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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니 스탁 Apr 24. 2023

<빅쇼트>대해부 : 골 때리는 공매도

3부. 월스트리트의 괴짜들


저도 이렇게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빅 쇼트>는 대규모 공매도라는 뜻입니다. 영화에서 왜 돈을 버는지 공매도의 원리를 모르면 이해가 안 됩니다. '골 때리는' 이런 표현은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속성을 깨달았을 때 치밀어 오른 제 마음속의 분노에 비하면 아주아주 부드러운 표현입니다. 제대로 표현하려면 10 색깔 크레파스와 개나리 꽃, 쌍쌍바 수백 개가 필요합니다. 도대체 '공매도'가 뭐길래 이러냐고요?






중환자의

죽음에 배팅하는

사람들


공매도는 하락에 배팅하는 행위입니다. 절벽 위에서 누군가 비틀거리면 밀어 버리고 그 죽음으로 돈을 버는 것이죠. 심지어는 중환자실을 염탐하고 일면식도 없는 환자를 상대로 생명보험을 들고 죽으면 보험금을 타가는 인간들입니다. 공매도, 제대로 파보겠습니다.


돈만 벌면 되니까 by. Tony Stock



공매도

空(빌공) + 賣渡(매도)


공매도는 비쌀 때 빌려서 매도하고 쌀 때 되사서 그 차익을 먹는게 기본 원리입니다. 진행되는 순서와 수익 모델은 다음과 같습니다. 자산을 사과에 비유해 설명해 보겠습니다.


천재적이고 악마적이다 ⓒ Tony Stock


 A구간   숏(Short) : 2,000원에 사과를 빌려서 팔기

공매도 세력이 농부에게 사과를 빌려서 시장에 내다 팝니다. 이를 숏이라 합니다. 사과 농사에 참여하거나 보유하지 않고도 일단 2,000원이 수중에 들어옵니다.


 B구간   숏 커버링(Short Covering) : 1,000원으로 폭락 한 사과를 되사기

사과 가격이 1,000원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럴 리가요. 온갖 수법으로 사과를 먹으면 죽는 몹쓸 과일로 만들어 사람들이 내던지게 만듭니다. 폭락하면 시장에서 다시 사들입니다. 이를 숏 커버링이라 합니다. 이전에 사과를 판 돈은 2,000원, 지금 쓴 돈은 1,000원이니 앉아서 1,000원을 벌었네요.


 A  -  B  수익실현 : 사과를 돌려주고, 수수료 주고, 차익 먹기

공매도 세력은 사과를 빌려준 농부에게 사과를 돌려주고, 소수점 수준의 수수료를 줍니다. 농부는 코딱지 만한 수수료 수익을 얻고 좋아합니다. 자기 스스로 사과값을 폭락시키는 걸 도운 줄도 모르고 말입니다. HTS프로그램에서 '주식대여' 서비스에 동의하지 않음을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궁색한

논리들



가격 정상화의 순기능이 있어요

가스 라이팅!


공매도세력들이 하락에 배팅하면 자산가격은 폭락합니다. 그들은 그걸 '정상화'라 합니다. 와우! 자신의 피 같은 돈을 걸고 비정상을 정상화하기 위해 노오력 하다니.. 너무 고마워서 눈물이 나네요. 확! 그냥 깨물어 줄까 봐요. 고평가는 상대적인 것입니다. 사람들이 비싸다 생각하면 안 살 것이고 모두들 수익실현을 하면 자연스레 가격은 내려갈 겁니다. 그것이 '시장의 합의'이고 시세 아닙니까? 그런데 그 기준을 자기들 마음대로 정하다니요? 시장이 알아서 한다고 할 때는 언제고 말입니다. 더 큰 문제는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언론을 동원하고 루머를 흘려 패닉을 조장한다는 겁니다. 어떤 때는 단지 공매도 세력이 들어왔다는 것만으로도 악재가 됩니다. 그 결과는 가격의 정상화가 아니라 폭락과 극소수의 과도한 이익, 수많은 투자자의 고통입니다.


