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or 중미 or 남미?
중미 과테말라 1년, 니카라과 8개월, 현재 코스타리카 거주 3년째..
대학에서 스페인어를 전공한 사람으로서, 중남미는 항상 연구의 대상이었지만
좀처럼 하나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은 지역이었다. 그것은 중남미라는 단어가 포함하고자 하는
지역이 너무 크기 때문이고, 실제 멕시코에서부터 남쪽의 아르헨티나까지 경험을 해보면
나라마다 너무 다른 특색을 가진 경우도 매우 많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보니, 이제는 개인적 시각에는 중남미 문화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고
훨씬 세분화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중남미 사람들이 한국인을 보면서 "치노(중국인)"라고 부르면 기분이 나빠지곤 하였는데,
그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중국과 한국은 매우 다른 것이라는 생각이 깔려있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과 한국? 한국인에게 물으면 당연히 매우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다 생각하겠지만,
중남미 사람들에게도 과연 그럴까? 아마도 그게 그거라는 생각을 하기 쉽다.
그리고, 중국인과 한국인을 동일하다고 생각하는 중남미 사람들과는 좀처럼 가까워 지기 어렵다.
그들이 매우 무지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들은 보통 중남미라는 단어는 많이 들어봤지만, 중미라는 단어는 생소할 것이다. 한국에서 비행기로 20시간 가까이 가야 하는 중남미 나라들은 카리브 관광지, 스페인어, 살사, 타코 (음식)와 같은 단어들로 한국에 알려졌지만, 중남미라는 단어 하나로 담기에는 너무나 다양한 문화가 존재하는 곳이다. 한국, 중국, 일본, 대만, 태국, 방글라데시, 필리핀 등을 한대 묶어서 아시아 문화로 표현을 한다면, 각 나라가 가진 특징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리적으로 사실상 북미에 속하는 멕시코부터, 남미의 브라질, 아르헨티나, 페루 등 각 나라들은 각각 매우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은 물론, 중남미라는 단어가 풍기는 후진국이라는 느낌과도 매우 다른 발전된 모습의 도시 풍경을 발견하는 일도 있을 것이다. 물론, 중남미 국가들이 공통으로 사용하는 언어를 중심으로 본다면,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를 중심으로 문화권이 나뉘고, 다시 멕시코의 아즈텍(Azteca), 과테말라의 마야 (Maya), 페루의 잉카 (Inka)와 같은 아메리카 대륙의 원래 주인이었던 원주민들의 문화에, 스페인, 포르투갈, 이태리 등 과 같이 유럽 여러 나라의 이민자들과 아프리카의 흑인 노예까지 정착하면서 혼합된 새로운 문화가 탄생하였다. 이렇게 다양한 문화가 섞이다 보니, 중남미 문화가 한 가지로 표현될 수 없음은 당연한 것이다.
중미 (Central America)는 지리적으로 과테말라, 벨리즈,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니카라과, 코스타리카, 파나마 이렇게 7개국을 의미하지만, 역사/문화적으로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니카라과, 코스타리카 5개국이 보다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으며, 지역의 대표성을 띈다고 할 수 있다. 과거 이 5개국은 과테말라 제국이라는 이름으로 한 개의 국가처럼 통치되기도 했다. 벨리세의 경우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아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며, 파나마의 경우 과거 콜롬비아 연방에서 분리되어, 중미보다는 남미 쪽과 더 교류가 활발한 편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중미의 문화는 통상적으로 앞서 말한 5개국을 중심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으며, 그중 가장 대표가 되는 것은 Maya 문명의 중심지인 과테말라 일 것이다. 과테말라는 인구 17백만 명으로 중미에서 규모가 가장 크며, 마야 문명을 근원으로 하는 인디언 (Indigena) 인구가 전체의 40% 를 넘을 정도로, 원주민 문화가 강하게 남아있는 곳이다. 