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장을 보러 갔다.
나는 핸드폰을 꺼내 오늘 살 걸 적어 놓은 메모장을 훑어보고는 바로 장을 보기 시작했다.
목록에 있는 걸 바구니에 넣고 있을 때, 친구가 말했다.
"리스트가 있어?"
나는 토마토를 보면서 별일 아닌 듯 대답했다.
"어."
친구는 "어"라는 대답을 듣자마자 놀란 듯 반응했고 난 그 반응에 더 놀랐다.
"와, 정말! 대단하다!"
뭐가 대단하다는 건지 나는 어리둥절했다.
"뭐가?"
친구가 왜 대단한 걸 모르냐는 듯 되물었다.
"마트에서 장 볼 때 살 목록을 미리 적어 온다며"
"근데?"
여전히 나는 뭐가 대단한 건지 모른 채 물었다.
"그게 대단하다고, 나는 적어 오지 않거든."
친구의 반응은 마치 올림픽에서 긴 연장전 끝에 금메달을 거머쥔 한국 선수를 보듯, 내 쇼핑 목록을 보고 감탄했다.
별거 아닌 습관이 누군가에겐 감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걸, 그날 마트에서 나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그날 친구의 감탄은 나를 칭찬한 것 같았지만, 그 말 속에서 '다름'이 '대단함'으로 바뀌는 묘한 시선이 느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