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에 서 있던 부하들이 말했다.
“마왕님, 저희가 아이를 데려오겠습니다.”
도깨비 마왕은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야, 아니야. 데라스는 인간과 혼인해 도깨비 마을에서 추방되긴 했지만, 그는 내 형이었지. 순수 도깨비 혈통이라는 말이다. 너희 힘으론 그를 제압할 수 없다. 내가 직접 가겠다.”
검창과 방망이를 챙긴 도깨비 마왕은 형이 있는 집으로 내려갔다.
며칠 전부터 수상한 인기척을 느꼈던 데라스는 아는 도깨비 소식통을 통해 도깨비 마왕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 미친 마왕이 산 아이들을 잡아먹고 다닌댜. 아이고, 무시라.”
“산 아이를 왜?”
“무슨 힘을 키운다고 그랬는데... 더 이상은 몰라.”
“그 도깨비 마왕이 누군데?”
“그걸 알면 다들 당하고만 있겠냐, 이 사람아!”
“그걸 모르니까 도깨비 협회에서도 손도 못 쓰고 있는 거지...”
데라스는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집 지하실에 있는, 아주 오래되어 보이는 낡은 나무 상자를 꺼내 열었다.
나무 상자를 연 것은 8년 만의 일이었다.
보통 도깨비들은 방망이만 쓸 수 있지만, 순수 혈통의 가문들은 각 가문마다 특별한 무기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
데라스 가문의 무기는 바로 ‘검창’이었다.
검창과 방망이를 챙긴 데라스는 나무 상자 안에서 오래되어 보이는 목걸이 하나를 꺼냈다.
나무 모양의 펜던트가 달린 목걸이였다.
그는 그 목걸이를 손에 쥐고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데라스의 심장에서 흐른 피가 나무 모양의 펜던트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그는 그 목걸이를, 새근새근 자고 있는 아린이의 목에 걸어주었다.
인기척에 잠에서 깬 아린이는
“아빠!” 하고 안겼다.
솜털처럼 부드럽고 갸녀린, 아주 작은 생명이었다.
데라스는 속으로 다짐했다.
‘이 아이를 절대 뺏길 순 없어.’
아이를 지하실에 숨긴 그는, 아주 단단한 목소리로 아린이에게 말했다.
“아린아, 무슨 소리가 나도 절대 지하실에서 나오면 안 돼! 알았지?”
아린이는 무슨 영문인지는 몰랐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데라스는 말을 이었다.
“나중에, 나중에 말이야... 이 목걸이를 손에 쥐고 아빠를 불러. 아빠가 언제나 아린이 옆에 있을 거야.”
아린이는 또 고개를 끄덕였다.
데라스는 아내의 사진을 주머니에서 꺼냈다. 그리고 조용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내가 아린이 꼭 지킬게, 여보야. 걱정 마.’
그리고 아내의 사진을 가슴 주머니에 깊숙이 다시 넣었다.
그때, 밖에서 ‘휭’ 하는 큰 바람 소리가 났다.
데라스는 도깨비 마왕의 정체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얼어붙은 데라스에게 먼저 말을 건 것은 도깨비 마왕이었다.
“형, 오랜만에 동생을 보는 그 표정이 뭐야? 안 반가워? 나야, **모라스. 형 뒤만 졸졸 따라다녔던 모라스.”
데라스는 검창을 꽉 쥐며 말했다.
“네가 여긴 웬일이야? 그리고 뒤에 있는 도깨비들은 뭐고?”
모라스는 웃으며 말했다.
“여기에 내 조카가 있다네. 내 혈통 말이야.”
데라스가 놀라며 되물었다.
“뭐라고? 너의 혈통?”
모라스가 대답했다.
“난 그 아이가 좀 필요해. 형과 싸우지 않고 말이지.”
데라스는 단호하게 외쳤다.
“어림도 없는 소리! 넌 그 아이 손끝 하나도 건들 수 없어!”
모라스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쩔 수 없군. 형이 있으면 일이 안 되겠어.”
순식간에 검과 창이 사방을 휘저었다.
그 광경을 한 걸음 물러서 지켜보던 도깨비 마왕의 부하들의 이마에도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아... 저것이 순수 혈통들의 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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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는 태어날 때 신성한 이름, 즉 ‘진명(眞名)’을 부여받는다.
‘모라스’라는 이름은 달빛의 마법사, 어둠과 안개의 기운을 다스리는 자를 상징한다.