이러한 인종적 분포는 바로 옆 나라 엘살바도르, 온두라스에도 많은 영향을 주어 90% 가까운 인구가 유럽 백인과 인디언의 혼혈인 메스 띠소 (Mestizo)이다. 참고로,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나라 순위를 꼽을 때 빠지지 않을 정도로 치안이 불안한 나라들이다. 특히, 미국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엘살바도르 이민자들이 시작한 “마라 (Mara)”라는 히스패닉 범죄 조직은 매우 유명하다. 온두라스의 남쪽에 위치한 니카라과로 넘어오면서 마야 문명의 영향은 조금 약해진다 할 수 있다. 백인 인구도 더 많고, 메스띠소 혼혈의 경우도 원주민의 특징이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난다. 니카라과의 경우 중미 최빈국이라는 불명예를 가지고 있는 나라로, 1934년부터 1970년대 말까지 소모사(Somoza) 일가의 독재시대를 거친 후, 산디니스타 정권의 사회주의 노선이 들어서면서 미국과 관계 단절 등이 그 원인이 되었다. 니카라과의 동맹 관계는 그동안 쿠바, 베네수엘라와 같이 사회주의 노선을 걸어온 나라들이며, 베네수엘라의 최근 사태가 보여주듯이 니카라과의 현실도 그리 낙관적이지는 않다. 마지막으로 코스타리카는 중미의 스위스라 불릴 정도로 좋은 자연환경과 치안이 안정된 나라다. (통계상) 백인 인구도 80% 를 넘고, 미국과 교류도 매우 활발하며 경제적으로 중미에서는 가장 앞선 곳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중미 하면 커피를 빼놓을 수 없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니카라과, 코스타리카, 파나마 커피는 커피 애호가라면 한 번쯤은 모두 들어본 이름일 것이다. 실제 중미 지역 내 커피 산업은 매우 중요한 산업 중 하나다. 중미 지역의 커피가 유명해진 것은 중미 지역이 고산지대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좋은 커피의 재배는 고도와 많은 연관이 있는데, 중미 지역은 해발 1,400M를 전후의 산악 지형이 많아서, 커피 재배에 매우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또한, 단순히 생산자로서의 역할에 그치지 않고, 코스타리카의 경우 “브릿 커피”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미국을 비롯한 여러 지역으로 수출을 하고 있으며, 커피 애호가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과거 중남미 커피를 대표하는 것은 콜롬비아 커피였으나, 최근에는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커피에 대한 관심도 상당히 높은 편이라 할 수 있다.
섬유산업은 중미의 대표 산업의 하나다. 과테말라를 중심으로 한국의 섬유 관련 기업들도 많이 진출해 있는데, 미국과 CAFTA 무관세 협정 및 지역 내 저렴한 인건비가 경쟁력으로 작용하여, 섬유산업이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다. 현재 중미 지역의 수출 1위 품목은 단연 섬유 관련 산업이라 할 수 있다. 다만, 한동안 지역 내 인건비가 많이 상승하면서 그 성장 속도가 주춤하는 듯하였으나, 최근에는 다시 세계 최고의 소비국인 미국과 인접한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 중미 지역의 또 다른 중요 산업으로 관광산업을 빼놓을 수 없다. 과테말라의 안띠구아, 띠깔 등 역사적 가치가 있는 곳부터, 온두라스의 로아탄 (ROATAN), 코스타리카의 과나까스떼 (Ganacaste) 지역 등은 태평양과 카리브해의 바다와 아름다운 해변을 가지고 있다. 특히, 코스타리카의 경우 연간 2백만 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찾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안전한 치안과, 깨끗하게 잘 보존된 자연에는 다양한 동식물들이 살아가고 있으며, 해변, 온천 등 많은 즐길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중미 6개국 - 한국 FTA
2018년 2월 중미 6개국과 한국이 FTA 에 정식 서명하면서, 한국은 중미와 조금 더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비행시간만 18시간 이상을 가야 하는 중미지역은 우리에게 아직은 미지의 지역에 가깝다. 항상 멕시코, 브라질, 칠레, 페루, 아르헨티나 등 큰 나라들 중심으로 소개되는 중남미에서 벗어나, 중미에 대해서도 조금 더 깊이 이해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