누가 이런 소리하면 '꺼져!'를 외치세요 by. Tony Stock



억울하면 개인들도 하세요

대신 돈이 엄청 많아야 하잖아. 하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공매도는 개인들의 참여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형식적 조항이 있습니다만 요구되는 자산 규모, 예치금이 어마어마해 기준에 맞출 수 없습니다. 참여한다 해도 극심한 정보의 불균형으로 수익을 내기 매우 어렵습니다. 패가망신의 지름길이죠. 또한 공매도 물량 데이터는 3일 뒤에 공개되어 대처도 어렵습니다.



우리도 기한 있어요. 영원히 연장 가능할 뿐.

인디언 기우제냐?


특히 대한민국 시장의 공매도는 심각한데요. 무려 '무기한공매도'라는 어처구니없는 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형식적 기한은 있지만 제한 없이 연장가능하므로 무의미합니다. 외국의 경우 주가의 지나친 왜곡을 막기 위해 일정 기간이 지나면 무조건 되사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없습니다. 개인에게만 있죠. 이걸 악용해 엄청난 자본으로 끝도 한도 없는 공매도 폭탄을 던지면 개인들은 결국 물량을 토해 냅니다. 금융당국은 수년 째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에 대한 공매도 기한설정 요구를 묵살하고 개인 투자자의 숏 커버링 기간을 몇 달 늘려주는 능멸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공매도는 무제한 손실의 위험을 감수하고 있어요, 다 성공하는 게 아닙니다.

그럼 안 하면 되겠네, 어쩌라고?


공매도는 이론상 주가가 내리면 최대 100% 수익이고 오르면 무제한 손실을 입는 거 맞습니다. 그래서 자신들도 리스크가 크고 실패도 많다네요. 웃기고 있네요. 안 하면 되잖아요. 공매도 못 참겠으면 중독이니 정신과를 가보던가 키보드에 본드를 바르던가 없애달라고 애원해야죠. 뭐 어쩌라는 걸까요? 위험한 걸 알면서도 굳이 하는데 피해자들이 파이팅이라도 외쳐야 할까요? 정말 뻔뻔합니다.



우리가 있어야 기업도, 국가도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그건 도둑놈이 할 소리가 인 거 같은데?


하다 하다 이젠 이런 소리까지 합니다. '당신이 문단속 똑바로 안 해서 내가 털어 갔을 뿐이야. 뒤늦게나마 보안을 강화하고 교훈을 얻었으니 다 내 덕이야'라는 논리입니다. 일본의 지배가 한국을 근대화했다는 전범들의 수정주의 역사관이나 성범죄자들이 여성의 옷차림 탓 하는 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습니다. 역겨울 정도입니다.




폐지가

답이다



1930년대 대공황이 극심할 때도 공매도세력이 주식을 패대기쳐 하락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1997년 악마의 투자자라 불리던 '조지 소로스'가 이끄는 글로벌 헤지펀드가 경제위기가 예상되는 태국 바트화를 공매도로 공격합니다. 1차, 2차 공격에 실패했음에도 3차 공격에서 기어이 태국을 초토화시켰고 천문학적 돈을 벌었습니다. 일어나면 때리고, 일어나면 또 때린 겁니다. 죽을 때까지요. 그것도 가격 정상화인가요? 그렇게 동남아 일대를 휩쓸고 간 헷지편드의 종착역이 어딘지 아세요? 바로 1998년 우리나라의 IMF 사태입니다.


1992년 외환시장을 대혼란에 빠트렸던 파운드화 환투기 by. Tony Stock


이들은 한 나라의 국책은행을 파산(1992년, 영국 영란은행)시켜 1조 가까이를 벌어들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지독한 증시 저평가와 과도한 하락은 '무기한 공매도'라는 악마적 제도가 한 몫합니다. 직접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문제를 공감하기 힘들 겁니다. 그러나 이런 부조리한 제도는 돌고 돌고 돌아 결국 자신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자본시장이 뒤틀려 있는데 개인의 삶이 멀쩡할리 있겠습니까. 공매도는 시장에 대한 신뢰를 손상시키는 공공의 적입니다. 부패한 금융권력들이 가스 라이팅에 열을 올리는 이유죠. 원리를 '아는 것'과 '이해하는 것'은 다릅니다. 공매도는 어떠한 경우에도 개인 투자자에게 도움이 안 되는 오직 자본권력에게만 허락된 파괴적 돈놀이입니다. 그러니 제발 나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지 마세요. '폐지'가 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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