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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니 스탁 Apr 27. 2024

<빅쇼트>대해부 : 원칙의 대가

4부. 현장은 생각보다 끔찍하다.


빅 쇼트와

비거 쇼트(Bigger Short)의

대가


라스베이거스에서 돌아온 이들에게 최악의 상황이 도래합니다. 한도를 꽉꽉 채워 신용부도 스와프(담보물이 파산하면 큰 보험금을 받는 상품)를 매수한 이들에게 거짓말쟁이 미스터 마켓(Mr. Market)은 여지없이 그 사악함을 드러냅니다.


현재 주택시장의 상황이라면 폭락해야 할 파생상품의 가격이 꿈쩍도 않습니다. 몇몇 주요 투자은행들의 상품이 부도가 나고 대규모 해고 등 시장 붕괴의 조짐이 뚜렷한데도 말이죠. 세상 최고의 두뇌들이 만든 첨단 프로그램과 정교한 시스템으로 구성된 금융시장일 텐데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을까요?


ⓒ IMDb


마이클 버리 말고도 제도권 금융의 전문가들도 이미 알았을 겁니다, 주택시장의 침체가 시작되고 곧 거대한 거품 붕괴가 눈앞에 닥쳤다는 것을. 그래서 선제적 조치를 취했습니다. 사실을 말하거나, 책임을 지거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을 해고하고, 투자자들의 손실은 각자 책임으로 돌리고, 운영하던 상품을 갖다 버리고, 시장참여자 서로에게 리스크를 전가하기 위해 재앙의 폭탄 돌리기를 했습니다.


파생에 파생을 더해 복잡하게 포장된 폭탄을 맨 마지막 안은 이들은 이 비극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될 것이고 대부분 금융에 무지하고 평범한 이들일 것입니다.




이제부터

여러분 계좌의 출금을

막겠습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신용부도스와프에 대한 손실이 커지자 마이클 버리가 운용하는 사이언 투자사의 가치는 연일 폭락 중이었습니다. 요지부동인 주택파생상품의 가격은 운용사 투자금 전부를 하락에 배팅(빅 쇼트)한 마이클 버리에게 파산의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 IMDb


수익은커녕 계속 프리미엄(보험료)만 내야 했고, 이는 투자자들의 분노를 샀죠. 내 돈을 돌려달라며 온갖 항의와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이때 마이클 버리는 세기에 남을 엄청난 결정을 내립니다. 바로 투자자들에게 서한을 보내 자산 운영담당자 자신에게 부여된 권한으로 고객 투자금의 출금을 아예 막아버린 것입니다.


ⓒ IMDb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참으로 오만방자하며 어처구니없는 조치라 할 수 있습니다. 마침내 몇몇 투자자들은 그에게 소송을 겁니다. 마이클 버리는 신경도 쓰지 않고 소송담당관에게 "서류 가지고 꺼져"라고 합니다. 결과론이지만 그의 이런 조치가 없었다면 당시 투자자들은 흔히 ‘손절’만 하고 나중에 어마어마한 수익을 놓쳤을 것입니다. 원칙이라는 게 이렇게 무섭습니다.




원칙을

지키는 것이

원칙


어쩌면 많은 이들은 이 원칙을 지키지 못해 투자의 성과를 낼 수 없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원칙은 우리가

아는 ‘지식’이나 ‘경험’과는 다릅니다. 순리를 따르기보다 거스르는 것에 가깝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원칙을 고수하면 비웃음과 손가락질을 당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원칙을 이기는 투자법은 없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그것이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 IMDb


닷컴 버블을 예견한 워런 버핏은 모두가 IT산업에 달려들 때 '나는 거품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며 굴뚝주들을 매수하였고 결국 세계 최고 투자자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누구든 경험과 리서치와 지식을 융합하여 자신만의 투자원칙을 세울 수만 있다면 이 세상의 돈은 자기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을 해내는 사람은 극소수입니다. 언제나 극소수입니다. 확률적으로는 통상 5% 정도 된다고 합니다.


ⓒ IMDb


마이클 버리의 원칙은 ‘거품은 반드시 붕괴된다였죠. 그럼에도 손실 구간동안 그가 미친 사람처럼 괴성을 지르고 드럼을 치며, 사무실에서 쓰러졌던 이유는 나약한 인간이 신념에 따른 대가를 치르는 과정이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만만찮은 고통입니다. 가장 힘든 '손실의 두려움'이자 자기 회의감과 자본시장의 기만적 행태에 대한 분노입니다.


투자의 악마는 언제나 우리에게 속삭입니다. ‘야.. 어서 팔아!’ ‘이봐, 뭐 해? 얼른 사! 늦어’라고 말입니다. 팔고 나면 더 올라가고 사고 나면 내려갑니다. 그래서 벌어도 잃어도 우리를 후회의 늪으로 빨아들이고 그 후회는 자책으로, 무력감으로 확장되어 결국 나의 투자를 망치게 합니다. 마이클 버리는 이 악마의 속삭임에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기꺼이 의심과 회의감의 거친 강을 건너며 고통을 감수했습니다. 누구든 신념의 대가를 치르지 않고서는 결코 목적지까지 갈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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