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원으로 발탁되다
인간 세상에서 아이와 엄마를 구한 도깨비의 이야기는 도깨비 사회에 큰 귀감이 되었다.
“요즘 젊은 도깨비들은 자기밖에 모르는 줄 알았는데, 이런 친구도 있었네.”
“그러게 말입니다. 우리 때는 인간을 돕는 게 도깨비의 미덕이었지요.”
“이럴 때일수록 이런 모범적인 젊은 도깨비에게 더 큰 기회를 주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무슨 제안을 하시려는 겁니까?”
“도깨비 최고 위원회에 그를 멤버로 들이는 건 어떨까요?”
“그건 가당치도 않습니다. 최고 위원은 본디 최초 세 가문에서만 나올 수 있는 자리입니다.”
“그 규칙도 결국 최초 세 가문이 만든 것 아닙니까? 이제는 우리가 바꿀 수도 있어야죠.”
“게다가 요즘 도깨비 사회에서도 권력 독식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지 않습니까.”
“이번 기회에 일반 도깨비가 최고 위원이 된다면 여러모로 좋은 변화가 생길 겁니다.”
“전 반대입니다! 일반 도깨비가 최고 위원이라니요.”
“그렇다면, 투표로 결정합시다.”
“그런 건 투표로 결정할 일이 아닙니다! 전 절대 인정할 수 없습니다!”
(문을 박차고 나갔다)
그리고 며칠 뒤, 도깨비 역사상 처음으로 일반 도깨비가 최고 위원이 되는 이변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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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도깨비가 최고 위원이 된 직후, 도깨비 마을에서는 큰 회의가 열렸다.
회의장이 힘차게 말을 꺼냈다.
“오늘 회의에 참석해 주신 도깨비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오늘 논의할 안건은 #209100번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지난주 우리 도깨비 마을에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습니다.
인간 아이 하나가 도깨비의 뒤를 몰래 따라와 마을에 들어온 것입니다.
오늘의 안건은 이 인간 아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입니다.
좋은 의견이 있으신 분은 주저 마시고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인간 마을로 돌려보내면 그만 아닙니까?”
“한 번 도깨비 마을까지 들어온 인간을 그냥 돌려보낼 순 없습니다. 기억을 지워야 합니다!”
최고 위원이 된 도깨비는 눈치를 보며 손을 들었다가 내렸다가를 반복했다.
그 모습을 본 회의장이 말했다.
“거기, 도깨비님.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그러자 도깨비는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 제 생각에는.... 그 아이가 스스로 찾아온 거라면, 그냥 도깨비 마을에서 살게 해주는 건 어떨까요?”
회의장은 순간 조용해졌고, 이내 다양한 반응이 터져 나왔다.
“그런 전례는 없습니다. 예전에 우리 조상들 중에 인간 마을로 내려가 인간과 혼인해 살았다는 이야기는 있어도, 인간이 도깨비 마을에 들어와 산 적은 없습니다. 절대 안 됩니다.”
“하지만 꼭 못 살 이유도 없지 않습니까?”
“가당치도 않은 말씀입니다! 도깨비와 인간은 전혀 다릅니다.”
“그렇습니다! 어떻게 인간과 도깨비가 함께 살아간단 말입니까?”
이야기들이 오가는 가운데, 회의장이 조용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다면, 본인에게 직접 물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