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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니 스탁 Jan 23. 2023

<빅쇼트>대해부 : 리얼 막장 드라마

들어가는 글


욕하면서 보기엔 너무 무서운 실화


아.. 이건 비극보다 더 한 막장이구나.


21세기 희대의 경제 대참사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를 다룬 영화 <빅 쇼트. The Big Short(2015)>의 엔딩 크레디트를 보며 든 생각입니다. '서브 프라임 사태' 혹은 '리먼 사태'라고도 불리는 대 사건을 다룬  훌륭한 영화에 막장이라는 단어를 대입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제 말은, 영화의 내용이 막장이라는 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역사적 사실’이 막장이었다는 뜻입니다. 자본주의와 금융에 무지했던 저에겐 엄청난 충격이었고, 한편으로는 금융용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해 답답했습니다.


빅 쇼트(Big Short), 2015 © IMDb.com


그렇습니다. 영화를 보던 당시의 저는 주식이나 부동산은 커녕 기본적인 경제용어 자체도 몰랐습니다. 경제뉴스는 관심도 없었고 정치면도, 사회면에도 관심이 없었습니다. 디자이너랍시고 트렌드만 쫒았고 센스있게 열심히 일만 하면 부자가 될 줄 알았죠. 당연히 금리가 뭔지, 환율이 뭔지도 몰랐으며 정치인들이 만든 법과 제도가 어떻게 나의 삶을 윤택하게도, 궁핍하게도 만드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경제문맹, 금융문맹으로 수십 년을 살아온 헛똑똑이로 열심히 회사를 다니며 고강도의 노동도 불사했고 언론과 교육이 주입시킨 실체 없는 행복의 모래성을 평생 쌓아 오고 있었습니다.


<빅 쇼트>를 통해 희미하게 보였던 자본주의라는 괴물의 실루엣은 처음으로 저에게 진짜 세상의 두려움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알고 싶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최대한 친절하게 설명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부족했습니다. 그 어려운 용어들과 저 복잡한 사건들을 제대로 이해해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장면을 멈춰가며 영화 대사 하나하나를 발췌하고 해석하기 시작했습니다. 몰랐던 금융용어를 알아가면서 실전 투자를 통한 돈 공부도 시작했습니다. 나름의 노력으로 알아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풀 스토리는 제 생각 이상의 '막장 그 자체'였습니다. 실제 일어난 일에 비하면 영화 내용은 애교 수준이었더군요.



분노할 시간에 공부하라


이 영화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다룬 영화들 중 개인적으로 최고로 손꼽는 명작입니다. 같은 주제를 다룬 <인사이드 잡(2010)>이라는 다큐멘터리와 영화 <마진 콜 : 24시간 조작된 진실(2011)>도 반드시 보아야 할 훌륭한 영화들입니다. 두 작품 모두 자본권력의 비열함과 도덕적 해이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뚜렷한 문제의식을 던져줍니다. 반면 <빅 쇼트>는 금융위기의 문제를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누거나 선악의 개념으로 다루지 않았습니다. 누군가를 빌런으로 삼고 그 사악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집중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다큐멘터리보다 더 강하게 진실 자체를 추구하고 드라마만큼 재미있습니다.


실존 인물 '마이클 버리' 역의 크리스천 베일 © IMDb.com


냉소적 시선으로 그 비극 속에서 천문학 적인 돈을 번 이들의 모습과 그 이유를 보여줄 뿐입니다. 월 스트리트의 괴짜로 미국 부동산 버블의 위험을 알아차리고 하락에 배팅해 전설적인 투자자가 된 '마이클 버리'와 그의 예측에 동참한 이들이 돈을 버는 과정은 제법 극적으로 전개됩니다. 하지만 결국 이 영화는 어떻게 금융자본이 대중들의 무지와 광기를 이용해 시스템의 희생양으로 만드는지 그 원리를 보여주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실존 인물이며 각색된 부분은 영화 속에서 스스로 실제와 다르다며 알려줍니다. 크리스천 베일, 브래드 피트, 스티브 카렐, 라이언 고슬링 같은 스타 배우들이 나와 열연을 펼칩니다. 원작자 마이클 루이스와 아담 맥케이 감독은 영리하게도 스타들을 이용해 대중들의 관심을 끌고 친절한 설명으로 사실을 이해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개봉 당시 영화의 반향은 컸습니다. 그러나 대중의 무지함을 바꾸는 데는 역부족이었을까요 14년이 지난 지금 시스템은 더 견고해지고 비극은 반복되려 하고 있습니다.


'대규모 공매도'라는 뜻의 <빅 쇼트>는 경제 현상이나 투자에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지금 반드시 봐야 할 영화이며, 영화의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 열 번을 보아도 좋습니다. 바라건대, 열 번을 본 저의 해석을 보시는 것이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이 영화 속 금융용어와 사건들을 여러 편에 걸쳐 완전히 해석해 보겠습니다. 자본주의의 시스템을 움직이는 설계자들과 그들의 권력 카르텔이 어떻게 서민들의 삶을 무너뜨리는지, 서민들은 왜 모든 것을 빼앗기고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지, 그리고 왜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지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빅쇼트> 대해부 스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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