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arallax Apr 13. 2020

흑백사진노트 23

빛으로 그리는 그림

사진은 빛으로 만드는 작업입니다. 실존의 대상과 함께 빛이 필요하고 그 빛을 읽고 그려낼 수 있는 카메라와 렌즈, 필름(또는 디지털 이미지센서) 등이 한 장소와 한 때에 함께 공동으로 그림(사진)을 그려내야만 비로소 하나의 작업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사진을 만들 때 같은 장소에 있어야만 하는 조건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촬영할 소재인 대상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대상을 관찰하고 사진으로 만들어낼 관찰자(사진가), 도구(카메라 등), 여기에 처음이자 마지막까지의 모든 것인 빛이 필요합니다. 빛은 사진을 완성시키는 원재료인 물감의 역할을 합니다. 빛이 있어야만 대상을 관찰할 수 있고 도구를 활용해 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완성시킬 수 있기에 빛을 어떻게 보고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느냐가 관찰자이자 사진가의 몫이자 능력이 됩니다.


1.3 크롭 디지털카메라, 35mm, F2.8, 1/500s, ISO 160, 포토샵 ACR에서 흑백 변환


빛을 읽기 위해서는 (고리타분 꼰대스런 말이지만) 많이 촬영해보는 것이 왕도입니다. 많은 촬영은 그저 셔터 개폐의 횟수만이 아니라 결과를 보며 고민하고 공통점과 다른 점을 찾아 생각하며 개인적인 고민도 따라야만 합니다. 자신만의 느낌과 표현법 등을 수정하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 긴 호흡으로서 사진을 만들겠다는, 조금은 느리지만 꾸준함과 지극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최신 장비와 화려한 후반 작업의 갖가지 도구를 소개하고 홍보하는 정보가 넘쳐나는 현재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자신이 빛을 어떻게 보고 해석하는지 스스로의 이해도를 확인하는 것이라 여깁니다. 사진으로 표현하는 건 말하기와 흡사합니다. 상대에게 어떤 주제와 내용을 어떻게 전달하는 것이 효과적인지를 생각하며 말하듯 사진 역시 표현력에 대해 파악하고 좀 더 잘 표현할 수 있도록 나아질 수 있게 꾸준히 공부해야 하는 겁니다.


사진은 대상을 보는 걸까, 빛을 보는 걸까


값 비싼 장비의 능력에 의존하여 복사하듯 사진을 만드는 걸 좋아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비싼 장비에 의존하다 보면 스스로의 표현력에 대한 고민보다는 더 새로운 신기술의 도구에 많은 관심이 생겨 소유에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고운 목소리는 감성적 소통에 유리할 수 있겠지만 누구나 훌륭한 목소리를 갖는 건 어렵습니다. 하지만 호소력 짙은 조리 있는 말하기 방법은 반복학습을 통해 누구나 갖출 수 있습니다. 좋은 도구에 대한 관심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결과물에 대한 끝없는 고민과 반복학습으로 빛을 잘 보고 이해하여 더 세심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저 역시 끊임없이 노력해야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흑백사진노트 2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