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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rallax Mar 15. 2020

흑백사진노트 19

상점의 쇼윈도를 가끔 들여다봅니다. 이 계절엔 무슨 상품이 유행일까, 어떤 옷이 사람들 눈에 잘 보이도록 진열되었을까, 요즘엔 무슨 색을 선호하나 등 쇼윈도 안에는 현재를 공부하기에 좋은 소재가 참 많습니다. 그래서 쇼윈도 안엔 상품 외에도 언제나 '재미'가 진열되어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재미를 찾아 쇼윈도의 상품을 보고 있는 사이에 때론 지나가던 사람이 걸음을 멈추고 옆에 함께 서서 구경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분도 그저 재미로 구경하는 건지 아니면 제가 보고 있는 게 궁금한 건지는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 전엔 알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잠시 잠깐 함께 한 곳을 바라보고 있는 동료가 있다는 생각으로 이어질 땐 혼자 피식 웃게 될 때도 있습니다.


35mm KODAK 컬러 네거티브 필름, ISO 200


잠깐 재미에 빠져 쇼윈도를 물끄러미 들여다보던 중 어느 한 분이 그 자리에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의식했던 걸 알았는지 그분이 제게 무얼 보고 있냐고 묻길래 여느 때처럼 '그냥 구경이요"라고 건네자 그분은 한 번 더 쇼윈도 안을 차근이 들여다보다 이내 혼잣말인 듯 들으란 듯 '볼 것도 없는데?!'라며 황급히 가던 길로 이어 갑니다. 예상했던 답을 들으며 그 틈에 얼른 그분의 뒷모습을 필름에 담았습니다.


50mm, F2.8, 1/125s, DNG 스캔 후 포토샵 ACR에서 흑백 작업


아마도 그분은 제가 구경하던 것이 궁금했지만 제가 찾고 있던 '재미'를 발견하진 못했나 봅니다. 이야기를 나누지도 않았으니 생각이 달랐기 때문이겠죠. 진열된 옷이며 운동화를 스윽 훑어보곤 별 관심이 안 생겼던지 황급히 떠나는 그분의 발걸음이 꽤 씩씩해 보였습니다. 같은 대상을 보더라도 사람마다 생각이 달라서인지 각자 다른 해석을 합니다. 그래서 오해란 말도 나왔으리라 짐작해 봅니다. 같은 대상을 보며 각자의 생각 없이 온전히 그 대상만을 바라볼 수도 있을지 궁금합니다. 내 생각 네 생각에 휩쓸리지 않고 서로 같은 의견으로 하나가 된다면 서로 믿고 오해 없는 세상이 될 수도 있으리라는 그 날의 스쳤던 생각이 떠오릅니다. 몸도 마음도 건강한 날이 되길 기원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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