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계획대로 되질 않는군요. 해야 할 일이 미뤄지고 취소되며 온 세상 역시 혼란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뭐 세상까지 운운하지 않더라도 당장 제 자신의 계획이 모두 틀어졌으니 혼란스러울 수밖에요. 바이러스로 인해 소통이 단절되고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며 경제활동마저 끊겨 나라에서 생활비까지 지원한다니 정말 난생처음 겪는 일입니다. 앞으로 살 날에 더 큰 충격을 줄 일들이 얼마나 기다리고 있을까요?
강제 아닌 강제로 집에만 머무니 이런저런 생각을 떠올리게 됩니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진짜일까 가짜일까. 헷갈립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로 온 세상이 긴장하는 걸 보면 분명 진짜는 맞습니다. 그런데 보고 듣고 놀라 긴장하며 대처하는 제 스스로의 반응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1월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가 모든 일이 신속하게 취소된 2월 중순부터는 두려움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소식을 접한 제 자신이 저를 통제하면서 무서움의 감정이 나타나고 생각이 생각을 키워 감정이 증폭되더군요. 차분히 정리해보니 상황과 정보를 토대로 진짜보다 더 과장된 가짜 생각을 머릿속으로 그려내고 있었습니다.
과장되고 왜곡된 가짜 생각 덕분에 제 시선에 대해 다르게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나는 무엇을 보고 있나. 그리고 그것이 어떤 생각으로 이어지나.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내게 어떤 생각과 감정을 일으키는지를 관찰하게 되더군요. 보고 듣고 느끼는 감각에 생각을 더하면서 저도 모르는 사이에 생각의 과장이 나타남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알고 나니 생각하는 행위가 조금 두려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진짜 생각인지 제가 만든 왜곡된 가짜 생각인지 헷갈려서 말입니다.
보고 듣고 생각하는 판단이 정말 올바른 걸까라는 말 안 되는 궁금증으로 제 자신을 다시 돌아봅니다. 보고 듣는 행위가 습관적 오해의 바탕이 되진 않을까라는 의심도 해봅니다. 놀라움도 내 마음속에 있고 두려움도 이미 있었을 텐데, 만약 그런 감정이 내 마음 안에 없었다면, 보고 들었던 감각과 만나지 않았다면 이번 코로나 19 역시 조금 더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고 자문을 해봅니다. 보고 느끼는 감각이 제 마음속 생각과 결합하여 실제와 다른 가짜 생각을 일으켰다면 그것은 마치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비슷할 것 같습니다. 제 마음속 불필요한 생각이 변종 바이러스처럼 가짜 생각을 일으켜 저를 조종하고 있는지 스스로를 돌아봐야겠습니다. 변변찮은 사견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