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 수맥이 흐른다며 머리가 깨질 것 같다고, 전화받자마자 엄마가 말을 쏟아냈다.
며칠 전엔 새벽에 화장실 가려고 일어났는데, 갑자기 머리가 너무 아프고 눈앞이 캄캄해졌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30분째 이어가고 있는 엄마에게
“빌라에 무슨 수맥이 흘러… 얼마 전에 비 많이 왔을 때 창문 틈으로 비가 들어와서,
엄마가 심리적으로 좀 불안해진 거 아닐까?” 했더니,
엄마는 아니라며 다시 수맥 얘기로 돌아갔다.
다른 방에서 자보라고 했더니,
며칠 전부터는 거실에서 자고 있어서 괜찮다고 했다.
언니 말로는, 얼마 전부터 엄마가 혈압약을 다시 먹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마 눈앞이 캄캄해진 증상은 혈압이나 약의 영향일지도 모르겠다.
예전부터 건강을 꼼꼼히 챙기던 엄마니까,
이번에도 스스로 잘 관리하고 계시겠지 싶었다.
전화를 끊기 직전, 엄마가 말했다.
“내가 새벽에 갑자기 죽으면 괜찮은데... 혹시 너희들 번거로운 일이 생길까 봐 걱정이다....”
엄마는 자신의 죽음이 두려운 게 아니었다.
혹여나 우리에게 짐이 될까 봐, 그게 걱정이었던 거다.
늘 자신을 부족한 엄마라 여기던 사람.
건강만은 스스로 잘 챙기겠다는 마음.
자식들에게 병든 노모의 뒷바라지를 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
그게, 자신의 죽음보다 더 걱정인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