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arallax Feb 17. 2020

흑백사진노트 11

살면서 무수히 많은 계절을 만나고 지나며 우리는 시간을 의식하게 됩니다. 매해 연말이 되면 언제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났는지 아쉬움도 남고 새해 다짐도 반복하게 됩니다. 사진에서도 시간은 중요합니다. 언제 무엇을 기록하느냐에 대한 때와 함께 얼마 동안의 노출로 사진을 기록할 것인가 모두에 작용하는 시간은 항상 중요하고도 소중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중, 고등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에게 진로와 자기 계발을 위한 도구로서 사진을 잠시 알려줬던 때의 가을, 함께 야외로 촬영을 나갔습니다. 토요일 아침부터 강변을 따라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촬영도 하면서 가을을 만끽했습니다. 그렇게 세 시간이 훌쩍 지나 헤어질 무렵, 낙엽 더미가 보였습니다. '우리 각자 저 낙엽을 함께 사진으로 찍어볼까'라며 다 같이 촬영을 했습니다. 일주일 후 지난 시간에 촬영했던 사진을 함께 보면서 각자 찍었던 낙엽 더미 사진을 보니 모두 제각각이었습니다.



같은 시간과 장소에서 찍은 사진은 각자의 해석 그대로 모두 다른 느낌과 모습으로 기록되는 것이 당연합니다. 각자가 살아온 세월도 다르고 경험도 다르기에 같은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자신의 지난 시간에 비춰 서로 다른 모습으로 인지될 겁니다. 학생들 스스로조차 '어쩜 이리도 다 다르냐'면서 까르르 웃어댔습니다. 재밌기도 하고 당연한 것이지만 그렇게 시간은 각자의 삶을 다르게 만드나 봅니다.

노출계가 없는 낡은 35mm 필름 카메라에 50mm, F4, 1/250s, ISO 200의 노출값으로 코닥 컬러플러스 200 네거티브 필름에 기록하여 DNG 스캔 후 포토샵 ACR에서 기본적인 흑백 전환을 했습니다. 렌즈가 좀 오래되어선지 초점은 맞았으나 흐리멍덩하게 기록되어 선명하지 못했습니다. 그리하여 클래러티를 좀 과하게 올려 화소 간의 명암대비를 높이니 나아지더군요.



포토샵 2차 작업에서는 선명도 레이어를 만들고 명암대비는 낮춰 어두운 부분의 디테일과 계조가 다양하게 보이도록 레벨과 흑백 레이어를 쌓았습니다. 1980년 전후에 만들어진 제 50mm 렌즈는 톤과 초점 모두 그렇게 흐리멍덩하지만 후반 보정에서 시간을 들여 작업하면 조금 나아집니다. 그러고 보니 시간을 들이면 나아지는 것이 여기에도 있었군요. 시간은 알게 모르게 여러 면에서 다양하게 작용한다는 걸 글을 쓰면서 새삼 고마움으로 느낍니다. 늦은 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흑백사진노트 1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