기예보와는 다르게 말입니다. 어쩌면 어제의 일기예보는 제가 바라던 결과를 예측했기에 그것을 철썩 같이 믿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어느 날의 생각처럼. 어느 날엔가 길을 걸으며 내가 무얼 보고 있는지 문득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평소 무얼 보는지를 관찰하기로 하며 그걸 사진으로 담아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결과를 보니 참.. 이것저것 여러 가지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산만한 시선이 이어졌습니다. 이날의 사진도 그랬습니다.
무슨 생각의 결과일까.. 그 당시엔 이게 최선의 시선과 장면이라 생각했을까요. 저도 제 자신이 궁금해집니다. 그만큼 수많은 생각의 연속 속에 살고 있기에 당시의 시선과 생각이 뚜렷이 기억 안 나는 듯싶네요. 어느 2월 맑은 날 오전에 햇볕과 그림자를 보고 걸으며 1.3 크롭의 오래된 카메라와 40mm, F4, 1/500s, ISO 640의 노출값에 ND x3 필터로 촬영했습니다. ND 필터를 쓴 이유는 실제 ISO는 높지만 노출량을 낮춰 입자가 크고 명암대비가 약한 회색조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 그랬습니다.
2차 작업인 포토샵에서 흑백과 명암대비 레이어, 입자, 약간 푸른 색조의 레이어를 쌓아 올려 조금 강한 명암대비와 푸르스름한 아침의 느낌을 모노톤으로 더했습니다. 비율도 3:2를 7:5로 조정했습니다. 이때는 그 공간 앞에 서서 사람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 여러 겹쳐진 모습을 하나의 장면으로 담으려 했습니다. 아마도 제 마음속 복잡한 생각의 반증이 이 사진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 아침은 생각도 정리하고 조금이나마 머릿속을 비울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내린 눈 덕분에 차분한 월요일 아침, 힘차게 시작하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